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만 있고 답이 없는 곳에 다녀왔다. (중략) 삼십여 년 뒤, 답이 안 나오는 공간에서 정확히 똑같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녹지 않았다. 순순히 떨어지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을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개성 넘치는 시로 유명한 오은 시인은 <면접>에서 지원자의 감상을 이렇게 노래했다. “면접에정답이있을까?”라는화두를 청춘들에게 던져주는시(詩)가 아닐까.
오랜 직장생활에서 다져진 시인의 관록으로 정확히 핵심을 찌르고 있다. “질문만 있고 답은 없다”, 그야말로 뼈 때리는 통찰이다. 어떻게 이보다 더 면접의 본질을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면접에는 결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면접관이 갖고 있는 ‘정답’에 지원자의 대답이 얼마나 가까운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느 기업에서나 면접관이 참고할 수 있도록 예시 질문을 제공하는 경우는 있어도 답안까지 제시하는 법은 없다. 적어도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그렇다.
정해진 질문, 정해진 답이 없는 게 면접이다. 어떤 면접에서도 어떤 면접관을 만나더라도 통할 수 있는 “바로 이거다!”라는 식의 합격 비결이나 공식은 없다는 소리다. 예상 질문 하나하나마다 준비한 대답을 줄 긋고 암기해봐야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무수한 변수가 존재하는 면접에서는 애당초 합격을 보장하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없다. 면접에서는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가는 것이 합격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도 면접에 자주 나오는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을 알려준다는 면접 대비서나 면접 학원이 넘쳐난다. ‘면접 (기출) 질문 OO제’ ‘면접 기출문제 OO선’ 식으로 서점에 즐비한 면접 대비서 중에서는 질문별로 ‘Best & Worst 대답’을 알려주기도 한다.
여기에 덧붙여 예상되는 후속 질문과 모범 답안까지 제시한다. 면접 고득점을 위한 답변 포인트 또는 합격 공식인 셈이다. 이 정도면 아무리 ‘면접 초짜’여도 가뿐하게 준비할 듯싶다.
심지어 좋아하는 스포츠나 취미를 묻는 질문에도 Best & Worst 대답을 제시한다. 면접에서 목적 없는 질문은 없기 때문이란다. 면접관의 모든 질문에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좋아하는 스포츠나 취미를 묻는 질문은 지원자가 시간관리 개념이 있는지, 앞으로 직장생활에서 겪게 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할 사람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에둘러 묻는 전략적인 질문이라는 식이다.
그래서 Best & Worst 대답을 통해 정답까지 알려준다. 예컨대, “취미는 정적(靜的)인 취미보다는 동적(動的)인 취미가 유리하다. 그중에서도 면접관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언급해야 한다. 독서나 영화감상처럼 수동적으로 비치거나 남과 어울리기보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기 좋아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취미를 이야기하는 것은 ‘뻘짓’이다”라는 식이다.
한마디로 면접관의 모든 질문에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에 질문 하나하나마다 숨겨진 의도를 파악해서 그에 맞춰 특정한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원하는 직무에 따라서도 취미를 다르게 대답하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신중하고 흔들림 없는 포커페이스를 연상시키는 ‘바둑’은 꼼꼼함을 요하는 회계직무에는 제격이지만 지원한 직무가 영업직이라면 등산(동호회) 등 활동적이면서도 사교적인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취미를 언급하라는 식이다.
취미에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지원자의 성격과 가치관 등이 투영되어 있고, 스트레스 관리 역량까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면접관이 ‘특기’를 묻는 이유는 입사 후에 직무수행(역량)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즉 이력서(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 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지원자의 관심분야와 적성을 알아보고 입사 후 업무에 써먹을 수 있는 특기의 보유 유무를 체크하려는 체계적인 질문이라는 것이다. 한 분야에 몰입해서 특기로 내세울 만한 수준의 성취를 이뤄낸 열정을 가진 사림인지 평가하는 의도된 질문이라는 제법 그럴듯하게 아귀가 맞는 이야기다. ‘They say’ 혹은 전문가들 가라사대, 면접관은 당연히 직장생활에서도 그런 열정을 기대하기 때문이란다.
언뜻 들으면 정말 그럴싸하다. 과연 정답일까? 그렇다면 면접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100점짜리 답변은 따로 있는 것일까?
인정한다. ‘핍진성’은 높다. 핍진성(逼眞性)은 문학 용어로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 법'해서 독자들이 사실로 받아들이는 정도를 말한다. 지금 취업시장에서는 자극적인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고 있다.
