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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소 Jul 30. 2021

와인로드를 따라가며 경험한 잊지못할 추억들

Gombori pass, Telavi, Khareba Winery 방문

시그나기에서 이틀째 맞는 아침이다.

벌써 주인아주머니는 우리의 아침식사를 준비해 놓으셨다.

어젯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예정이라는 우리의 말에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셨나 보다.

마음이 흐뭇할 정도로 넉넉한 아침식사는 맛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독특한 맛의 치즈들과 하차푸리, 맛있게 구운 여러 종류의 빵들과 달걀, 커피, 그리고 과일까지...

아침식사로는 위장(胃腸)에 부담되는 식사일 수 있었지만 주인아주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조지아의 정성스러운 전통음식은 우리의 입맛을 그대로 저격했다.

극진한 아침 식사 대접을 받은 우리는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 한국에서 가져온 한국 전통모양의 복주머니를 몇 개 드렸다.

복주머니를 받아들며 매우 흡족해 하시고 마을 아주머니들에게도 자랑을 할 거라며 좋아하신다.  주고받는 기분이란 이런 거겠지?


모처럼 기분 좋은 배부름으로 배를 채우고 길을 나섰다.

풍성한 아침식사



시그나기는 작은 마을이지만 주변에는 수도원을 포함해 와이너리는 물론 방문해볼 가치가 있는 장소들이 많은 곳이다.

오늘은 카헤티주의 와인로드를 따라 Gombori pass와 Telavi 그리고 와이너리(winery)를 방문할 계획이다.


Gombori pass로 출발~~!

숙소로부터 약 1시간 40분 정도 운전을 해서 가는 이곳은 한마디로 곡예 운전을 해서 가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끝도 안보이는 구불구불한 길을 정상까지 한참이나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운전이 능숙하지 않으면 이 길을 운전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심지어는 360도 가까이 급격한 회전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대신, 급격한 고도, 그로 인해 따라오는 기압의 변화에 자신 있게 적응할 수 있다면 Gombori pass는 조지아의 여행 중 반드시 방문해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 사실은 Gombori pass로 가는 길은 힘든 운전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길 양쪽 모두 초록이 우거진 나무들과 정원이 펼쳐져 있어 운전자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있다는 것이다.

초록색을 보면 눈이 편안해진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 이유때문인지 눈이 시원해지고 선명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올라갔다.

곰보리 패스 가는 길

 


드디어 약 해발 1620m 높이에 위치한 Gombori pass에 도착헤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 그대로의 장관을 자유롭게 누리고 있다.

푸른 초원에 자리한 한적하고 아늑한 마을들, 변화무쌍하게 펼쳐져 있는 알라자니 평원과 계곡, 그리고 지붕처럼 드리워진 코카서스 산맥까지...

한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웅장한 경관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울러 파노라마처럼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을 정상에서 내려보는 느낌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을 느끼게도 했다.


' 아~!  이래서 이렇게 높은 곳까지 가파른 길을 운전해 오는구나!

경외스럽기까지한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하고 자연 앞에 겸손해짐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신기하고 진기한 이 풍경을 보고 감동을 얻기 위해 힘든 여정을 감행하는구나!'


Gombori pass

우리는 곰보리 패스의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한참 동안 아무말 없이 시간을 보냈다.

이 느낌을 오래 기억하고 이 순간을 깊이 간직하기 위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눈과 가슴에 담는다.



곰보리 패스 정상에서 내려오니  아주 귀엽고 소박한 카페(?)가 운영중이었다.  그 앞에선 순둥이처럼 고분고분하게 생긴 몸집 큰 개가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어서오라는 눈길로 쳐다본다.


생각해보니 조지아에서 자주 눈에 띈 것은 거리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개들이었다.  대부분의 개들은 공공기관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예방접종을 시킨 후 그걸 증명하는 목걸이를 개들에게 달아주기 때문에 개들은 목걸이를 하고 있었고 어떤 개들은 귀에 칩(chip) 같은 것도 꽂아져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모든 개들이 무척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른 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개들에게 다가가 쓰다듬어주고 귀여워해주면 개들도 좋다고 꼬리를 흔들면서 반응한다. 서로를 믿고 다가가는 모습이 무척 나에겐 새롭게 보였다.

