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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애도가 필요한 이유

상실을 경험했거나 상실자가 가족일 때 어떤 자세가 좋을까

by 오로라

사별, 이별, 이혼 등 가족 중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정작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워한다. 애도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관련 내용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억압된 감정의 누적

상실의 슬픔, 분노, 죄책감, 불안 같은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무의식적으로 억압을 계속한다. 이후 다른 스트레스 상황이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뒤늦게 감정이 폭발적으로 표출되어 서로 당황할 수 있다. 혹은 작은 일에도 과도하거나 과민하게 반응하여 당황한다.


둘째, 우울장애와 불안장애의 위험성 증가

상실 감정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우울이나 범불안장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집중력 저하, 수면 장애, 식욕 변화, 무가치감 같은 증상을 동반하여 자주 신체화 증상으로 이어진다. 두통이나 소화불량, 만성 근육통증을 호소하는 예가 많다.


따라서 바람직한 감정 표현 방법으로 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울고 싶은 감정이 든다면 억누르지 말고 눈물을 흘리거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한다. 말하기 힘든 상황이나 감정이 올라온다면 글쓰기로 대체해도 좋다. “나는 지금 슬프다”라고 감정을 언어화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장례, 추모식, 개인적 기념일에는 고인이나 상실 대상자에 대한 사진 보기, 편지 쓰기처럼 상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의례적 애도 작업이 도움이 된다. 신뢰할 만한 친구나 가족, 상담자와 같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상실 경험을 나누고 지지와 공감을 받는 것도 바람직하다.




간혹 상실을 겪은 사람에게 공감한다면도 무심코 상처를 주는 말들을 하는 예가 있다.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금기어를 살펴보자.


1.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

아직 슬픔으로 고인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감정을 서둘러 억누르라는 압박처럼 들린다. 상실자는 “내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면 안 되나?”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2. “다 잘될 거야. 힘내!”

아무리 진심이더라도 현실의 고통을 축소하거나 무시하는 느낌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상실자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긍정만 강요하는 것처럼 들린다.


3. “그래도 엄마(혹은 다른 **)가 살아 있었을 때 좋은 추억은 남겼잖아.”

좋은 기억을 상기시키려는 의도지만, 아직 애도의 단계가 무르익지 않았을 때라면 오히려 상실감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다. 상실자는 “내가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인가?”라는 죄책감까지 유발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4. “나도 당신 마음 알아.”

상대의 경험을 동일시하는 말이지만, 경험은 개별적이라 상실자가 “내 고통을 가볍게 취급하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5. “이제 울지 말고 이겨내야지.”

슬픔에 대한 감정 표현을 억압하게 만들어 애도 과정을 방해한다. 억눌린 감정이 나중에 예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으며,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전환될 위험성도 크다.



말하기 어렵다면 조용히 곁에 있어주거나 손을 잡아주는 것이 오히려 더 지지가 된다.


그 밖에 상실자에게 도움이 되는 말들은 이런 것들이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너무 자연스러운 거야.”

“나는 그냥 당신 옆에 있을게. 말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말해도 돼.”

“많이 힘들지. 당신이 얼마나 아끼던 사람이었는지 알아.”


이와 같은 말은 상실자의 입장에서 애도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도록 해 서서히 안정적인 정서로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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