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단식
미니멀라이프를 하면 자연스레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무늬만 미니멀을 했다가는 가지고 있는 물건은 모두 내다 버리고 새로 좋은 것을 사겠다면서 돈을 더 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 쓸데없는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 왜냐하면 미니멀라이프라는 것이 적게 소유하면서 큰 만족을 얻는 삶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의, 식, 주와 그 밖의 잡동사니에 쓰는 돈을 줄일 수 있다. 자신의 소비패턴을 점검하고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우리는 쓸데없는 물건과 잠깐의 즐거움에 돈을 너무 많이 낭비한다. 우리가 돈이 없는 것은 어디에 큰돈을 투자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생각나지도 않는 온갖 자잘한 것들에 돈을 썼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너무 많이 먹어 속이 거북하다거나 비싼 가격 때문에 소화가 안 될 정도라면 그것은 낭비다. 후회할 물건을 사는 것, 가령 첫 세탁에서 색이 빠지거나 줄어드는 저렴한 스웨터, 등이 배기는 품질 나쁜 매트리스를 사는 것 역시 낭비다.” 도미니크로로 <심플하게 산다>
우리 집에는 대출이 있다. 십여 년 전 집을 구할 때 전세자금대출을 한 것이 처음이었다. 이자가 너무 아까웠지만 대출을 해서 좀 더 나은 형편의 집을 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절약생활이 시작되었다. 일을 하면서 매달 대출금을 상환했다. 결국 대출금액 3천만 원을 금방 갚게 되었다. 그러나 이사를 가면서 대출은 계속된다. 집값은 우리 가족이 감당하기에는 항상 너무도 큰 금액이었다.
저축은 항상 열심히 했다. 각종 재테크를 참고하여 돈이 들어오면 먼저 저축부터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돈이 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적은 금액의 적금을 10개 정도 들었고, 몇 년 간 모은 적금으로 차를 샀다. 차까지 할부로 사서 빚을 늘리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비싼 새 자동차를 산 것 자체를 후회한다. 가족이 타고 싶은 차였지만 우리 사정에 맞지 않는 선택이었다.
“돈을 모으는 능력은 돈을 버는 능력과는 또 다른 능력이다. 돈을 잘 번다고 돈을 잘 모으는 것은 아니다. 돈을 모으려면 자산의 균형을 맞추고 세밀한 지출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영수증 처리, 물품관리 같은 사소한 것부터 세율, 이자, 투자, 환율과 관련된 지식과 이해를 가져야 하고 재정분리, 지출관리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가능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돈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올곧아야 한다.” 김승호 <돈의 속성>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안 쓰고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돈이 정말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잘 쓸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돈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돈 가지고 아쉬운 소리를 하고, 돈 때문에 속상하고, 돈이 없어서 건강을 잘 돌보지 못한다면 너무나 서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신용카드나 대출을 이용해서 돈을 손쉽게 쓰다 보면 내 재산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결국 다 갚아야 할 빚이다. 몸이 아프면 단식을 통해 독소를 빼고 재정비하는 것처럼 나의 소비생활에도 소비단식이 필요하다.
아무리 아껴 쓰고 싼 것을 사서 쓴다 한들 가장 돈을 빨리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세일해서 반값에 ‘득템’했다고 좋아할 필요가 없다. ‘안 사면 0원’이다. 가장 큰 절약은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식비를 비롯한 필수품에만 돈을 쓰도록 할 것이다. 사실 먹을 것도 가지고 있는 식료품을 활용해 먹고 장 보는 것을 미룰 것이다. 생필품은 이미 많이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당분간 굳이 구입할 필요가 없다.
이를 소비단식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불필요한 소비를 극도로 줄일 계획이다. 따로 소비단식을 하지 않아도 이미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면서 사는 지혜로운 미니멀리스트들이 많이 있다. 나의 소비단식의 목적은 대출금 상환과 절약패턴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무분별한 소비를 막고 절약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당장 오늘부터 불필요한 소비는 없애고 필요도 없는 곳에 돈을 쓰면서 쓰레기를 늘리지 않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