기가 막히게 그럴듯해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팩트(Facts)는 아니다. 최소한 필자에게는 맞지 않는 얘기다. 그저 극도의 긴장감으로 목덜미까지 빨개진 지원자들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가벼운 ‘몸풀기용 질문’이나 ‘쉬어가는 질문’ 일뿐이다.
거꾸로 묻고 싶다. 취미나 좋아하는 스포츠에 우열(優劣)을 가를 수 있는가? 아니 삶의 또 다른 즐거움인 취미나 스포츠로 지원자의 우열을 따지는 게 타당한가? 직무역량과 관련이 있는지 명료하게 입증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취미가 섬세함·신중함 등 성격을 미루어 짐작하는 일부 요소가 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의 직무 역량과 자질까지 파악하는 창(窓)이 될 수는 없다.
그러니 취미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만약 취미가 그렇게 변별력 있고 신뢰할만한 평가기준이라면 채용공고에 가점 사항이나 우대 항목으로 명시해야 마땅하다.
예를 들면 “영업사원 모집, 등산 취미 우대”식이다. 그래야 기업이 원하는 바람직한 취미를 가진 우수한 인재들이 더 많이 지원할 것 아닌가? 또한 채용 결과를 둘러싼 괜한 오해나 시빗거리도 생기지 않을 테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 한 아직까지 채용공고에 선호하는 취미를 떡하니 못 박은 기업은 없다. 취미는 단지 개인 취향의 문제다. 당연히 변별력 있는 질문이 될 수 없고 더더욱 평가에 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자기소개서에서 사소한 부분 하나라도 면접관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거리’ 위주로 작성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다만 수학공식처럼 어떤 경우에도 딱 들어맞는 정답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한술 더 떠서 “면접관을 의도한 대로 움직이면 원하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며 취업준비생들을 솔깃하게 만드는 면접 대비서나 취업컨설턴트들도 적잖다. 면접관의 질문을 유도할 수 있도록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유발하는 내용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된다는 식이다.
의도한 대로 면접관이 질문하면 지원자는 콜센터 상담원이 응대 매뉴얼 줄줄줄 읽듯이 준비한 답변을 능청스럽게 풀어놓으면 그만이다. 나올 질문에다 모범 답안까지 미리 알고 치르는 시험이니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요 ‘땅 짚고 헤엄치기’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합격을 위한 빅 픽처, 큰 그림이다.
물론 면접관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유도해서 준비한 질문만을 하게끔 만든다면 다른 지원자들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당연히 합격의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테다. 계획한 대로 일이 술술 풀리면 면접관을 든든한 내편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합격의 비결인 셈이다.
하지만 그게 어린아이 팔 비틀듯 마음대로 될까?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투성이다. 인생이 계획대로만 흘러가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세상살이가 어디 그렇던가. 아무리 정교한 계획도 면접이라는 현실에서는 잘작동하지않는다.
여러분이 면접에서 마주치게 될 면접관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업에서 면접관으로 내세우는 직원들은 대부분 면접 경험이 풍부하고 회사 내에서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사람들이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우수한 역량과 성과를 인정받았기에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입사원을 뽑는 자리에 앉힌 것이다. "떡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라는 속담처럼 ‘현재의 일잘러’가 ‘미래의 일잘러’를 제대로 알아볼 거라는 기대에서다.
특히 최종면접에서 만나는 임원들은 수십 년 회사생활을 통해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겪어낸 그야말로 관록의 직장인들이다. 눈치코치를 두루 겸비한 인간관계의 달인들이다. 처음 만난 사람도 잠시 대화를 나누면 상대방의 마음을 바로 간파할 정도다.
그러니 지원자가 아무리 ‘면접의 판’을 정교하게 짜본들 쉽사리 원하는 질문을 해주지 않는다. 오랜 관록을 바탕으로 지원자들의 속내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정교하게 짜인 면접의 판도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많은 청춘들이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고는 ‘준비한 질문이 나오지 않아서 입도 벙긋 못했다”라고 아쉬워한다.
하지만 면접에서 예상 질문이 딱 들어맞을 확률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어떤 질문을 받게 될지, 또 어떤 성향의 면접관을 만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범답안을 준비한 질문이 나온다고 기대한다면 달나라에서 토끼 찾는 꼴이나 다름없다.
