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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Apr 19. 2022

‘주장하지’ 말고 ‘보여줘라’

자기소개서의 정석-13

 요즘 과자봉지를 뜯자마자 허탈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많다. 빵빵했던 과자봉지가 순식간에 납작해지는 탓이다.

 뜬금없는 과자봉지 타령이냐면 빵빵하게 부풀렸지만 정작 알맹이는 부실한 자기소개서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항목에 맞추어 합격에 유리할 것 같은 자랑거리들을 무작정 늘어놓는다.

 성실·열정·패기·창의성 등 기업이 중시한다고 생각하는 혹은 서류전형 합격에 유리할 것 같은 지원자의 자질을 화려한 미사여구나 수식어를 총동원해서 나열하기 바쁘다.


 그런데 정작 이를 착실히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근거나 관련된 경험은 찾아보기 힘들다. 휘황찬란한 수사를 쓱 걷어내면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다.

 반면에 합격하는  자기소개서는 굳이 성실·열정·패기·창의성 등의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와 관련한 적절한 경험들을 한 편의 의미 있는 이야기로 엮어서 조곤조곤 들려준다.



 이를테면 ‘성실한 인재’ 임을 부각하고 싶을 때 평범한 자기소개서는 “저는 성실한 사람입니다. 거의 매일 새벽같이 도서관으로 등교한다고 해서 ‘로봇’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주변에서 ‘성실함’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이러한 성실함을 바탕으로 입사 후에도 성실함으로 충만한 부지런한 신입사원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는 식으로 구체적인 사례의 접목 없이 두루뭉술하고 밋밋하게 자신을 소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구체적인 내용 없이 오직 ‘성실’이라는 단어로 도배되어 있다. 진정성이나 구체성은 보이지 않고, 허공에 ‘성실’이라는 단어만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읽는 사람이 지원자의 주장에 설득되기보다는 오히려 작위적인 인상만 받게 된다.



 그런데 합격하는 자기소개서는 굳이 ‘성실하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저는 대학교 입학 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아침운동을 걸러본 적이 없습니다. 매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학교 운동장에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 ‘OO대학 칸트’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규칙적으로 운동하다 보니 매사에 부지런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글 어디에도 ‘성실’이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다.


 특별할 것 없이, 그저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기만 할 뿐 굳이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기름기 쏙 빼듯 과장하지 않은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어서 읽다 보면 자연스레 ‘성실한 지원자’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지원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오히려 강렬하게 전달되어 온다. 때론 직설적인 웅변보다는 에두른 주장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한다. 마치 심심하다 못해 밍밍한 평양냉면인데 먹고 나니 제대로 자극받은 느낌이랄까.



 ‘나는 성실한 사람이다’라는 선언적 표현 대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읽는 사람이 ‘이 사람은 성실하구나’라고 자연스레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자기소개서가 더 한눈에 들어오고 ‘성실한 인재’라는 주장에 더 신뢰가 가는가? 이렇게 경험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곁들여지면 주장에 더 힘이 실리고 서류전형 평가위원이나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사족. 실제 'OO대학 칸트'는 서류전형을 통과해서 면접을 보러 왔다. 어땠을까?

 서둘러 결말을 소개하자면 지금은 ‘OO은행 칸트’라는 바뀐 별명으로 불리며 특유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인정받고 있는 신입사원이다.



 비슷한 예를 하나 더 살펴보자. 예를 들어 글로벌 직무에 지원했을 때 글로벌 역량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차례의 해외 어학연수와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했고, 어학성적까지 우수우물 밖 개구리가 될 준비를 마친 글로벌 인재”라는 식으로 끝난다면 아쉬운 마무리다.


 단순히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많고 어학성적이 우수하다는 것만으로 바로 글로벌 마인드를 기진 인재라는 결론으로 연결 짓는다면 지나친 비약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학연수 기간 중에 본격적인 이문화 체험이나 현지인들과의 교류를 위해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나 접시 닦기 등 유학생들이 흔히 하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길거리 댄스 홍보 아르바이트에 도전한 경험 등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덕분에 다양한 인종,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한다면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라는 주장의 설득력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단순히 “교환학생이나 학연수를 다녀왔다”가 아니라 그를 통해 글로벌 인재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자신이 성장했는지를 실제 사례를 내세워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소개서는 예화(例話)들로 빽빽할수록 좋다. 예화는 실례(實例) 들어 하는 이야기를 말한다. 

 그래서 필자에게 자기소개서 작성의 포인트를 하나만 대라면 고민 없이 ‘구체성’을 꼽겠다.

