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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an 28. 2022

두괄식은 언제나 옳다!!!

면접관이 풀어놓는 '면접의 속살'-17

 면접은 대화(對話)다. 대화는 말을 주고받는 것이다. 일방적인 강의나 발표가 아니라 면접관과 지원자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를 통해 면접이 진행된다.

 면접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힘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이다.


 그런데 간혹 단답식 대답으로 일관하는 지원자들을 만날 때가 있다. 질문을 던졌는데 ‘예’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 식으로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멀뚱멀뚱 면접관을 쳐다보며 모이를 기다리는 아기새처럼 다음 질문을 기다리는 지원자들을 만나면 답답하고 난감해진다.



 말 그대로 ‘대략 난감’이다. 카톡으로 주로 대화하는 세대여서 단답이 몸에 밴 탓인지 모르지만 다른 곳도 아닌 내가 누구인지를 최선을 다해 알려야 하는 자리인 면접이 아닌가?

 면접실에서 침묵이 길어지면 어색하고 불편한 정적이 흐른다. 지원자들도 당황할 수 있지만 그 순간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는 면접을 진행하는 면접관의 몫이다. 가득 찬 침묵, 쏟아지는 눈빛에 면접관은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면접을 진행하기 버겁다 보니 “도대체 말하기도 귀찮아하면서 왜 여기에 와있는 걸까?”라는 말이 입안을 맴돈다. 누군가에 떠밀리듯 면접에 온 것이냐고 대놓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황금보다 더 찬란한 것은 불빛이며, 불빛보다 더 찬란한 것은 대화이다”-괴테


  면접에서는 너무 짧은 대답 못지않게 장황한 대답도 피해야 한다. 면접은 제한된 질문, 제한된 시간 내에서 누가 더 자신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는가로 승부가 결정된다.

  그래서 면접에서 말할 때는 먼저 요점부터 얘기하고 부연해서 설명하는 ‘두괄식(頭括式)’이 바람직하다. 면접관은 두서없이 장황하게 말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한다. 늘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 여러 사람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면서 쏟아내는 이야기를 듣고 면접관이 핵심을 재빨리 파악하는 것이 과연 쉽겠는가?


 지원자가 두괄식으로 말하지 않으면 면접관은 지원자의 말이 끝날 때까지 “왜? 어떻게?”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면접관은 답을 얻기 위해 지원자와 스무고개 게임을 할 여유가 없다. 그러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핵심이 뭐야?” 이렇게 면접관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잔뜩 생기는 순간 합격의 길은 멀어진다.



 면접관은 지원자들 모두가 골고루 시간을 나눠 쓸 수 있도록 면접을 진행해야 한다. 채용을 결정짓는 자리이기에 지원자들은 면접에서 예민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다른 지원자에 비해 질문이 적거나 대답할 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또 요즘에는 면접이 끝나기 무섭게 SNS 등을 통해 면접 후기를 올려서 면접관이나 면접 과정에서 느낀 불만을 토로하는 지원자들이 적잖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면접관들에게 다른 무엇보다 지원자들에게 공평하게 시간을 배분해 줄 것을 당부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져서 면접관에게 말 허리를 잘리는 낭패를 피하려면 ‘두괄식’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두괄식은 에두르지 않고 “내가 말(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라고 먼저 핵심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다. 그래야 면접관이 지원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내용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서론이 길어질수록 말하고자 하는 핵심에서는 멀어지고 듣는 사람은 지루해하는 법이다. 또 핵심에서 멀리 벗어날수록 그만큼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문제는 당신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애써 인내심을 발휘해서 기다려주는 면접관은 없다는 것이다.


말이 길어지면 적이 많아진다

 또 다른 리더 한 명은 상대방들이 자기가 하는 말에 집중하는 방법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솔직히 말하면 자기가 말할 때마다 참석자들이 딴짓하는 것이 역력해서 여간 마음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유는 뭘까? 그것은 십중팔구 화법이 장황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참조되는 것이 미국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마크 굴스턴이 강조하는 ‘신호등 원리’다. 누구나 대화를 시작하면 상대방은 초반 20초 동안은 그런대로 호감을 갖고 듣는다. 그린 라이트, 즉 녹색 신호등이다.

 반면 이야기가 점점 길어지면 옐로 라이트, 노란색 경고등이 켜진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컴퓨터 화면을 클릭하거나 하는 행위다. 급기야 이야기가 더 길어지면 레드 라이트, 마음과 귀가 모두 닫힌다. 하품하거나 급한 전화를 받는 척 잠시 자리를 뜨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꾸 말이 길어지는 습관이 있다면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길게 말하고, 대화 때마다 기승전자랑을 반복한다면 어느 순간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지루함을 참지 못한다. 말을 독점하면 할수록 주변에 적이 늘어난다. 말을 아끼는 것은 용기다. 소통의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출처: 매일경제 2022.7.16


 따라서 면접에서는 딱히 언급이 없어도 면접관으로부터 “핵심만 말해주세요”라는 주문을 미리 받았다고 생각하고 대답하는 게 현명하다.

