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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Sep 25. 2023

부다페스트를 떠나 헝가리 아름다운  마을들을 찾아가다.

부다페스트 20일째 : Balaton(벌러톤) 호수를 향해 가다.

2023년 5월 11일, 맑음


오늘은 이십 여일 간 머물렀던 부다페스트를 떠나는 날이다.


공항에 들러 사흘간 사용할 자동차를 렌트를 했다.

peugeot의 귀여운 소형 자동차를 2박 3일 간 빌려 타고 우리는 곧장 Balaton(벌러톤) 호수를 향해 떠났다.

부다페스트에서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중간중간 고속도로 휴게소도 보이는데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주유소가 있지만 한국의 휴게소처럼 눈요기할 수 있는 다양한 가게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휘발유 가격은 대부분 2,000원이 넘으니 한국보다 비싼 편이다.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 Balaton 호수로 가는 길에 외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성이 있는 'Szekesfehervar(세케스페헤르바) 마을'과 역사가 담긴 아름다운 마을 'Tihany(티허니)' 그리고 와인 농장이 유명한 휴양지  'Budaczony(부더소니)'마을을 들러가기로 했다.

우리가 Balaton호수를 방문하는 이유는 헝가리에는 바다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큰 호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이며 중부유럽에서 가장 큰 호수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벌러톤 호수는 지역의 강수량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하는데 이 지역은 헝가리의 다른 지역보다 강수량이 약 5~7cm 더 많고 흐린 날이 훨씬 많다고 한다. 

또한 Balaton 호수 주변은 또한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마을을 형성하기도 했는데 지중해와 같은 기후와 화산암으로 인해 2천 년 전부터 이 지역은 유명한 와인 생산지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갈대로 둘러싸인 호수 주변은 아름다운 자전거길로 이어져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것도 좋은 여행 코스일 것 같다. 

우리는 아쉽게도 이 호수를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볼 수밖에 없었는데 호수를 향해가면 갈수록 흐려지더니 결국 비가 내렸기 때문이었다. 




공항에서 출발해 한 시간쯤 운전하니 Szekesfeherva 마을이 나온다.

곧장 'Bory castle'로 향했다. 이 성을 직접 지은 사람이 바로 'Bory'인데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성이다.

보리 캐슬은 조용한 마을, 골목길 한쪽에 있었는데 'Bory castle'이라는 조그마한 팻말이 있을 뿐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갈 정도다. 

다행히 예닐곱 정도의 자동차가 주차할 수 있는 공용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구로 향했다.


이 성의 역사는 1912년 Jenő Bory가 Székesfehérvár 근처의 Maria Valley에 있는 1 에이커의 땅을 구입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보리 성 입구의 보리 동상

처음에는 와인 저장고만 만들고 그곳에서 여름휴가를 보냈지만 그는 마음을 바꿔 성을 짓기로 시작했는데 그는 이 성을 자신의 예술 작품으로 생각하고 지었다고 한다.

이 성은 로마네스크, 고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 양식이 독특하게 결합되어 있는데 1923년부터 40여 년간 주로 두 손에 의지해 혼자 일했고 그의 제자들에게 도움을 받은 적은 몇 번에 불과했다. 

실제로 이 성은 '혼자서 지은 가장 큰 건물'로 '기네스 북'에 올라있기도 하다.

그는 자격을 갖춘 건축가였지만 이 성을 지을 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짓기보다는 자신의 상상력을 믿고 지었다고 한다. 

성 내부로 들어가자 과연 소문 대로 성이 무척 아름답다.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프랑스식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잔디와 꽃들 그리고 잘 조경된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자그마한 공원을 만들고 있었다.

특히 이 성에서는 많은 조각상들을 볼 수 있는데 헝가리 과거의 영웅과 왕들, 그리고 음유시인들의 조각상들이 하얀색 기둥의 궁정 복도에 위엄 있게 서있다.

특히 곳곳에 아름다운 여인의 조각상과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바로 그(Bory)의 아내(Ilona Komócsin)이다.

보리의 아내

그는 아내와 사별 후 사랑했던 아내를 잊지 않기 위해 성의 여기저기에 그녀가 좋아했던 작품들과 그의 아내를 그린 조각상과 그림들로 가득 채워놓았다.

성의 내부 한쪽에는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 공간도 있는데 다수는 아내가 그린 그림이었고 그의 친구( Ede Balló)가 그린 그림들도 함께 전시되고 있었다.

갤러리

다른 성에 비해 넓지 않은 아담한 성이지만 무척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성처럼 느껴지는 걸 보니 아내에 대한 영원한 사랑과 그의 예술적 꿈을 이 성에 모두 쏟아부은 것 같다.