 말하자면 성격을 설명할 때 “적극적입니다. 활동적입니다”라는 식의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관련된 사례나 에피소드를 곁들여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소리다.


 이를테면 소통능력을 부각하기 위해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능력을 갖고 있는 지원자입니다. 어르신 스마트폰 활용 교육 강사에서부터 지역아동센터 교육 도우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라고 끝난다면 역시나 2% 부족한 마무리다.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강조하고자 하는 소통능력을 도드라지게끔 만드는 보다 세밀한 서술이 필요하다.


 앞의 설명에 덧붙여 “그때마다 상대방에게 보다 빨리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애창곡’ 등 다양한 연령층 별로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음악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트로트부터 아이돌 노래, 심지어 동요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를 정도로 음악 스펙트럼이 폭넓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식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제 경험이나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식이다.


 밋밋한 뻔한 이야기에 재미를 더하고 실감이 나게 전하고 있다. 여러분이 자기소개서를 읽는 서류전형 평가위원이나 면접관이라고 생각해보자. 어떤 자기소개서가 더 쉽게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가? 이해를 돕기 위해 잘못된 사례를 좀 더 살펴보자.


*문학공부를 통해 넓힌 사고력

Q: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본인은 어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의 강점은 논리력과 사고력입니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며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논리력을 길렀습니다.

 다양한 국가의 여러 텍스트를 접하며 그 속에 드러난 문화의 다양성과 각양각색 인간 군상들에 대한 이해도를 넓혔습니다.

 수업이 매번 토론과 발표 형식으로 진행되었기에 여러 학우들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고  나만의 생각을 글로 혹은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계속하여 논리력을 키웠습니다. 역사를 조망하며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비판적 통찰력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문학공부를 통해 넓힌 사고력을 바탕으로 경영학을 함께 공부하여, 기업과 사회에 대해 배웠습니다


 이 자기소개서의 문제는 무엇일까? 논리력과 사고력을 갖추고 있다는데 본인의 ‘주장’을 빼놓곤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문장 안에서 논리력과 사고력이라는 단어만 반복될 뿐이다.


*소통의 대명사, ‘심통령’

Q: 단체 활동을 하며 겪었던 갈등과 이를 극복한 경험

대학시절 제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은 ‘심통령’이었습니다. 저의 성(性)에다 ‘대통령’이라는 의미로 붙은 것입니다. 저는 학회나 동아리에서 활동할 때 학번이나 잘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와도 허물없이 어울렸습니다.

 인간관계에서는 갈등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예방하고 원만한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특히 사람들 간에 갈등이나 마찰이 빚어졌을 때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조율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점을 살려 입사 후에도 동료·선배·상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의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유했다는 자랑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지만 과연 어떤 서류전형 평가위원이나 면접관이 읽고 나서 고개를 끄덕일지 모르겠다.

 지원자가 주장하는 갈등이나 마찰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해결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렇게 추상적인 단어만을 나열해서는 누구에게도 공감을 끌어내기 힘들다.


 읽는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나 사실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저 본인의 ‘주장’에 불과하다.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나 행동이 곁들여지지 않으면 도무지 현실감은 느껴지지 않는 ‘좋은 말 대잔치’ 일뿐이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치 ‘허공에 칼질’하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랄까!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런 자기소개서는 ‘No Information’, 그야말로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간혹 자기소개서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면 면접에서 ‘신비감’이 떨어질 수 있다며 ‘감추기 전략’을 권하는 책들이 있다. 자기소개서는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소개하지 않은 ‘맛보기 용’이니 궁금하면 면접에 불러달라는 식이다.

 일종의 ‘티저 마케팅’(무엇을 광고하는지 밝히지 않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광고의 통칭)인 셈이다.



 하지만 그것도 면접에 갈 수 있을 때나 통하는 얘기다. 자기소개서에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는 지원자에게 다음은 없다. 자기소개서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면접의 기회는 가뭇없이 사라지고 취업의 문은 굳게 닫혀버린다.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도 모자랄 판에 자신을 꽁꽁 감추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자기소개서는 상징과 은유가 매력인 문학작품이 아니다.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린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글이기에 자기소개서의 핵심은 ‘구체성’이다.

 기업이 지원자 한 사람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시간은 길어야 5분 안팎이다. 그 안에서도 각각의 질문(항목)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10~15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평가위원의 눈에 띄려면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표현을 남발하기보다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는 “그림을 그리듯이 보여주는”느낌으로 써야 한다. 읽는 사람이 보는 즉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가능하면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는 게 좋고, 사례도 구체적으로 표현할수록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디테일’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디테일’(Detail)은 구체적인 내용, 자세한 정보 등을 의미하는 말이다.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봉준호 감독의 별명은 ‘봉테일’이다.

