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난무한다. 꼬리 질문은 말 그대로 꼬리를 물듯이 질문에 답한 지원자의 답변 내용을 토대로 면접관이 궁금한 부분을 계속 이어서 질문하는 것이다.
질문에 대답하자마자 쏟아지는 질문공세에 지원자들은 어쩔 수 없이 진땀을 흘리게 된다.
예를 들어 몇 년 동안 매달린 고시(공부)를 접고 취업에 나선 지원자에게 ‘앞으로 고시공부를 더 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고는 ‘없다’고 대답하면 ‘원래 포기가 빠른 성격이냐?’고 바로 되묻는 식이다.
이쯤 되면 누군들 대답이 쉬울까. 누가 봐도 거북하고 불편한 질문이다.그래서 꼬리 질문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이름하여,‘압박 면접’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꼬리 질문의 본래 목적은 압박이 아니다. 면접관이 꼬리질문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실 검증’이다. 서류전형 통과를 위해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경험을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미화해서 쓰는 지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면접을 시작하기에앞서 면접관들에게 꼬리 질문을 통해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해달라고 당부한다. 진위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실제 경험하지 않았다면 대답할 수 없는 디테일한 내용을 질문해서 검증해보라는 주문이다.
지원자의 대답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6하원칙(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에따라구체적인내용을심층적으로파고드는후속질문(probing question·지원자의대답을듣고확인하기위해면접관이추가로던지는질문)을통해경험의진위여부나경험의깊이를 심도 있게 검증해야한다는것이다.
면접관의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 양파 껍질을 벗겨내듯 결국 사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기 마련이다.
어쩌다 면접?
“얼마 전 면접에서 절대로 지원서 내용을 부풀려 쓰면 안 됐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면접관이 동아리 리더로서의 경험을 묻는 질문을 10분 넘게 파고들었어요.
사실 리더는 아니었는데 했던 것처럼 부풀려서 작성했었죠. 그런데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다 캐물어봤어요. 그러다 말이 꼬이고 거짓말한 게 다 들통났죠.
동아리에서나 대외활동에서나 리더는 대개 한두 명이잖아요. 리더만 뽑으면 나머지는 어디 취직하나요?” 출처: 캠퍼스 잡앤조이 2016.10.14
물론 꼬리 질문을 통해 답변 내용이 거짓이나 허풍이라는 의심이 들면 평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또 너무 두루뭉술하거나 추상적인 지원자의 대답을 듣는 순간 자연스레 면접관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둥둥 떠다닌다.
질문을 어물쩍 넘기려는 지원자를 보면 반사적으로 면접관은 꼬리 질문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려 든다.
세계 최고 부자가 면접시험 때 꼭 물어보는 질문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새 직원을 뽑을 때 면접에서 꼭 하는 질문이 있다. “당신이 감당했던 가장 어려웠던 문제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말해보시오” 머스크는 이 질문 하나로 거짓말쟁이를 가려낸다고 한다.
머스크는 “실제로 어려운 문제를 겪어본 사람은 그 난관을 극복한 과정의 세부 사항들을 묘사할 줄 안다”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허위 주장을 하는 사람은 말은 그럴싸하지만 설득력 있게 뒷받침할 능력이 없음을 이내 드러낸다고 한다.
머스크의 이런 질문은 ‘비대칭 정보관리’라는 면접 기법과 관련돼 있다. 이 기법에 따르면, 사실을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 보이려고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려 애를 쓴다.
반면 대충 답을 꾸며대는 지원자는 자신의 결함을 감추기 위해 가급적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려 들지 않는다. 말을 하면 할수록 탄로 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사람은 말만 많고 행동은 하지 않는 유형으로 구분돼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면접시험 때는 가능한 한 세부적인 답변을 아끼지 않아야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출처: 조선일보 2021.2.2
지원자가 질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 대답을 할 때도 면접관은 본디 듣고자 했던 답을 얻기 위해 추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전혀 의도치 않게 모호한 대답으로 꼬리 질문을 유도해서, 지원자 스스로 자신을 짓누르는 압박 면접의 길로 들어선 꼴이다. 그러니 압박 면접을 피하려면 면접관이 건넨 질문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해서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답해야 한다.