Bory는 정말 낭만적인 남편이었으며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남편이었음을 성을 둘러보는 내내  느낄 수 있었으며 이런 남편을 둔 그의 아내 또한 행복한 여인이었음에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건축가, 프로젝트 감독자이자 석공이었던 그(Jenő Bory)는 일생 동안 자신의 기념물과 박물관을 이렇게 아름답게 걸작으로 남겨놓은 인물이었다.


성 안에는 두 개의 타워가 있다.

타워를 오르면 평원 너머까지 멀리 볼 수 있으니 이 두 개의 타워들은 이 성을 지키는 요새로서의 타워 역할도 했을 것 같다. 또한 Székesfehérvár 마을의 확 트인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볼 수 있고 아울러 타워에서 내려다보는 성 내부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독특한 내부 구성과 아름다운 건축물로 오래 기억될 성, Bory castle이다.

두 개의 타워와 타워에서 본 마을 풍경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성을 떠나 이젠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마을 '티허니(Tihanyi)'를 찾아간다.

티허니 마을은 헝가리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보석과 같은 아름다운 마을로 알려져 있다. (사실 헝가리에는 바다가 없다)

티허니(Tihanyi)는  벌러톤(Balaton) 호수 북쪽에 있는 마을로 마을 전체가 역사지구이며 1952년 헝가리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헝가리에서 주민들의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고 집 값이 가장 비싼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티허니 마을

마을로 들어섰다. 

여행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의외의 한적함에 잠시 놀랐다. 

티허니 마을

마을을 걸어 다니며 둘러보기 위해 주차를 하려고 유료 주차장에 들렀는데 시간을 정해 동전이나 카드로 미리 돈을 지불하도록 되어있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동전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아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려고 했으나 웬일인지 신용카드가 읽히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마을 구경을 마치고 온 부부가 그들이 가진 동전으로 우리를 위해 대신 흔쾌히 값을 치른다. 

우리는 지폐로 그 값을 드리려고 했으나 극구 사양을 한다. 

그냥 헤어질 수 없어 우리가 갖고 있는 한국 전통기념품을 선물로 건네자 무척 좋아하셔서 그나마 마음이 편해진다. 

헝가리 여행을 하며 친절하고 고마운 분들을 많이 만난다.


티허니 마을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수도원 'Benedictine Tihany Abbey'이다

바로크 양식으로 되어 있는 수도원 'Benedictine Tihany Abbey'는 이 마을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역사적, 예술적으로 유명한 수도원이다.. 

이 수도원은 엔드류 1세(Andrew I)에 의해 1055년에 지어졌으며 수도원 지하실에 있는 그의 무덤은 지금까지 보존된 유일한 중세 헝가리 왕의 무덤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언덕을 올라 도착해 만나는 수도원이 하필 공사 중이다.

유럽 여행 중 찾아가는 명소들마다 공사 중인 곳이 왜 이리 많은 건지...ㅠㅠㅠ

하는 수 없이 수도원 주변을 산책하는데 수도원에서 바라보는 벌러톤 호수는 장관 그 자체였다.

티허니 수도원(Benedictine Tihany Abbey)
벌러톤 (Balaton) 호수


벌러톤 호수가 헝가리의 바다라고도 불리는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조용한 봄이 지나 여름이 되면 이 호수가  수영과 서핑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또 이곳은 '메아리 (Echo)'로 유명한 마을이라고도 하는데 실제로 '티허니 언덕'이라고 알려진 장소에서 수도원 방향으로 소리를 지르면 수도원 북쪽 벽까지 소리가 울렸을 정도니 실제로 시인들은 이 마을의 메아리에 대해 시를 쓸 정도였다고도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그곳에 유치원이 세워지고 상가들까지 들어서면서 효과가 크게 줄어 메아리 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져 많이 아쉽다. 

혹여라도 추운 날이면 아직도 조금은 들을 수 있다고도 하는데... 확인을 못하니 아쉽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니 에코 언덕이 보이는데 귀엽게 생긴 레스토랑도 함께 있다.

에코(메아리) 언덕


티허니 성당 주변을 산책한 후 마을로 내려왔다.

이곳에는 박물관 특히 인형박물관(Babamúzeum)이 유명한데 비수기인 탓인지 문이 닫혀있다. 

하지만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만나는 마을의 집들이 정말 아름답다. 

돌벽에 심어져 있는 꽃들과 아직까지도 짚으로 지붕을 이어 만드는 전통을 고수하는 집들, 집 마당을 아름다운 꽃들과 식물들로 아름답게 꾸며놓은 정원들 모든 게 다 사랑스럽다. 

어느 길, 어느 골목을 걸어도 돌담과 돌길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과 울창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길을 선물하고 있다.

