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은 자유롭지만 아프다

고난의 시간이 찾아오면

by 오로라

올해 친정 오빠는 환갑이다.


과거 같으면 잔치를 했겠지만, 기대수명 연장으로 60세는 더는 노인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칠순이나 팔순이 되어야 노인으로 대접할 정도다. 요즘 환갑은 직계가족 정도만 모여서 식사하는 행사로 축소되는 경향이다.


환갑이란, 한국의 전통적인 생일 개념 중 하나로 60세를 말한다. 그 유래는 천간(天干)‘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10개지지(地支)‘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의 12개 조합한 육십갑자(六十甲子)에서 비롯되었다.



60갑자(甲子)가 태어난 해의 간지로 한 바퀴를 돌아서 다시 시작점에 도달했다는 의미여서 과거부터 장수를 상징하는 이정표였다. 그해가 되면 자식들이 부모의 건강과 장수를 축하하며 잔치를 크게 벌였다. 환갑은 돌아올 환(還)’에 갑자의 ‘갑(甲)’으로 60갑자의 시작을 뜻한다. 그래서 같은 의미로 ‘회갑년’이라고 해 '회갑 잔치'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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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결혼했다고 가정하면, 중년 부부가 함께 환갑을 맞이할 수도 있다. 회갑연처럼 다시 산다는 의미로 ‘인생 2막’이라는 표현도 한다. 청년기와 노년기 사이로 중년은 삶의 전환기로 보는 경우가 많다.



자녀 대부분은 성장하여 독립한다. 자연스럽게 부부만 남는다. 자녀를 직접적으로 돌보는 역할은 거의 사라진다. 대신 노부모가 살아 있다면 서서히 부양책임이 커지는 때이다. 자녀에 대한 각종 지원은 줄었지만, 진학과 취직을 앞둔 성인 자녀가 독립을 한다면, 때에 따라 목돈을 준비하려는 부모는 있다. 독립하지 못한 자녀가 있다면 부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심리적 부담은 여전히 존재한다.



노부모와 성인 자녀를 양방향으로 돌볼 수 밖에 없는 중년기 역할을 의미해서 최근엔 마처 세대’란 신조어도 생겼다. 샌드위치란 의미가 있다. 즉, 노부모를지막으로 부양하지만 자녀로부터는 돌봄을 음으로 받지 못하는 세대를 말한다.



물론 이런 애처로운 중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녀로부터 벗어나 자기의 인생을 제대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 활동적인 노년기를 꿈꾸는 건강한 중년으로 재인식하자고. 정말로 기존 자녀 중심의 삶이 아닌 부부 혹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생을 재조명하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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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될 동안 부모나 형제자매,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며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며 살아 온 시간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자기에게 집중하라는 의미다.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노력은 해볼 만하다.



새로운 인생 2막을 꿈꾸지만, 당장 원하는 것을 실천할 가능성이 낮다고 고민에 빠지진 말자.


설령, 아프고 돈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있는 것에 감사하다 보면 이전 보단 나은 시간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기에.


쉰 살이 넘으면 신체 기능이 더 저하되고 만성질환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질병이 많아져 병원을 자주 찾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성악을 전공했던 H는 얼마 전, 성대 결절 진단을 받았다. 당분간 말하지 말고 재활치료까지 받으라는 의사의 지시를 따르기 어렵다. 그래서 표정이 더 어두웠다. 여전히 생계를 위해선 아이들을 가르쳐야만 한다고.



30년 넘게 교직에 있다 은퇴한 L은 부쩍 내과를 자주 찾는다. 속병이 도진 모양이다. 교사로 일할 때부터 있었던 잦은 체기로 불편했던 소화기가 계속 탈이 나고 있었다. 신경 쓸 일이 갑자기 생기면 속은 더 뒤집힌다. 잠이 오지 않는 날도 있다. 항우울제를 처방받은 지 이미 오래다.


“이젠 우울증약은 비타민이라고 생각하고 먹어요.”


