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안갯속을 걷다
무언가 발에 치여
시선을 내려보니
그림자들이다.
밟고 지나가려니
얼룩이 튀어
내게 그림자가 생길까
문득 두려움이 솟았다.
걸음을 멈춰
저만치 내다보니
온통 바닥이 검다.
두렵다.
발에 차이는
그것들 위를
냅다 뛰어 달려가니
어슴푸레 달빛이 든다.
아,
그림자가 아니라
형체도 알 수 없게 썩은
한 때는 인간이었던
검은 옷을 입은
시체들이구나.
강이나(EANA) 입니다. 산문시와 에세이를 씁니다. 최근 시집 <계절의 흔적>을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