사람끼리가 아닌 사람과 동물사이도 이렇게 믿고 다가가는데 우리가 사는 곳의 사람들끼리는 어떤가!

불신 속에서 서로 삭막해진 사회가 되어린 상황이 부끄러워진다.


'Gios Herbal Tea"라는 작고 아담한 카페는 바람을 맞아 차가워진 우리의 몸을 녹히기에 충분한 안식처였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카페 내부를 둘러보니 세계 여러 나라의 지폐들이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재밌다. 그러고 보니 한국지폐도 보인다. 누군가 기부를 했나? ㅎㅎ


차갑던 몸이 데워지고 마음이 진정되니 카페 앞 커다란 나무에 걸려있는 그네가 눈에 들어온다. 무섭지만 타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한 걸까?  장난 삼아 타보는데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네를 타려니 제법 스릴도 있다.

어릴 때 놀이터에서 탔던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난 그네 타는 걸 여전히 무서워한다.

곰보리 패스입구의 카페와 개, 그리고 나무그네

                                                        



곰보리 패스 건너 맞은편 초원에서 어서 오라고 우릴 유혹한다. 결국 우리는 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맞은편 산등성이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곳은 방금 전 다녀온 곰보리 패스의 정상보다는 높지 않고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길이라서 그런지 인적이 아닌 말이 지나간 자취들과 알록달록한 야생화들이 우릴 반긴다.

야생화를 꺾어 무심하듯 나에게 건네주는 남편이 새삼스럽다.

곰보리 패스에 핀 야생화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한참 걷다 보니 허기가 진다.

숙소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열어 조용하고 넓은 초원에서 자연과 더불어 함께 식사했다.  그 자연은 바람소리에 스며든 고요함과 평화로움이었고 다시 느껴보기 힘든 자연의 신비함이자 경이로움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시 멍- 때리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점점 바람이 거세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진다.

한참을 걸어 올라왔는데 내려가야 할 길이 까마득했다. 이곳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보니 날씨 변화가 심한 걸 알았어야 했는데 미처 알지 못하고 준비 없이 올라온 탓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렇듯 갑작스럽고 당황스런 상황도 그저 스쳐지나가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함을...

그게 여행의 묘미니까! 그게 인생이니까!


결국 우리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달려 내려가야 했다, 한참 동안이나.....

하지만 비에 젖은 몸으로 숨 가쁘게 차에 올라타니 곧바로 비가 언제 왔냐는 듯 해가 난다.

헐~~

서로 어이없는 이 상황에 마주 보고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이제 코카서스 산맥 기슭에 위치해 있는 도시 텔아비(Telavi)를 향해 출발이다.

고대의 텔아비는 동서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로 893년에 설립된 도시였다. 17세기에는 카헤티왕국의 수도로써 크게 번영했으며, 18세기에는 트빌리시에 이어 제2의 도시라고 할 만큼 번성을 했다고 한다.  

현재도 텔아비는 카헤티주의 중심 도시이자 행정 중심지이며 약 2만 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다.     

도시 텔아비에 도착하니 독특한 고상하고 품위를 가진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과거의 번성했던 시대를 연상케 하는 오래된 건물과 한편으론 세련된 도시의 면모를 갖추려는 현대식 건물이 조화를 이루어 정갈한 중세 특유의 도시 경관을 이루고 있었다.

텔아비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언덕에 우뚝 서있는 에레클2세( King Erekele 2)의 동상이었다. 마치 텔아비를 수호하듯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며 큰 칼로 호위하고 있었다.                       