그녀의 말에 씁쓸함이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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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떠나 겨우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아프면 마음이 무겁다. 그렇다고 서글퍼만 하지 말자. 슬퍼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아픈 이들 모두 60세가 넘거나 곧 환갑이다.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나 역시 곧 맞이할 나이기 때문이다.





환갑이 된 친정 오빠도 더 자주 어깨 근육통을 호소한다. 파스를 여러 장 붙이는 것으로 대신하지만 종종 병원도 가는 모양이다. 50대까진 사업하며 나름대로 살 만했다. 이후 여러 가지 상황의 변화로 사업과 운영하던 카페까지 다 정리했다. 하는 일마다 신통치 않아 수입이 들쭉날쭉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얼마 전부턴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더 노력하는 모양이다. 다행히 조카들은 모두 성인이라 더는 교육비나 생활비를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이젠 오빠만 잘 살면 되겠네."



건강을 더 챙기라고 했지만 노후가 걱정된다.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아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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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더불어 정서적, 감정적 변화까지 급변하면 정신적 어려움이 커진다.


한동안 나도 갱년기에 따른 신체적 변화로 당황스럽다가 힘들었다. 갑자기 덥고 화끈거리는 얼굴 때문에 혼자만 땀이 났다.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종종 비슷한 증상이 있다. 다행히 이전보다 더 심하진 않은 것을 보면 곧 갱년기도 완전히 끝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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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정도 되면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의 시간을 가져봐도 좋다. 거창한 것을 성취하지 않아도 괜찮다. 결과로만 돌아보면 쉽게 우울해질 수 있다. 노년기 못지 않게 중년도 우울을 경험하기 쉽다. 빈둥지증후군이 이 시기에 찾아오기도 한다.



빈둥지증후군이란, 자녀가 진학, 취직, 결혼 같은 이유로 독립하면 더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부모가 정서적으로 힘든 상태를 말한다. 정서적 만족감을 외부에서 찾으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중년기 여성에게 빈둥지증후군이 보다 많다. 하지만 중년은 자녀 양육과 교육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함께 영향을 주고 받으니까.



이런 정서적 변화는 결국 신체적 변화에도 영향을 주어 무기력해지기 쉽다. 반대로 만성 질환이 생기면 우울감을 상승시킨다. 특히, 원하는 삶의 방향과 멀어진 느낌이 들면 중년기엔 더 우울하고 허무해진다.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 건강의 이상도 생길 수 있고 정서적인 문제까지 겹치면 새로운 질병이 찾아올 수 있다.


신체적, 정신적 악순환의 연속이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중년기에 재정적 어려움마저 더하면 우울감이 더 심해진다. 따라서 자신을 위한 건강한 삶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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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 건강 유지와 삶의 질을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지만 성취한 게 별로 없다고 느끼면 쉽게 위축되거나 우울할 수 있다. 잘못 살아 온 것은 아닌지 후회되면 더 그렇다.


괜스레 주변 사람들이 미워지고 혼자만 못 사는 것 같으면 힘들어진다. 살다 보면, 주변과 비교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자꾸 타인의 삶이 보이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찾아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낫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여도 중년은 여기 저기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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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중년기엔 변화가 찾아온다. 때때로 배우자와의 사별, 이혼, 별거 처럼 부부관계의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내 의도나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혼만족도가 낮아지는 상황이다.



결혼만족도는 배우자와의 관계의 질에 따라 영향력이 크다.


특히, 자녀가 독립한 시기가 되면 부부갈등이 줄어드는 예도 있지만 수면 아래 있었던 문제가 증폭되기도 한다. 자녀때문에 참고 살아 온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될 수 있다. 끝내 이혼을 결정할 수도 있다. 미성년 자녀가 없기에 부부간 협의만 이루어지면 숙려기간이 짧아 보다 쉽다. 갈등을 이어가는 것 보다 경우에 따라선 남은 인생을 위해 이혼 후 각자 살아가는 것이 괜찮은 커플도 있다. 단지 그 과정 속에서 상대방의 입장까지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기 어려울 뿐.





작년에 이혼한 친구의 말이다.


“이혼하고 더 행복해졌어.”