 주어지는 모든 질문에 대해 핵심적인 주장이나 결론 등을 먼저 얘기한 다음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유나 근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두괄식으로 대답하라는 것이다.

 간단히 “무엇을→했다→왜냐하면” 또는 “네(아니요)! 맞습니다(그렇지 않습니다)→왜냐하면” 순으로 얘기하면 된다.


 이를테면 자기소개를 할 때 먼저 “저는 OOO 한 사람입니다”라는 식으로 특징이나 강점을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로 자신을 소개한 다음 이유를 차례로 설명하는 식이다.

 또 찬반양론 토론에서 발언 기회가 주어지면 “그 주제에 대한 저의 입장은 찬성(반대)입니다. 이유는 첫째~”라는 식으로 결론부터 훅 치고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언제나 자기 생각을 먼저 말하고 그 이유나 근거를 설명하는 것이 두괄식 화법이다.


 두괄식 화법이야말로 면접에서 말하기의 기본이다. 싸움의 고수들이 으레 ‘선빵’을 날리듯 면접에서는 두괄식으로 말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자신의 주장을 명료하게 전달하고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매우 힘 있는 말하기 방식이기 때문이다.


 메시지가 한 번에 착 달라붙는 두괄식으로 말하면 면접관은 지원자가 강조하고 싶은 핵심이 무엇인지를 금세 알아차린다.

 그 핵심에 초점을 제대로 맞추기만 하면 물 흐르듯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고 심층적인 대화가 가능해진다. 면접관이 파악한 핵심을 중심으로 보다 깊이 있는 질문과 대답을 이어갈 수 있다는 소리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훨씬 손쉽고 빠른 평가가 가능해진다. 끝까지 듣고 나서야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겨우 이해할 수 있는 지원자와 비교하면 호감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두괄식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지치고 피곤한 면접관을 도와주는 ‘배려의 화법’이기 때문이다. 간혹 면접 후기에서 꾸벅꾸벅 조는 면접관에 대한 실망과 탄식을 쏟아내는 경우가 있다.

 후기를 쓴 지원자의 심정이야 십분 이해한다. 평범한 대화를 나눌 때도 자신은 애써 말하고 있는데 상대가 귀 기울여 듣기는커녕 조는 것만큼 황당하고 맥 빠지는 상황은 없다.

  그런데 취업을 결정짓는 자리인 공들여 준비한 면접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면접관이 조는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동병상련인 취업준비생들도 당연히 후기 내용에 ‘격공(격하게 공감)’하며 졸았던 면접관을 성토하기 바쁘



 하지만 면접관 입장에서 변을 하자면 “졸음이 오는 것은 의지와 정신력이 부족해서”라고 가볍게 치부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정신론이다. 지원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깨알 같은 질문을 건네고 꼼꼼히 대답을 ‘경청’하다 보면 정신적·체력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특히 식곤증까지 엄습해오는 오후 면접에서는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솔직히 고백건대 필자도 면접 도중에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졸음이 쏟아져서 애먹은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챈 옆의 면접관이 살짝 등을 쳐주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잠 들 뻔한 아찔한 순간까지 있었다.

 이럴 때 변죽만 울리고 말을 빙빙 돌리는 지원자를 만난다면 묵묵부답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면접관은 어떤 마음일까?

 중간에 말을 끊고 ‘So what(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말입니까)’? 묻고 싶지 않을까.

 그러니 배배 꼬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알려주는 두괄식으로 늘 시간에 쫓기고 지쳐있는 면접관을 배려해주면 어떨까?


 요즘은 ‘고구마’가 아니라 ‘사이다’가 각광받는 시대다. 여러분이 즐기는 웹툰·웹소설에서도 막힘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사이다 서사 대세 아닌가. 독자들에게는 다음이 궁금한 게 최고다. 그래야 엄지척을 해준다.

 면접관도 빙빙 돌려 말해서 핵심을 흐리는 ‘고구마’보다는 막힌 속을 한 번에 뻥 뚫어주는 ‘사이다’처럼 뜸 들이지 않고 시원하게 핵심을 찌르는 지원자를 좋아한다.

 아니 두괄식으로 말하지 않으면 자칫 “너는 떠들어라” “나는 평가를 할 다”식으로 지원자와 면접관이 각기 다른 길을 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쯤 되면 면접은 거기서 끝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두괄식 화법은 본인이 강조하고 싶은 핵심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이제 마무리하겠다. 합격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절대 잊지 말자. 두괄식은 언제나 옳다! 면접에서도 ‘두괄식’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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