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지원자가 보여줘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실함’ 혹은 ‘솔직함’이다. 솔직함은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생각을 꾸밈없이 얘기하는 게 솔직함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해야 하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면접에서 솔직함을 너무 ‘날것’ 그대로 표현하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면접실에서 받게 되는 가장 까다로운 질문이 ‘지원동기’ 아닐까 싶다. 지원자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하면 답은 뻔하다. 십중팔구 1차적 동기는 당장 발등의 불인 ‘취업’이고, 2차적 동기는 ‘돈’이 아닐까.
예를 들면 “귀사는 누구나 이름 대면 알만한 대기업이다. 그것도 정규직으로 뽑으니 월급도 많이 줄테고 복지제도도 좋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 정도가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지원자가 있다면 세상에 어떤 면접관이 합격을 시키겠나? 이쯤 되면 면접관에게 솔직하기보다는 예의가 없거나 절실함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필자도 면접에서 너무 솔직한(?) 지원자를 만난 경험이 있다. 지원동기를 물었는데 “다양한 복지제도에 마음에 끌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으레 듣게 되는 입에 발린 지원동기보다는 되려 사람 내음 나는 진솔한 대답이라는 생각에 꼬리 질문을 건넸다. “많은 복지제도 중에서도 특히 어떤 제도에 마음이 끌리셨습니까?” 필자 입장에서는 지원자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지원자의 대답은 희망 섞인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자기 계발을 위한 휴직제도라고 대답한 것이었다. 입사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휴직을 해서 자기 계발을 마음껏 해보고 싶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처지를 바꾸어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취업은 진학이 아니다.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이미 배운 것을 가지고 일하기 위해서 취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아직 입사하기도 전에, 그것도 자기 계발을 위해 휴직을 생각하는 지원자를 달가워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입사 후 포부를 물어보면 일정기간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유학을 가거나 독립해서 자기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계획을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는 지원자들도 있다. 지원한 회사를 경력 쌓기의 발판이나 잠시 거쳐가는 정거장 정도로 생각한다는 솔직한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이래서야 입사에 대한 진정성을 전달하고 나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할 길이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폭망’이다. 면접은 “내가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자리여야지 “내가 회사한테 무엇을 받을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또 경력자의 경우 면접에서 ‘이직사유’, 즉 “지금 다니고 있는 혹은 예전 직장을 그만둔(그만 두려는) 이유”가 자주 질문으로 등장한다. 이때 상사(동료직원)와의 불화, 쥐꼬리 월급, 잦은 야근 등의 이유를 마치 고해성사하듯 곧이곧대로 말하면 어떨까?
심지어 예전 회사나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흉’ 보는 지원자들도 있다. 마치 스스럼없는 친구에게 자신의 힘듦을 하소연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듣기에 따라서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나를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면접에서다. 입장을 바꿔 여러분이 면접관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 보기 드문 솔직한 지원자다”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볼까?
열에 아홉은 “생각이 없는 지원자”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솔직하게”와 “생각 없이”는 다르다. 아니 같은 말이 아닐뿐더러 뜻은 전혀 딴판이다.
세상에 단점 없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문제없는 회사도 없다. 어떤 회사든 불만이 있고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다. 다만 굳이 외부로 알리지 않을 뿐이다.
지원자가 면접에서 자신의 장점만을 부각하듯이 기업도 최대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지원하도록 채용공고에서 최대한 좋은 모습만을 보이려고 애쓴다.
하지만 면접관들도 우리회사가 채용공고에서 자랑하듯이, 지원자들이 기대하듯이 아무런 문제도 없는 ‘완벽한 직장’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다.
지원자가 현 직장(혹은 전 직장)의 이직사유로 내건 단점을 지원하는 회사도 똑같이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예전 직장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프로불편러’인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으로 비칠 리 없다.
어떤 회사도 프로불편러를 반기지는 않는다. 항상 남 탓만 하는 사람이라면 우리회사에서 일한다고 해도 딱히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또 누군가를 탓하고 책임 돌리기 십상이다. 예전 직장을 퇴직하게 만든 문제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면접에서 직장을 그만둔 이유를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설명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이직사유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 근무하는 직장에 대한 불만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기보다는 “(지원한 회사가)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들 곳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정도의 무난한 답변이 바람직하다. 면접관도 그 정도로 대답하면 더 이상 캐묻지 않을 것이다.
또 면접관이 묻지도 않았는데 어려운 가정형편이나 복잡한 가정사 등 힘들었던 과거를 필요 이상으로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지원자들이 있다.
하지만 척박하고 불우한 환경을 극복한 이야기를 굳이 들려줄 필요는 없다. 삶의 난관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회사는 봉사단체가 아니다. 애틋함이나 동정심만으로 사람을 뽑지 않는다. 지원자의 힘든 처지나 상황을 보고 합격을 시키지는 않는다.
되려 어려운 시간을 헤쳐가는 과정에서 마음 한편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는 괜한 선입견을 심어 줄 수 있다. 또 ‘그늘이 있는 사람’이라는 선입견까지는 아니더라도 면접관에 따라서는 유복한 환경에서 티 없이 밝게 자란 지원자를 더 선호할 수도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은 아예 말을 꺼내지 않는 편이 좋다. 언급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와 대안까지 제시하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면접관은 의아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그 정도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인데 입사는 왜 하겠다는 거야” 이런 경우 긍정적으로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결론을 어떻게 내더라도 일단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 쉽다.