설령 예상 질문을 받더라도 “앗싸! 드디어 준비한 질문이야”라고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면서 마치 평소의 생각을 풀어놓는 것처럼 자연스레 대답해도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지원자가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질문을 면접관이 묻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실제 면접에서 예상 질문이 나오더라도 지원자의 기대와는 다른 의도로 물어보거나 전혀 생각하지 못한 꼬리 질문을 받게 되기 일쑤다. 그리고 이런 꼬리 질문을 만나면 애써 준비한 암기된 답변은 그만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준비한 내용 그대로 말하면 대화가 아니라 ‘연설’이다. 대화와 연설의 차이는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
면접관이 ‘정답’ 대신 정말 듣고 싶어 하는 것
“짐작컨대, 면접을 준비하면서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이 처음으로 하는 일은 지원회사의 기출문제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동일한 면접 질문을 받아본 선배의 답변이나 인터넷을 뒤져 누군가가 적어 놓은 풀이를 정답이라 믿고 외우곤 한다. 물론, 어떤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들도 한 번 출제된 문제들이 새어나갈 것이라는 정도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매우 다양한 문제 후보군(pool)들을 준비하고, 주기적으로 새로운 문제들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따라서, 작년에 나온 문제가 올해 똑같이 나올 확률은 매우 낮으며, 나온다 하더라도 그 문제가 나에게 출제될 확률은 더욱 미미해진다. 작년에 나온 문제만 생각하고 갔다가는 조금만 다른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여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운이 좋게 이미 알고 있던 문제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지원자가 정답이라고 믿고 쉽게 내뱉은 결론에 대해 면접관들은 집요하게 물어본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런 요소는 왜 고려하지 않았는지?’, ‘그 외의 대안은 없는지?’. 여기에 답변하지 못한다면 안타깝게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출문제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답변)을 미리 외워 두는 것은 사실 별 쓸모가 없다” 출처: 머니투데이 2015.4.6
대화는 ‘티키타카’가 이어져야 한다. 축구를잘모르는 ‘축잘못’들도 ‘티키타카’라는말은들어본적이있을테다. 티키타카(tiqui-taca)는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뜻하는 말이다. 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축구 경기 전술을 말하기도 한다. 티키타카가 통하려면 상대 선수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대화도 서로 호흡을 맞추어 탁구공을 주고받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세상에 대화를 할 때 암기해서 말하는 사람은 없다. 외워서 준비한 답변만으로는 당연히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가기에 한계가 있고 소통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솔직히 말하자면 의미 있는 소통은 불가능하다.
다음은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서 언급한 ‘별명’에 대해 면접관과 주고받은 대화다.
면접관: 별명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별명이 붙은 이유는요?
지원자: 제 별명은 핏… 핏… 핏…
면접관: 아! 혹시 “핏블테리어”요?
지원자: 네 맞습니다. 제 별명은 ‘핏블테리어’(불독과 테리어를 교배해 만든 투견으로 대표적인 맹견으로 꼽힘)입니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핏블테리어처럼 저는 목표를 정하면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핏블테리어의 악착같은 근성을 입사해서 마음껏 발휘하고 싶습니다.
면접관:!!!
웃자고 지어낸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면접 중에 실제 벌어진 상황이다. 지원자가 면접에서 맞이한 결과가 어땠을지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감을 잡았을 테다.
이렇게 면접에서는 소위, 족보나 기출문제(旣出問題)를 미리 구해서 답변을 달달 외워온 지원자들이 오히려 낭패를 보기 일쑤다. 외운 내용에 너무 집착하다가 정작 현장에서 나온 질문의 의도나 맥락을 놓치고는 준비한 말만 쏟아내서 그야말로 ‘동문서답(東問西答)’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준비한 질문에는 척척 답을 하다가도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질문이 나오면 바로 말문이 막혀 버리기 일쑤다.
비슷한 맥락으로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어떤 질문에도 ‘기-승-전-준비된 답변’을 하는 지원자들을 꼭 만나게 된다.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든 면접관이 무슨 질문을 하든 관계없이 준비된 답변을 쏟아내기 바쁘다. “내가 준비한 이야기만큼은 남김없이 다하고 (면접실을) 나오겠다”라고 작심한 듯 보인다.
예를 들어 봉사활동 경험을 준비했다면 ‘지원동기’를 묻든 ‘본인의 장단점’을 묻든 어떤 질문에서도 한 번은 언급하는 식이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질문만 하면 돼)’인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특히 숨 막히는 긴장감이 팽배한 면접은 더욱 그렇다. 애써 외운 보람도 없이 머릿속은 백지장이 되고 정신은 아득해진다. 준비한 이야기들이 좀체 떠오르지 않거나 뒤죽박죽 섞여버려서 버벅거리다가 면접관에게 ‘말귀 못 알아듣고 횡설수설하는 지원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미리 준비한 답변을 질문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니 면접관 입장에서는 여간 어색하지 않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아 버린다. 살다 보면 어설프게 아는 것은 외려 모르는 것보다 못할 때가 훨씬 많다.
