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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Mar 09. 2022

가족 중에 나만 미니멀합니다



 세 식구 중 나 혼자만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자신들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만 온 집안에 굴러다니게 만든다. 물건에 집착하거나 쌓아두지는 않지만 물건을 잘 정리하지 못한다.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는 것도 극도로 꺼린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왜 한 번도 보지 않는 졸업앨범을 비우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왜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고 이리저리 놔두고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할까. 



 하지만 내가 사는 방식이 무조건 옳은 것일까? 내가 추구하는 삶은 나에게 너무 소중한 삶의 방식이 되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각자 나름의 삶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남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자기 자신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지식을 과시하거나 철학자 행세를 하지 말자” 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가족이 병원에 오래 입원하고 있을 때였다. 미니멀이고 뭐고 병간호를 하며 하루하루 고통의 날들을 보냈다. 물티슈나 일회용품 사용은 평소보다 훨씬 늘었다. 지친 병원생활을 하면서 최소한의 에너지를 써야 했기 때문이다. 식사도 건강식을 챙기지 못했다. 매끼마다 보호자 밥을 먹기에는 너무 돈이 아까웠고, 뭔가를 해먹지도 못하는 상황이니 컵라면 같은 것으로 때우는 날도 많았다. 상품의 질을 따져서 구입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고 편의점에 재고가 있는 물건을 살 수밖에 없었다. 



 저축은커녕 생활비가 부족해 생활자체가 힘겨운 사람들도 있다. 어릴 적 엄마 혼자 두 자매를 키우느라 늘 경제적으로 부족한 삶을 살았다. 엄마는 좁은 집에 물건을 많이 채울 수도 운동을 다니며 건강을 돌 볼 시간도 없었다. 취미생활 같은 것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위로할 시간을 내는 것도 힘든 상황이 있다. 필요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가격이 싸기 때문에 결정해야 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독립할 때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좋은 물건을 고를 여유가 없었다.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



 또한 지금 당장 집안이 엉망이라고 해서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속으로는 정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방법을 모르거나 엄두가 나지 않아 실행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는 데는 정해진 때란 없는 법이다. 방심하면 금세 물건이 다시 쌓이기도 한다. 사람들마다 주어진 상황이 다르다. 내 원칙을 들이대며 가르치려 드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완전무결한 사람인가?



 사실 내 주변 지인들 중에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들이 보기에 나는 완벽주의, 결벽주의자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냥 편하게 살면 되지, 왜 이렇게 까다롭게 따지고 드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평범하지 않고 튀려고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혼자만 잘난 척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 주변에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은 엄마와 나 둘 뿐이다. 엄마는 천천히 물건을 줄였다. 딸이 사는 공간이 말끔하게 정리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고 추천받은 책을 읽고는 삶의 방식을 조금씩 바꾸었다. 어른들의 눈에는 내가 너무 많은 물건을 버리는 철딱서니 없는 젊은이로 비칠지도 모른다. 나머지 가족들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다. 가끔씩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사고 크게 욕심부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가족들은 아직 물건 비우기에 참여하지 않는다. 내가 물건을 비울 때도 못마땅해한다. 자신이 대신(?) 쓴다고 할 때도 있다.



 사실 미니멀리즘은 물건의 가짓수가 많고 적음이라는 것이 잣대가 될 수 없다.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앤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가족의 수가 많으면 당연히 물건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가족의 성향은 서로 다르다. 내 눈에 전혀 필요 없는 쓰레기라도 다른 이에게는 간직하고 싶은 물건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가족의 물건은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된다. 다른 사람이 내 물건을 마음대로 버린다니 말도 안 되지 않은가.



 하지만 미니멀리즘의 효과를 보고 자연스럽게 가족이 한마음이 된다는 선순환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권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내가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가 굳이 핏대를 세우면서 역설하지 않아도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올바르고 배우고 싶다면 함께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나의 엄마가 바로 그 경우이다. 엄마는 나에게서 영향을 받아 미니멀리즘에 빠졌다. 원래도 돈을 함부로 쓰지 않고 검소한 분이지만 많이 변했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적어지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물건을 비우기가 쉽지 않다. 언제 새로운 물건을 살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보고, 혹은 딸네 집에 가보고 많이 변했다. 이제 물건이 가득한 지인 집에 다녀오면 숨이 막힌다고 하신다.



 ‘미니멀라이프, 참 좋은데 왜 안 하지?’라는 생각은 버린다. 남들이 보기에는 까다롭고 청승맞아 보이거나 불편해 보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은 신경 쓰지 말고 내 신념을 고수하면서 살아가면 된다. 내가 좋으면 되는 거다. 만약 누군가 진심을 다해 묻는다면 상세히 알려줄 수 있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미니멀리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준다면 좋을 것이다.



 미니멀라이프만이 인생의 해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깨달음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미니멀라이프를 강요하거나 그들의 생활방식을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나는 미니멀라이프의 좋은 점을 보여주면서 행복한 모습으로 살면 된다. 긍정적인 효과는 알아서 널리 퍼지게 되어 있다. 강요하고 가르치려 들지 않아야 한다. 깨끗한 집에서 탐욕 없는 모습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모습이 아니다. 가족과 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미니멀라이프를 맘껏 즐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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