                                            

에레클2세( King Erekele 2)동상

실제로 텔아비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에레클2세( King Erekele 2)가 다스리던 시대(1744~1798)였다.  그는 이 도시를 문화 중심지로 발전시켰으며 그가 이루었던 개혁은 주민들의 모든 삶(정치, 경제, 문화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주민들은 에라클2세를 지금까지도 다정하게 애칭을 사용하여 "Patara Kakhi (little kakhetian 리틀 카헤티안)"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그의 영웅적인 행적들은 왕궁 내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었다.   

백성들이 수백 년 전의 왕의 업적을 기리며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칭송하는 왕, 심지어는 왕을 애칭으로 부르며 주민들 곁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왕이 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될까?

한 나라의 지도자란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조지아 인들이 추앙하는 왕, 에레클2세( King Erekele 2)가 더욱 위대하게 여겨진다.

에레클2세( King Erekele 2)의 왕궁 외관과 왕궁 내 박물관입구

왕궁과 박물관을 잠시 방문했다.

넓고 깨끗하게 정비된 왕궁과 청동기 시대의 유물부터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에는 그 당시 사용했던 토기와 장신구, 무기 등이 전시되어 텔아비의 전통과 역사를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박물관을 나와 거리를 잠시 산책하기로 했다.  역시 카헤티의 중심 도시답게 메인 거리에서의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여성을 위한 옷 가게와 화장품 가게들 그리고 공공건물도 들어서 있다.

오고 가는 사람도 많아 모처럼 느껴보는 도시의 활기다.


좁은 골목에 들어서자 어디선가 쇼팽의 연습곡(Chopin Etude)을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음악학원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거리에서 듣는 쇼팽의 피아노곡이 오늘따라 더 낭만적이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이곳 텔아비에서 국제음악축제(International music festival)가 열렸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인구도 적은 이 곳에서 대규모의 세계적인 음악축제가 열린 걸 생각하면 이 도시에는 틀림없이 낭만이 스며있는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낭만 도시 텔아비는 내 취향이다.


한참을 걸었을까?

이 도시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상징목(木) 자이언트 트리(Giant plane tree)를 만났다. 플라타너스이다.

나이가 무려 900살이 되었을 뿐 아니라 거대한 고목으로 높이가 무려 46m나 된다. 과거 이 나무 아래에서 시인들과 작가들 그리고 그 당시 유명한 그루지야 인들이 저녁식사를 하던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 대신 그늘 아래 개들이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고목 아래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도 하는데.... 그럼 나도 빌어볼까?

어느 곳이든 마을을 지키는 고목은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나 보다.

자이언트 트리(Giant plane tree)

                                                                      



이제 텔아비를 떠나 와이너리로 갈 계획이다.

그곳까지 가는 길 내내 코카서스 산맥은 우리를 마주보고 함께 여행 중 이었다.

코카서스 산맥이 병풍처럼 세워진 길을 따라 와이너리로 가는 길


얼마나 운전했을까?

자동차 창으로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수도원이 우릴 멈추게 했다.

운전을 하며 마주친 Gremi's Archangels' complex

조지아를 운전하다 보면 수도원을 많이 보게 된다.

만나는 수도원마다 방문하기엔 그 수가 너무 많아 우리 여행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어 방문 예정인 수도원이 아니면 들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방문 계획이 없었던 수도원이었지만 성스럽고 예스러운 풍취에 꼭 들러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본 성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채였기 때문이었다.

직접 도착해보니 이곳은 정통 수도원이 아닌 과거 그레미(Gremi) 마을의 유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복합 단지였다.


Gremi's Archangels' comp;ex

 

 Gremi는 16~17세기의 카헤티 왕국의 수도였다.  레반왕이 설립한 이 도시는 페르시아의 침공으로 파괴될 때까지 실크로드 역할의 활기찬 무역도시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마을은 과거의 번영을 되찾지 못했고 17세기 중반에 그들의 수도를 Telavi로 옮길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Gremi 마을이 되어 버렸다.