또한 이 마을은 라벤더(Lavender)가 유명하다더니 라벤더가 재료로 된 상품을 많이 팔고 있는 게 보인다. 라벤더 맥주도 있다. ^*^

집 앞 화단에도 라벤더가 있더니 가게도 라벤더 색으로 단장을 한 가게가 있다.

또 말린 붉은색 파프리카(Paprika)로 입구와 지붕을 모두 덮은 독특한 가게도 보인다.

마을 아래로 걸어 내려가 호수 근처까지 가본다.

거리에는 가끔씩 차들만 오갈 뿐 사람을 만날 수 없다. 적적하고 적막한 이 거리의 분위기를 꽃들과 나무들이 텅 빈 거리의 외로움을 채워주고 있다.

한참 동안 호수 근처 벤치에 앉아 잠시 멍을 때리다 일어섰다.

갑자기 몰려오는 내게 잠재된 모든 감정이 뒤섞인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분과 느낌이다.


매혹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이 마을 티허니 여행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일상의 번잡함과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나를 멀리 데려다준 마을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주변에도 이런 마을이 하나쯤 있다면 좋겠다.


티허니 마을을 떠나려는데 고맙게도 오늘 묵을 숙소의 주인에게서 '2023 뚜르드 헝가리(Tour de Hongrie)'행사관계로 Keszthely(케스트헬리) 마을에 도로가 차단된 곳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연락이 왔다.

이 행사는 헝가리에서 열리는 국제 자전거 경주대회로 5월 10일부터 닷새간 879Km의 대장정 자전거 대회인데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우리가 묵을 숙소가 있는 Keszthely마을을 지나며 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3 Tour de Hongrie경로

유명한 자전거 경주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이 불확실하고 또 도로가 통제될 것 같아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호수 전체가 갈대로 덮여있어 장관인데 그 옆은 자전거 도로가 멋지게 만들어져 있다. 

호수를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멋지다.


우리는 호수 주변을 여유 있게 드라이브하면서 와인농장이 많은 'Budacsony(부더소니) 마을'로 가기로 하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얼마나 바람이 심하던지 맞은편 도로가에는 커다란 나무가 뿌리째 뽑혀 도로를 막고 있다. 

방금 전에 일어난 재해(災害)인가 보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들이 이 위험한 도로 상황을 잘 피해 가야 할 텐데 걱정도 된다.

바람으로 나무가 뽑혀 한쪽 도로를 막고 있는 상황


벌러톤 호수 산꼭대기 마을인 Badacsony에 도착했는데 이 지역은 화산 활동이 생겼던 지역이라 독특한 지질학적 유물이 많은 곳이다.

기후는 온화하고 상대적으로 습도가 높으며 특히 벌러톤 호수가 근접해 있기 때문에 남쪽 경사면이 호수 표면에서 반사되는 태양광을 받아 포도 재배에 이상적이라고 한다. 

그 이유로 대부분 산 높은 곳에 와인 농장들이 모여있고 농장마다 와인 가게와 레스토랑들이 많은 곳이다.

헝가리는 Tokaj와인이 유명한 줄 알았는데 Badacsony 와인도 유명하다는 걸 이곳에 와 알게 되었다.

직접 걸어서 언덕까지 올라가는 길 양 옆엔 와인 농장이 펼쳐져 있어 풍경도 아름답다. 

Badacsony 와인 농장

하지만 몇 걸음 걷다가 비 오고 바람이 거세게 부는 탓에 차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역시 날씨 탓인지 많은 와인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날씨 때문에 좋은 와인맛과 아름다운 체험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 마음 한 편으로는 속상하기도 했다.



빗속을 달려 마침내 우리의 숙소가 있는 'Keszthely(케스트헬리) 마을'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사시는 주인 할머니께서 숙소까지 오셔서 직접 우리를 맞아 주시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을 해 주신다.

그러시며 우리가 숙소를 떠나는 날에도 오후 늦게 떠나도 된다며 서두르지 말라고 해주신다. 하지만 우리는 바르샤바행 비행기가 낮 12시라 늦어도 아침 8시에는 출발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니 서운해하신다. 

우리도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이 주택을 단 이틀만 머물다니 아쉽다.

비록 외관은 오래되었지만 집 내부는 주인의 개성을 살려 아늑하고 아름답게 꾸며놓고 살고 있다.  

이런 주택들이 유럽인들이 사는 주택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이 숙소에 들어서니 내 집에 온 듯 정겹고 마음이 포근하다. 

Keszthely 마을 숙소

여전히 보슬비가 내린다.

발코니로 나가 마을을 내려다보니 정말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다. 

숙소 발코니에서 본 거리

내일은 비가 그치고 햇살 환한 날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마을 'Keszthely(케스트헬리)'가 지닌 아름다움을 충분히 뿜어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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