 그만큼 디테일에 강하다는 이야기다. 대학 시절 학보에 만평을 연재했을 정도로 만화 마니아인 그는 영화(연출)의 뼈대인 스토리보드를 만화 형태로 직접 그린다.


 인물의 대사와 동작, 소품, 심지어 카메라의 동선까지 꼼꼼히 그려져 있다. 이런 스토리보드를 토대로 완성된 그의 영화는 생동감 넘치는 디테일한 묘사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자기소개서에서도 읽는 사람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 디테일은 더없이 중요한 요소다. 디테일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야기를 흥미롭고 풍부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림·사진 등의 이미지 없이 자기소개서에서 말로만 설명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글자는 이미지와 달리, 비록 눈에 보이더라도 의미를 그대로 전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글자 일색인 자기소개서에는 더더욱 디테일이 필요하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는 소리다. 그래야 글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학창 시절 아르바이트’보다는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의 아르바이트’, ‘정말 힘들게 일했다’보다는 ‘하루 8시간씩 쉬지 않고 일했다’가 바람직한 표현이다.

작은 일이 큰 일을 이루게 하고, 디테일이 완벽을 가능케 한다”-데이비드 팩커드(휴렛팩커드 창업자)


 또 ‘매출이 많이 올랐다’는 막연한 표현보다는 ‘20%가 늘었다’ ‘2배로 뛰었다’, “매일 많은 손님을 응대했다”가 아니라 “매일 100여 명의 손님을 응대했다”식의 숫자를 활용한 구체적인 표현이 더 좋다.

  비슷한 맥락에서 “학창 시절 동아리 회장을 했다”라고 쓰기보다 “2019년에서 2020년까지 경영학술동아리에서 2년간 회장을 맡았다”라고 써야 한다. 그래야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강력한 설득력이 생긴다.


 이렇게 ‘숫자’는 사실감과 신뢰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또한 흥미를 유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숫자의 가장 큰 힘은 ‘구체성’에서 나온다.

 많은 또는 적은 등 막연한 수식어를 앞세우기보다는 숫자를 활용할 때 읽는 사람이 느끼는 신뢰도는 훨씬 커진다.



 숫자를 앞세워 말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왠지 더 정확해 보이고 믿음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숫자는 세게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다. 누가 봐도 명백한 숫자 앞에서는 누구나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이다.

 특히 기업은 수익을 추구하는 곳이기에 더더욱 숫자를 좋아한다.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내용보다는  숫자로 똑 떨어지는 내용을 담은 자기소개서에 더 흥미를 느끼고 시선을 돌린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수십 개국 해외여행에서 얻은 글로벌 마인드”라는 추상적 제목보다는 “30개 국가, 50개 도시 여행에서 만난 페북 외국 친구 300명”이라는 구체적인 제목에 읽는 사람의 눈길이 꽂힌다.

 1초 만에 착 달라붙고 또렷이 기억되는 숫자를 활용해서 명료하게 표현할수록 자기소개서의 신뢰도는 올라가고 그만큼 합격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참고로 아래의 자기소개서는 어떤가? 팀 프로젝트에서 주어진 과제와 진행과정에서 직면한 문제들,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 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감 넘치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때그때 직면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가는 지원자의 모습을 세심하게 그려내서 그야말로 CCTV급 리얼감이 느껴진다.


 더욱이 수치를 제시해서 소통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렇게 어떤 주장을 펼칠 때 막연하게 의견을 나열하기보다는 이를 착실하게 뒷받침하는 눈에 보이는 숫자나 데이터를 곁들이면 주장에 보다 힘이 실리고 읽는 사람의 흥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상투적인 소재에 전체적인 얼개도 단순하다. 하지만 지원자는 사실들을 촘촘히 엮어내서 철저히 디테일에 승부를 걸었다. 사람의 뇌는 추상적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보를 잘 기억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디테일의 힘이 얼마나 셀 수 있는지를 잘 웅변하는 자기소개서다.