지금 남은 것은 시장, 목욕탕, 궁전의 일부 폐허뿐이고  이 단지는 요새, 타워, 궁, 그리고 교회로 구성되고 있었다. 교회의 내부는 17세기의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어 있어 작은 그레미 박물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곳은 고고학적 유물과 마을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조지아에선 2007년부터 유네스코에 등재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마을이다,

그레미 타워에서 내려다 본 마을


요새를 따라 걸으니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드넓은 평원에 들어서 있는 마을이 참으로 평화롭고 편안해 보인다.

지금은 아스라이해진 마을이지만 우뚝 선 성채의 모습은 여전히 과거에 번창했던 도시와 왕의 굳건한 기상과 위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서둘러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 Khareba Winery로 출발했다.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보고 그냥 지나치랴!

도대체 와이너리가 왜 이리도 많은 건지,,,,

사실, 조지아의 남자들에게서 와인을 빼고는 이야기 할수 없다. ‘신의 음료수'라고 부를 정도로 조지아에서는 와인을 신이 선물한 최고의 음료수(물)라고 칭송하며, 전쟁에 나가서는 힘과 용기를 주는 신비의 음료로 사용 되어 왔으니 와이너리가 널려 있는 것도 당연하다 싶다.


방문 예정이었던 와이너리가 아닌 또 다른 유명한 와이너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오자 우리도 모르게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와이너리의 이름은 'Kindzmarauli Corporation(winery)'이었다.


킨즈마라울리(Kindzmarauli Corporation)는 카헤티 크바렐리에 위치한 양조장으로 높은 수준의 와인을 생산해 19개국에 수출하는 와인 공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공장에서는 유럽식 방법과 전통적인 그루지야 방법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이곳을 견학은 하지 않고 와인 몰(mall)과 양조장 주변을 잠시 둘러보고 나와야 했다.

Kindzmarauli corperation 외부

                                                                       

Kindzmarauli Corporation 와인 생산 공장 내부


결국 우리는 여러 곳을 거치고 거쳐 오늘 마지막 방문지인 '카레바 와이너리 Khareba Winery'에 도착했다.

크바렐리 마을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카레바 와이너리는 조지아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와이너리 중의 하나라고 한다.

와이너리 입구에 들어서니 규모가 꽤 큰 와이너리임을 짐작케 했다. 무려 천 헥타르가 넘는 포도농장을 갖고 있고 이 외에 15개의 터널이 있는데 그 중 두 개의 주요 터널은 서로 평행하게 놓여있다고 한다. 이 터널은 길이가 800 미터이며 길이가 각각 500 미터인 다른 터널과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와이너리 체험 코스를 선택한 후 입장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방문객들을 위한 서비스였을까?

조지아의 전통 복장 '초카'를 입은 나이 지긋한 남성 다섯 분이 나오셔서 전통악기(Bukna)를 반주삼아 굵직한 목소리로 오중창을 한다. 조지아의 민속노래인 듯 한 이 노래는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흥겨운 노래였다.

와이너리 입구에서 노래를 하는 남성 오중창단

 이곳은 바위로 만들어진 인공 터널인 와인 터널로 유명한데 투어를 하면서 와인을 탐험하고 투어를 하면서  Tsitska, Krakhula, Kisi, Khikhvi, Saperavi 등 질 좋은  와인을 시음할 수도 있었다.

이 중 조지아의 마켓에서는 Saperavi 와인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가이드와 함께 약 1시간가량 진행되는 투어였는데 지하에 들어가니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 몹시 추위가 느껴져 입구에서 나누어 준 담요를 두르고 투어를 해야 했다. 터널 내부는 11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가이드는 조지아 와인의 역사와  와인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종류별 어떤 특징이 있는지, 그리고 조지아 문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한다. 그리고는 조지아의 와인 제조방법은 유네스코에 등재되어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설명을 마친 후엔 치즈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따라주며 시음을 권했다.

하지만 나는 그림의 떡!

