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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의 부정적 정서가 이어지는 이유

원가족과의 갈등이 세대로 전이되는 심리학적 이유와 대처 방법

by 오로라


원가족과의 갈등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다. 원가족이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가족을 말한다. 특히, 부모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결혼하면 자신의 ‘부모 역할’에도 영향을 받는다. 무의식중에 원가족에서 형성된 심리적 문제들이 재현되어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런 문제의 원인과 대처 방법을 살펴보자.




첫째, 부모와 해결하지 못한 갈등에서 생긴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 남아 있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심한 갈등이나 인정받지 못한 경험을 해소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되면 자신의 감정을 수용 받은 경험이 부족하여 잘 조절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아버지에게 늘 비난받던 경험을 풀지 못한 남편이라면, 자녀가 작은 실수를 했을 때 과도하게 화를 내면서 불편했던 아버지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신처럼 자기 자녀를 위축시키고 부모 자녀 관계를 불안정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둘째, 미분화된 자기 모습에 대해 부족함을 배우자나 자녀에게 드러내 분리하지 못한다. 즉, 경계가 혼란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부모와 심리적으로 분리되지 못하면 독립적인 판단이나 감정 분리가 어렵다. 예를 들어, 원가족 어머니의 기대에 늘 휘둘렸던 아내라면, 결혼 후에도 어머니의 의견을 우선시하여 여전히 의존하고자 한다. 이로 인해 배우자와 갈등이 잦아지고, 자녀 양육에서도 자신 없어 하고 외할머니 기준을 자녀에게도 개입되어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


셋째, 결핍된 애정 경험은 과잉보상 또는 회피적 양육 태도로 나타난다. 원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이나 지지를 받지 못한 경우라면, 자신이 부모가 되어도 자녀에게 건강한 애정을 주는 것을 어려워한다. 예를 들면, 무관심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사람은 그 모습이 너무 불만이어서 자기 자녀에게는 과도하게 애정을 쏟는다. 그러나 이는 집착이고 통제적 태도로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자신처럼 자녀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억압하기 쉽다. 혹은 정반대로 원부모처럼 애정 표현이 서툴러 자녀에게 차갑게 대하거나 무관심하다. 자신도 자녀에게 정서적 결핍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


넷째, 부정적 모델링으로 문제 해결 방식의 세습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원가족에서 경험한 부정적인 모습이 대화나 갈등 해결 방식으로 재현된다. 예상하지 않은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부모가 늘 자신의 욕구에 회피하거나 폭언으로 갈등을 해결한 경우라고 생각해보자. 결혼 후 자신은 부모처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자녀와의 갈등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해 침묵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원부모처럼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부정적인 부모 역할도 되풀이한다.


다섯째, 죄책감이나 불안의 전이로 자녀의 정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원가족 부모와의 미해결 문제는 무의식적 죄책감이나 불안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녀 양육에 그대로 전이되어 나타난다. 속으로 “내 부모는 그렇게 못했으니, 내 아이만큼은 절대 힘들지 않게 해야지”라는 심리가 생겨 자녀의 사소한 불편에도 과잉 반응하기 쉽다. 하지만 부모 역시 불안정한 정서로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 자녀도 불안정한 정서를 경험한다.


결국, 원가족 부모와의 미해결 문제는 자신이 부모가 되더라도 감정 조절 문제, 경계 설정 실패, 애정 결핍과 과잉보호, 부정적 대화 패턴의 반복, 불안이나 죄책감의 전이 등을 통해 부모 자녀 관계 속에서 그대로 나타나 세대 간 전이로 이어진다.



가족은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만약, 성인기 부모라면 원부모와의 갈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부모를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장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즉, 부모와의 미해결 과제를 자기 성찰과 변화를 통해 자신은 성숙한 성인 자아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알아보자.




첫째, 자기감정 인식과 분화 훈련

부모와의 갈등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내 감정”과 “부모의 감정”을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두 감정을 분리하면 부모의 말이나 태도에 과도하게 휘둘리지 않는다. 문제 역시 부모의 것인지 내 것인지 분명하게 소유를 가리게 된다. 만약, 부모의 문제라면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나의 삶으로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만약, 여전히 부모가 비난한다면, “그것은 부모의 감정이지, 내 감정이 아니야. 내 가치와 같지 않을 뿐이야”라고 명확하기 구분해야 한다. 이럴 때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일기 형태로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둘째, 과거 경험의 재해석

갈등의 원인이 “부모의 잘못”이라고 해도, 한쪽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 경험이 내게 어떤 의미와 교훈을 남겼는지 해석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피해자의 사고에서 벗어나 주체적 사고로 성장하는 길이다. 만약, 부모의 지나친 통제가 평소 답답했다면 그 덕분에 자신은 타인에게 자유와 독립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과정이 어렵다면 상담을 받거나 관련 책을 읽거나 조용히 명상을 통해 어린 시절 상처를 떠올리며 재해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셋째, 자기만의 가치와 생활 방식을 확립

부모와의 갈등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더라도 성인이 되었다면 부모의 기준에 따라 내 삶을 만들 필요는 없다. 즉, 내 인생의 기준으로 삶을 채워야 한다. 성인 자아로서 독립적인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원부모와 다르게 살아야 한다. 이때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나 자신을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에 따라 직업이나 양육 방식에 따라 내 삶이나 자녀를 돌보지 않아도 된다. 자기 인생과 새로운 내 가족은 원부모의 기대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면 된다. 특히, 배우자와 자녀로 구성한 새로운 가족 역시 원가족이 되므로 “우리 가족만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부모 세대의 부정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으려는 노력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칠 때 원부모와의 관계에서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있었더라도 자기 성장을 이루고 건강한 성인 자아를 지닌 독립된 인격체로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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