*0.2초에 대한 도전을 통해 깨달은 품질관리 중요성(CJ제일제당 합격자)

Q: 지원한 품질관리 직무와 관련한 과목, 해당 과목을 통해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이유(본인의 강점, 관련 경험에 근거)

“2016년 9월, 품질경영 수업에서 <종이 헬리콥터 체공시간 최적화>라는 주제로 팀 프로젝트가 주어졌습니다. 3주의 시간을 주고 A4용지로 제작한 헬리콥터 체공시간(2.1초)을 뛰어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과제였습니다. 팀원들은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 팀과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팀으로 나뉘었습니다. 저는 실험 데이터를 분석해서 최적의 조합을 도출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과제는 생각만큼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3주의 기간이 가까워지면서 마음은 급해졌지만 체공시간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관점을 달리해서 종이의 재질을 바꿔보자고 제안했습니다. A4용지만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재질의 종이를 활용해 보자는 안이었습니다. 그동안 너무 제시된 문제의 틀에만 갇혀서 고민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문구점을 돌아다니면서 다채로운 재질의 종이를 살펴본 다음 그중에서 가장 체공시간을 늘리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은 종이를 선택했습니다. 또 실험의 변동폭을 줄이고자 낙하높이는 일정하게, 실험자는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결국 유산지에 클립을 장착한 헬리콥터로 방향을 정했고, 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통계 패키지를 활용했습니다. 그 결과 체공시간을 2.33초까지 늘리는 데 성공해서 팀 프로젝트에서 1등을 차지했습니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눈에 띄게 차이가 났던 1차 오차율 값과 2차 오차율 값을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불량이 없는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품질의 차이가 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품질관리 직무에 대한 역량을 개발하고자 ‘품질경영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이런 경험과 깨달음을 살려 입사 후에는 고객들이 100%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기여하는 품질관리 전문가로 성장하겠습니다” 


 다음의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Army Board'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를 통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냈는지를 마치 지원자가 눈앞에서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묘사’가 촘촘하다.

 묘사(描寫)는 그림을 그리듯이 표현하는 것이다. 묘사하듯 읽는 사람이 직접 보고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글을 써야 훨씬 더 실감 나고 한층 더 깊은 몰입감을 줄 수 있다.


 이렇게 마치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생동감과 현장감이 글에서 묻어나면 자기소개서 내용과 지원자에 대한 신뢰도는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글은 모름지기 이렇게 써야 한다.


*한국인 최초 ‘Army Board’ 수상자(은행 글로벌 분야 합격자)

Q: 지원 분야와 관련된 본인의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경험

“제 성격의 장점은 긍정적으로 도전하는 자세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경험은 카투사 복무 중 참여한 “Army Board”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입니다. 도전은 하려는 의지와 노력하는 자세로 이뤄진다는 것을 실감한 계기였습니다. ‘Army Board’의 평가요소가 주로 군사지식, 소속 부대의 역사와 전통인 탓에 장기간 군 복무를 하는 미군들에 비해 한국인은 수상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참가자는 미군 일색이었고, 더욱이 승진 포인트 획득과 직결되는 대회여서 미군들 간의 경쟁도 무척 치열했습니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진급하는 한국인 참가자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은 또 다른 장벽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세관처 헌병으로 주 3회 인천공항 근무를 했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준비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회를 준비한 5주 동안에는 매일 잠을 자가며 틈나는 대로 군법을 암기했습니다.

 또 한국계 미군의 도움을 받아 영어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카투사의 특권이라 불리는 주말 외박을 포기하고 대신 미군 주임원사와 함께 한국전쟁 사적지를 돌아보며 부대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결국 보드에서 종합 3위에 올랐고, 그것도 사병 중에서는 가장 높은 등수를 차지했습니다.

 더욱이 Army Board 수상 덕분에 저희 부대는 평가점수에서 가점을 받았고, 제가 소속한 주한미군사령부 헌병 참모부도 용산지역대 우수부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가 지원한 글로벌 부문 역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학 등의 글로벌 역량은 물론 도전을 추구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역량과 도전하는 자세를 갖춘 제가 바로 OO은행이 찾는 ‘준비된 글로벌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디테일을 살리면 같은 이야기라도 보다 흥미롭고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 생생함과 감동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그래서 디테일은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있다. 반대로 디테일이 없으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한 끗 차이’라는 말이 있다. 한 끗이란 ‘무명·비단과 같은 천을 한번 접은 만큼의 길이’를 뜻하는 말이다. 결국 사소한 차이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신은 디테일 안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미스 반데어로에(독일 건축가)


 최대한 디테일을 살려서 마치 눈에 보이듯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이유다, 작은 디테일 하나가 당신의 자기소개서를 빛나게 하고 다른 지원자들과의 차별화를 만드는 확실한 포인트가 되어줄 것이다.


 아니 ‘쩌는 디테일’이 합격과 불합격을 가른다. 말하자면 ‘비욘드 테이스트(Beyond Taste)’다. 비욘드 테이스트는 모든 취향을 넘어선 취향을 말한다. 디테일이 모든 기업에 통하는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업종과 회사를 불문하고 어디에 지원하든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면서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디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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