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관계를 끓어 내는 중년의 힘

나를 소모시키는 사람은 가감하게 정리하는 편이 낫다

by 오로라

긴 추석 연휴가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간 새로운 첫 주였다. 누군가에겐 가족들이 함께 하는 명절이 즐거운 시간이지만 또다른 이에겐 괴로웠을 지도 모르겠다. 불편한 마음으로 대면하느니 차라리 가족들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고 혼자 보낸 사람도 있었다는 기사도 접했다.


나이 들수록 인간관계가 편한 사람만 만나는 예가 많다. 우리나라 포함 동양 문화에선 인성을 인간관계의 폭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인성을 소유한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때문일 수도 있다.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계속 불편하다면 관계의 질을 살펴봐야 한다. 나 역시 조금 더 가까워지면서 상대방의 행동이 파악되면서 정신적 피곤함을 느낀 경우가 있었다. 상대가 호의로 하는 말 속에 때때로 강한 자기 주장이나 통제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정작 상대는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함께 식사를 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권하는 정도가 아니라 강권하며 건강 관련 영양소나 이유를 교육하듯 설명한다. 불편한 마음에 무엇을 먹든지 자신이 좋은 것을 먹고 소화만 잘 시키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각자 편한 것을 먹으면 될 일이라고 여겼다.


평상시 식사는 가급적 천천히 하는 편이라 빠른 속도로 먹는 사람과 마주하면 불편할 때가 있다. 또한 과식이나 폭식, 야식을 하지 않는다. 이런 내게 자꾸만 많이 먹으라며 '밥이 보약이다'라는 식으로 정보를 늘어놓으면 인상이 지푸려지고 조금씩 상대의 말이 귀에 거슬리기까지 한다.


"밖에 나오면 너무 맛있어."


이런 식으로 뷔페식당에서 여러 번 접시를 비우면서 평소엔 아침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까지 할 때면 도무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네. 그렇군요. 잘 드시면 좋죠."


이렇게 반응했지만 계속 불편했다. 나름 왜 그런지 개인적 이유를 내 안에서 찾아 보려 애썼다.


"다리 꼬지 말고."


혼자 생각에 잠시 빠지면 습관처럼 앉는 자세다. 이 자세를 보고 또 한 마디를 하는 상대 때문에 다리는 풀었다. 그러나 계속 불편한 마음이 들어 자리를 뜨고 싶어졌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날, 사사 건건 높은 자의식을 보인 상대방에 대해 나도 평가한다. 자신의 생각과 말이 다 옳은 것이 아니란 사실을 왜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인간관계는 그래서 더 어려운 모양이다. 보통 관계에선 내 말이 옳다고 해도 상대방 입장이 다를 수 있어 강한 주장을 하지 않기 마련이다.


스스로 사교적이라며 연신 자기 자랑을 하며 합리화하는 상대방에게 조금씩 정이 떨어진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남이 보는 내 모습을 지나치게 신경쓸 필요는 없지만 그 역시 나(self)인 것은 맞다. 그래서 우린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르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그런 성찰의 시작이 없다면 관계는 불편하다.


사람은 내가 보는 나(self)와 남이 보는 나(self)가 합쳐져야 자기 객관화가 된다. 즉, 참 자기와 거짓 자기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마음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


내 안에 나의 생각만 가득 담아도 안 되지만 상대에게 자기 마음을 넣어주려 해도 안 된다. 공감이 어려운 이유다. 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공감하는 척이라도 하려면 관계 기술을 억지로라도 학습해야 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 당행이지만 더 나빠지지 않은 관계를 위해서이다. 즉, 관계의 기술을 배우고 익혀서라도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야 남으로부터 덜 버려진다.


인간은 혼자 살수가 없기에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나와 타인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이다. 철학 못지않게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와 너가 모여 우리가 된다.

우리를 알기 위해선 먼저 나를 알아야 하고, 나를 알아야 너가 보인다.

우리에 지나치게 빠져 있으면 내가 사라진다. 나에 빠지면 너를 보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같이 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나와 너를 보야야 할 것이다.


한국을 좋아하는 서양인 중에서 자신의 모국어엔 없는 '우리'라는 한국말이 좋다는 이야기를 한 기사를 봤다. 우리는 나의 것도 우리의 것이라고 말하는 문화가 있다. '우리집, 우리학교, 우리엄마' 등등 너무나 익숙한 표현이다.



'괜히 만났네.'


누군가 만나고 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그와는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관계의 문제는 어렵다. 갈등의 문제가 일어자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상황이다. 만약, 그런 대상이라면 때때로 조용히 관계를 끊어 버리는 편이 낫다. 갈등을 풀지 못하더라도 내 정신 건강은 지킬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주거 공간을 자주 정리정돈해 안정감을 유지하듯이 인간관계 역시 필요에 따라 정리해야 한다. 적당한 거리두기, 이별, 관계 단절 등 관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추석 연휴 동안 인간 관계를 물건을 정리하고 분리수거하는 것처럼 쉽게 설명한 심리상담자가 쓴 한 권의 책을 읽었다.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png 출처 : 예스 24.

저자 소개를 보니 타이완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상담자, 작가,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느껴져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목차부터 살펴보았다. 또하나 흥미로운 것은 서문의 제목이었다.


'너무 애쓰지 마세요'


인간관계도 집과 같아서 정기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책 제목이 다소 길었지만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함축적으로 담긴 듯해 첫 장부터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기로 했다. 중년이 되면서 불편한 관계는 더 힘이 빠진다. 노년으로 가면서 약해지는 신체와 부족하기 쉬운 활동 에너지를 그런 곳에 할애할 이유는 없다.


인간관계는 상호 존중이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멀리하는 편이 최선의 선택이다.


지난 달에 읽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라는 책의 내용이 떠오른다.


당신이 옳다.png 출처 : 예스24.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 (p.122)


'정신과 의사는 사람을 척 보면 아는 점쟁이가 아니다. 어떤 상황을 보면 곧바고 전문적인 해석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중략) 찬찬히 묻지 않고 자세히 살피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을 재단하는 건 선무당이나 하는 짓이다.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 현상만으로 한 존재를 해석하고 판단하고 규정한다면 그건 선입견이나 편견을 바탕으로 넘겨짚은 것이기 쉽다.' (p. 123)


나에게 불편한 사람은 누구이고, 왜 그럴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곰곰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번 주는 추석 연휴처럼 자주 비가 내렸다. 비가 오는 날은 이동이 불편하다. 하지만 비가 오고 난 뒤 맑게 갠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다. 이처럼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인간관계는 정리하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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