“어리석은 자는 무언가를 확신하고 있으며, 무엇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자는 모두 어리석다”- 쇼펜하우어
완벽하게 외우기도 쉽지 않지만 너무 완벽해서, 외운 내용을 마치 실타래에서 실을 뽑아내듯 술술 풀어내도 문제다. 면접관에게 도무지 진정성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소위 ‘선수’라는 인상으로 비치면 역시 좋은 평가는 물 건너 가버린다.본인은 티 안 나게 대답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착각이다. 경험 많은 면접관 눈에는 훤히 다 보이게 마련이다.
버튼만누르면대답이나올정도로연습했는데또탈락입니다!!!
인적성 시험에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자마자 면접 준비를 엄청 열심히 했습니다. 모의 면접 스터디에 참여해서 예상 질문을 쭉 뽑아보고, 모범 답안까지 줄줄 외웠어요. 버튼만 누르면 거의 반자동적으로 입에서 답변이 흘러나올 정도로요. 주변에서 되도록이면 답변은 직무와 연관성 있게 하라고 하길래 그렇게 준비도 했고요.
만반의 무장을 하고 드디어 대망의 면접날! 다른 지원자들은 긴장했는지 답변할 때 좀 뜸을 들이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준비를 열심히 한 덕분인지 면접관께서 묻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답변이 술술 나왔어요. 누가 봐도 그 구역의 면접 킹은 저였는데, 다음 날 불합격 문자를 받았습니다. 아니, 저 대체 왜 떨어진 걸까요?-면접 준비 킹 A
마치 ‘면접봇’처럼 말을 정말 잘하는 지원자들이 있어요. 면접관으로서 가장 평가하기 어려운 대상이죠. 면접은 잘 봤지만 그렇다고 합격시키긴 애매하거든요. 스킬은 아주 훌륭한데, 답변이 진솔하게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기-승-전-준비된 답변’ 식으로 꾸며낸 티가 역력한 답변은 면접관 눈에 훤히 보입니다.
잘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과대 포장하지 마세요. 평소 본인의 경험을 디테일하게 잘 정리해뒀다가 면접장에서 풀어놓는다면 진솔하게 보일 수 있겠죠. 회사는 같이 일할 사람을 뽑지, 로봇을 뽑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세요!
외운 듯이 대답하면 답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봐요. 모범 답안을 달달 외워온 지원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얘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거짓말까진 아니어도 자기 이야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죠.
준비한 대답을 나열하듯 늘어놓는 걸 듣다 보면 면접관 입장에서 집중도 잘 안 돼요. 긴장을 덜기 위해서 예상 답변을 준비하는 건 좋지만, 대본을 만들어 외우진 마세요. 면접은 혼자서 하는 발표가 아니라 면접관과 면접자가 함께하는 ‘대화’거든요출처: 하라는대로했는데왜떨어진거죠?(인사담당자, 면접관들이짚어준우리가면탈인이유), 대학내일신문 860호 2018.8.29.
한마디로 지원자들이 뛰면 면접관은 난다. 면접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칼자루’를 쥔 쪽은 당신이 아니라 면접관이다. 싫든 좋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면접의 현실이다. 면접관을 지원자의 입맛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그저 헛된 희망일 뿐이다.
기우: “아버지, 앞으로 계획이 뭐예요?” 기택: “아들아,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아니? 무계획이야. 계획이 없으면 계획을 달성했느니 안 했느니 스트레스받을 필요도 없고, 계획에 없는 돌발적인 사태가 생길 이유도 없다” 영화 <기생충>에서 아버지 기택과 아들 기우가 나누는 대사다.
농담 같이 들리겠지만 필자는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라는 기택의 말이 면접에서 최고의 처방전이라고 생각한다. 명대사를 살짝 고쳐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면접에서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다”라고.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면접도 결코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다. 수학공식처럼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게 면접이다. 꼭 나왔으면 하는 질문은 묻지 않고, 내심 절대 나오지 않았으면 바랐던 질문은 꼭 나온다.
그러니 면접은 예상 질문과 모범답안을 달달 외우기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하는 편이 훨씬 지혜로운 접근 방법이다. 달달 외우면 이기는 학교 시험이 아니기에, 면접에서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