다음은 실제 면접에서 지원자와 면접관 사이에 오간 대화다.
면접관: OO은행에 입사하면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싶습니까?
지원자: 가계대출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면접관: (가계대출 업무를 희망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원자: 최근 국내은행들이 수익성이 낮은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만 관심이 있지만 국가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계대출에 대한 관심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면접관: 금융회사라는 말 들어보셨죠? 은행도 엄연히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인데,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지원자: 물론 은행에도 수익성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은행은 공공성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기업으로만 이루어진 나라가 아닙니다. 국민이 있기에 기업이 존재할 수 있고, 이는 OO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면접관: 말씀하신 공공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지원자: 수익성이 높다는 이유로 기업대출만을 늘리려 한다면 상대적으로 가계대출의 벽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은행 고객의 기초가 되는 일반국민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면접관: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려요.
지원자: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발생한 A은행의 불법대출 비리입니다. 기업대출에만 초점이 맞춰진 은행들의 정책이 ‘비리’라는 결과로 드러날 때, 국민들은 은행에 실망하게 되고 등을 돌리게 됩니다. OO은행도 A은행을 교훈 삼아 가계대출에 대한 관심을 보다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면접관:!!!
면접관들은 회사에 대한 로열티(충성도)가 남다른 사람들이다. 로열티는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로열티가 높기 때문에 면접관으로 뽑혔을 테고, 또 회사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그 자리에 앉아있기에 면접에서는 더더욱 로열티가 높아진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적어도 면접에서는 진리다. 누구든 면접관 자리에 앉으면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 철저하게 내가 아닌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한다는 소리다. 당연히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해 그것도 근거가 빈약한 비판을 늘어놓는 지원자가 마냥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치기는 힘들다.
모든 질문에 당차게 맞받아쳤는데 또 탈락이라니… 왜죠?
제가 지원했던 회사는 모바일 서비스를 개발하는 곳이었어요. 인터넷에서 면접 후기를 검색해보니 회사 서비스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해당 서비스의 문제점을 분석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후기가 특히 많았어요. 그래서 서비스를 꼼꼼하게 이용해 보고 문제점을 잘 정리해뒀죠. 그리고 면접날, 아니나 다를까 이 질문이 나오더라고요. 답변이 준비되어 있는 질문이 나오니까 자신감이 막 솟는 거예요. 다른 질문을 받았을 때보다 훨씬 당찬 말투로 대답을 잘했죠.
그런데 면접관님이 자꾸 제가 내놓은 답변에 “그런데 이 부분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라면서 추가 질문을 던지시더라고요. 여기서 논리적으로 밀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지지 않고 얘기를 이어나갔죠. 면접관님이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 반박도 하면서요. 몇 번의 핑퐁 끝에 면접관님이 “알겠다”라고 하시면서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시더라고요. 저는 제가 준비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으로 면접장을 나왔습니다. 은근 합격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제 예상을 빗나갔어요. 이유가 뭘까요?-모든 질문에 칼답 했던 L
회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라는 질문은 어느 면접에 가도 나올 법한 예상 질문이죠.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신랄한 비판을 내놓는 지원자들이 있어요. 비판이 신선하다면 좋겠지만, 결국 지원자가 내놓는 답변이 회사가 고민한 수준 그 이상이긴 어려워요. 그렇다면 결국 회사 입장에서도 다 아는 해결책을 내놓은 건데, 자칫 면접관들을 가르치는 듯한 말투로 면접을 보는 지원자들이 의외로 많아요. 마치 “이건 몰랐죠?” 하는 느낌으로. 면접관도 사람인데,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태도는 위험합니다.
면접관을 이겨야 된다고 생각하는 지원자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물론 면접관이 갑은 아니에요. 지원자와 동등한 위치죠. 하지만 당당한 말투와 따지는 듯한 말투는 분명 차이가 있어요. 면접관의 말에 꼬투리를 잡는다거나 중간에 말을 끊는 것처럼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마이너스고요. 결국엔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자리가 면접이잖아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의 면접 태도가 면접관에게 너무 공격적으로 보이진 않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어요-출처: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떨어진 거죠?(인사 담당자, 면접관들이 짚어준 우리가 면탈인 이유), 대학내일신문 860호 2018.8.29.
아, 오해하지는 마시라. 무조건 면접관이 흡족하도록 비굴 모드로 비위를 맞추라는 소리가 아니다. 괜한 일로 헛힘을 쓰고 면접관을 기분 상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뿐이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밝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가진 지원자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면접시간은 짧다. 많은 경우 지원자 한 사람이 면접관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10분 안팎에 불과하다. 이 짧은 시간 안에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합격의 길이 열린다.
나에 대한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만으로 채워도 터무니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그러니 면접관이 먼저 질문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은 아예 피하는 게 지혜로운 접근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면접은 제한된 시간 내에 누가 더 긍정적인 이미지로 자신을 어필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가려진다. 본인에게 확실히 도움이 되지 않을 이야기라면 구태여 먼저 꺼낼 필요는 없다.
면접에서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하다가는 자칫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 솔직함에도 적절한 선이 필요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지 않던가! 무엇이든 지나치면 오히려 부족함만 못한 법이다. 면접에서도 지켜야할 선을 잘 지키는 사람이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