면접관이 꼬리 질문을 하거나 질문을 쏟아내는 또 다른 이유는 아직 평가에 확신이 서지 않았을 때다. 합격시킬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한, 즉 긴가민가한 경우다. 그래서 면접관은 평가에 보다 확신을 갖기 위해 다른 각도로 추가적인 질문을 건넨다.
이를테면 (직무) 역량이 뛰어나다고 판단한 지원자에게는 성격이나 태도 등에 대한 추가 질문을 통해 합격여부를 결정하고, 반대로 성격이나 태도 면에서 우수하다고 판단한 지원자에게는 역량을 검증하기 위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진다. 말하자면 지원자 입장에서는 이 고비만 잘 넘기면 합격의 길이 활짝 열릴 수 있다는 소리다.
‘꼬리 질문’하면 생각나는 지원자가 있다. 그와 관련된 면접 장면을 떠올리는 데는 구태여 로딩 시간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그만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여군 장교로 몇 년을 복무하고 전역한 경력 때문에 처음부터 관심이 갔던 지원자였다. 호감 가는 인상에다 감칠맛넘치는사투리, 수더분한 성격에 끌려서 1차 면접에서 높은 점수로 합격시켰다.
그런데 최종면접에서 또 마주치게 된 것이다. 지원자 입장에서 앞선 면접에서 합격점을 준 면접관을 다시 만난다는 건 그야말로 ‘땡잡은’ 일이요,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당연히 지원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논리를 펼치던 1차 면접과는 분위기가 영 딴판이었다. 다른 면접관이 전역한 이유를 꼬치꼬치 캐묻자 1차 면접에서의 밝고 여유로왔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계속 이어지는 꼬리 질문에 지원자는 그만 말문을 닫아버렸고 나중에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묵묵히 지켜보던 필자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물론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그런데 다른 면접관은 무엇이못마땅해서 질문 공세를 펼친 것일까? 알고 보니 꼬리 질문을 한 이유는 지원자가 마음에 들었고 합격을 시키기에 앞서 석연찮게 느껴진 전역사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지원자에게 주어진 꼬리 질문은 취업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합격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주저앉은셈이다.
짐작건대 말 못 할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결과는 엎질러진 물이었다.
흔히 직장을 ‘정글’에 비유한다. 직장인들은 누구나 가슴속에 사표를 품고 회사를 다닌다고 할 정도로 직장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다.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다” 직장인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만화 <미생>의 명대사다.
‘전쟁터’라는 말의 속뜻처럼 회사는 생존경쟁이 치열한 곳이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면접과는 차원이 다른 힘겹고 고단한 상황에 종종 맞닥뜨린다.
아니 입사하는 날부터 바로 학창 시절이나 취업준비생 시절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의 강도 높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데 난처한 질문이 쏟아진다고 해서 멘털이 와르르 무너지는 지원자를 어떻게 뽑아서, 일을 믿고 맡기겠는가?
사실 꼬리 질문이나 질문공세는 지원자의 입장에서 일단 긍정적인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관심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꼬리 질문이나 질문공세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표시다.
확실히 뽑거나 떨어뜨릴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공들여 질문을 할 이유가 없다. 나 말고도 수많은 지원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면접관이 질문을 쏟아 내는 것은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압박 면적’이라는 부담감보다는 ‘관심의 표현’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꼬리질문을바라보는관점은 ‘손바닥뒤집기’와비슷하다. 나쁜쪽, 그림자를보면탈락의신호다. 반대로밝은면을 바라보면?합격의전조가 된다.
면접에서 유독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거나 질문이 집중된다면 “나한테 관심이 있구나. 꼬리 질문을 통해 좀 더 나를 본격적으로 검증하고 싶어 한다”, “합격시킬지 목하 고민 중이다”라는 식으로 두 갈래 길 중에서 어두운 쪽이 아니라, 밝은 쪽으로 생각하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