운전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 조지아 와인 대신 조지아에서 만든 치즈만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치즈를 계속 먹었는데도 전혀 짜지 않고 고소했던 치즈맛이 내 입맛에 맞아 그나마 덜 섭섭했다.  

와이너리에서 맛 본 그때의 치즈맛을 잊지 못해 한국에 돌아와서도 많은 치즈를 사서 먹어보았으나 아직까지 그 치즈맛을 찾을 수 없다.

옆에서 혼자만 와인을 마시는 남편이 내게 미안했는지 와이너리를 출발하면서 와인 한 병을 사서 선물이라며 준다. 숙소에서 함께 마시자며....

그럼 그렇지~~ㅎㅎ



                                                                  

Khareba Winery 와인터널 투어




처음 경험해본 신기하고 흥미로운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서둘러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약 1시간 정도 운전을 하니 시그나기가 보인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시그나기 성벽을 걷기로 했다.

마치 "환영합니다. 시그나기입니다."라고 환영하는 아치형 모양의 입구가 인상적이다.


아치형의 출입문이 시그나기와 잘 어울려 여행자들에게 더 설렘을 선물해 주는 듯하다.

                                                                      

길이가 약 5km, 탑이 23개인 시그나기 벽(Sighnaghi Wall)은 1770년대 에레클 2세 시대에 페르시아의 침략에 대비해 지어졌다.  

이 성벽은 여전히 카헤티 주는 물론 조지아 전역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사적인 기념물 중 하나이고 관광을 위해 벽의 작은 부분이 복원되었다고 한다.

성벽을 걸어가기엔 한 사람씩 줄지어 가야 할 정도로 폭이 좁아 답답했는데 이 좁은 성벽을 걸으면서 보이는 광활한 알라자니 평원과 코카서스 산맥은 반대로 답답한 가슴을 확 트여준다.

다행히도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가 보다. 구름에 가려 코카서스 산맥이 보이지 않을때가 많다고 하던데 우리 앞에 이런 장관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광활한 경관이 감동으로 몰려온다.

                       sighnaghi wall과 성벽과  동화 같은 시그나기 마을


성벽을 걷고 내려오는 시그나기 마을의 뒷골목은 그림처럼 정겹다. 양쪽엔 카펫을 팔고 있는 가게와 카페, 그리고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직접 집에서 만들어 나온 손뜨개 양말과 장갑, 그리고 신발들이 귀엽게 나와 있다. 내 주변에 어린아이라도 있다면 사다 주고 싶은 앙증맞은 품목들이다.

시그나기 성당


거리를 걷고 있자니 레스토랑에서 퍼지는 맛난 음식 냄새가 배고픔을 더 자극한다.

우리도 메인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가니 이미 우리 말고도 여러 팀들이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자리를 안내받아 앉아 있는데 옆 자리의 남성이 우리에게 와서 부탁을 한다.

함께 온 애인의 생일이 오늘인데 그녀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하고 싶다며 이 식당에 있는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문장을 자국어로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영상을 찍어도 되냐고 묻는다.

Why not?

사랑하는 이를 위한 의미 있는 생일 이벤트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 우리는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또박또박 한국말로 표현해 주었더니 매우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행복해한다.

레스토랑에 있는 모두가 기뻐해 주고 축하해 준 재밌는 상황이 되었다.

정말 보기 드문 독특하고 뜻있는 생일 이벤트였다.

내 마음도 따라서 행복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해주면 덩달아 내 마음도 이렇게 뿌듯하고 행복한걸~~.    왜 자주 못하는 걸까?

 '이 남성을 사랑하는 여인은 참 행복하겠다!'


시그나기는 '사랑의 도시'라고 들었는데...

이곳에 오면 모두 이렇게 사랑스러워질까?

우리는? ㅎㅎ

우리가 저녁식사로 먹고 있는 '오자쿠리(ojakhuri)'와 '송로버섯치즈구이'가 오늘따라 더 감칠맛이 난다.

사랑이 가미돼서 그럴까? ㅎㅎㅎ


시그나기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은 이렇듯 행복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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