둘째가 성년이 되기까지 부부갈등 속에서 지내 온 시간만 10년이다. 최근 올라오는 친구의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 프로필 사진 속엔 이전 보다 훨씬 자유로운 모습이 많았다.


“다행이다. 너가 좋다니.”


같이 만난 자리에서 또 다른 친구도 덧붙였다.


“나도 곧 할지도 몰라.”


처음 꺼낸 또 다른 친구의 말에 살짝 놀랐다.


“하고 싶으면 해야지.”


먼저 이혼한 친구의 말이다.


그날 50대 중년 여자들은 20년 넘게 살아 온 각자의 결혼 생활을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이혼에 대한 최근 결심을 선언처럼 말했다.


“나도 이렇게 살 줄 몰랐지.”


후회하며 무언가 고민하는 친구의 말이 공감되었다.






남성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아 보인다.


똑같이 만성질병도 나타나고, 정서적,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겉으로 덜 아픈 척 해도 마음까지 아픈 것은 비슷하다.


“서류 정리했어.”


선배는 몇 해 전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혼 후에도 가족들끼리 종종 만나고 있었다.

부부관계는 두 사람만이 안다고 정확한 이혼 사유는 말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하지만 선배 역시 이전 보다 더 자유로워 보였다. 아프지만 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이혼한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중년기는 이전보다 자유롭지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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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생기는 질병으로 몸이 아프고

결혼 생활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마음도 함께 아프다.


장수할 줄 알았던 노부모가 점점 허약해져 요양원을 알아봐야 할 땐 가슴이 아프고

부모처럼 살기 싫다고 떠나는 자식이 있으면 속도 많이 쓰리다.

돌아보니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경험도 한 것 같다.



그나마

힘들때마다 아프지 말고 밥 잘 챙겨 먹으라고 전화해주는 언니가 있어서 다행이고

지쳤을 때 가격표 신경쓰지 않고 가끔은 회전 초밥 접시를 선택할 수 있는 약간의 돈이 있어서.



그리고

몸과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 위로하며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친구 J가 있어 좋고

운전까지 대신 해 주며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함께 먼 산 바라보며 빵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을 높고도 몇 시간씩 마음나누며 수다떨 수 있는 E가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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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샘솟는 중년!


힘을 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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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이들어가는 배우자가 곁에 없더라도 위축되지 말고

자녀들이 생각만큼 챙겨주지 않더라도 실망도 하지 말자.

어차피 인생은 혼자일 때가 있으니까.



영원히 행복한 사람은 없다.

아플 때가 있고 조금 더 아플 때도 있다.

얼마나 아프냐의 차이로 인생이 끝난 것처럼 살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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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작가이자 사상가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은 중년기에 수용소에서 생활한 적 있다. 그는 수용소 안에서 매일 나오는 따뜻한 수프만으로도 감사한 날을 고백했다. 그래서였을까? 1962년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소설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1950년대 초, 스탈린 시대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살아가는 죄수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의 단 하루를 시간순으로 따라가며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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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나무 위키. 인명 '솔제니친'






소련의 혹독한 시베리아 수용소에 정치범으로 수용된 주인공은 전쟁포로로 억울하게 갇힌 사람들이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생활상을 보고도 작은 기쁨과 인간다움을 놓치지 않으려 한 사실을 작품에 녹여 냈다. 예를 들며, 그날 주어진 벽돌쌓기를 하면서 줄만 잘 맞추어도 행복한 날로 기억할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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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인간을 깨어나게 만든다’라거나 ‘오직 고통 속에서 자신의 진실한 내면을 발견한다.’라고 한 그의 말이 명언이 된 이유는 그의 삶과 작품 속에 드러난다.


그의 명언을 들으니,


갑자기 고난의 삶이 때로는 이념보다 더 좋은 스승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년기를 향해 지나가는 중년의 시간이 고통과 고난일지라도

작은 기쁨이나 인간다움을 잃지 말아야 겠다.

이 시간이 지나면 나의 깊은 내면을 더 많이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자유롭지만 아픈 중년기 나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개인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hjpark1003)에도 공동으로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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