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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샘 Jul 04. 2023

11회기 상담: 세상에 진짜 나를 보여줘도 괜찮아요.

내면에 있는 날 것을 털어놓기


나를 살린 치유의 문장들

여울님의 내면에 있는 날 것을 털어놓아야지 나의 에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여울님은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그 벽을 부수는 작업이 필요해요.

여울님이 말하는 안전함이라는 것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만 기준이 너무 높아요. 그 기준을 깨어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지고 오랫동안 살아왔던 것 같은데 상담을 진행하면 할수록 마음이 가벼워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점점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휴직한 후의 나의 일상이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벌써 10회기의 상담을 마치고 11회기 상담이 시작되었다. 4월에 시작한 상담이었는데 벌써 6월이 되었고, 봄이 왔지만 봄을 느끼지 못했던 그 당시에 비해 나는 지금 계절의 변화를 생생히 느끼고 있었다. 이것도 내게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변화였다. 상담선생님의 추천으로 개인 상담과 더불어 6명의 30대 친구들과 함께하는 집단 상담까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집단 상담 첫 회기를 마치고 난 다음 진행된 개인 상담 시간이었다. 왠지 모르게 편하지 않았던 첫 집단 상담에 대한 마음을 나눈 후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집단 상담이 왜 나에게는 편하지 않았을까? 집단 상담은 개인 상담과 다르게 상담사님 외에 집단 구성원들에게 나를 열어야 한다. 나는 사실 어떤 집단에서도 나를 열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이었다. 마치 나의 존재가 차가운 얼음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처럼. 나는 언제나 조금은 차갑고 다가가기 쉽지 않은 분위기를 풍겼고 타인들도 그것을 느끼고는 했다. 그리고 내가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 나는 스스로 얼음 상자를 깨고 나아가 타인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나와 깊은 마음을 나누고 교류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을 느끼셨는지 상담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울님은 집단 상담에서 집단원이 아니라 한 발짝 물러나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함께 진행하는 선생님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여울님의 내면에 있는 날 것을 털어놓아야지 나의 에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여울님은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그 벽을 부수는 작업이 필요해요."


사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상담사님의 말씀을 통해 들으니 더 놀라웠다. 내가 집단에 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소속되지 않은 채 한 발짝 물러나있는 듯한 느낌으로 경계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의 의도가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도 느껴지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 벽을 하나씩 부술 때 점점 나를 가두고 있는 의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제가 여울님에게 집단을 추천한 이유도 자기를 꺼내 보이는 과정이 필요해서예요."


"사실 저에게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은 작업이에요. 3-4년 지난 공동체에서야 저를 열어갈 수 있었는데 6주밖에 되지 않는 집단상담에서 저를 열어가는 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낯선 사람들에게 저를 열어 보이는 것은 쉽지 않아요."


"여울님은 검증이 되지 않는 낯선 이들을 경계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여울님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감성적이고 이상적인 사람인데, 너무 이성적인 사람들이 저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고 계산적으로, 분석적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상처를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사람이 나와 결이 맞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 같아요. 그래야 내가 안전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어요."


"여울님이 말하는 안전함이라는 것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만 기준이 너무 높아요. 그 기준이 높을 때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이 집단 상담을 통해서 그 기준을 깨어보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집단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 차라리 이야기를 해보는 것을 선택해 보세요. 그 시간을 여울님 것으로 만들어보는 거예요. 여울님의 내면에는 아직 어린아이가 그대로 존재하는데 겉으로는 대학 교수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 알고 있나요? 오히려 그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집단 안에서 나누어보세요."


마음으로는 수도 없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도 실천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당연히 집단 안에서 나를 어느 정도는 감추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만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낯선 이들에게 나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것은 나를 위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고 믿었던 나의 마음속에서 나온 불안이었을까. 때문에 마음의 문을 꽁꽁 닫은 채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서 외로워하며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여전히 내 안에는 어린아이가 살고 있었다.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멈춰있는 아홉 살 어린아이. 그 어린아이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는 일화가 있다. 남편과 살고 있는 우리 집에는 두 마리의 애완견을 키우고 있다. 1살이 채 되지 않은 강아지들이었다. 처음에는 버려졌던 강아지를 데려왔으니 정성을 다해 키워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서툴지만 밥도 주고, 산책도 시켜주면서 노력했던 것 같다. 역시나 나보다는 남편이 강아지를 키우는데 더 능숙했다. 남편은 누군가를 돌보는 것을 참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강아지의 눈빛만 보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었고 강아지 놀아주기, 간식주기, 예뻐해 주기를 훌륭하게 해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고맙다고 느꼈지만 마음 깊은 곳에 다른 감정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질투심'이었다. 놀랍게도 남편이 강아지를 예뻐하면 예뻐할수록 나는 질투심이 났고 강아지들을 사랑해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이 마음을 발견했을 때 사실 부끄럽기도 하고 다 큰 성인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감정을 상담사님과 나누었는데, 상담사님은 내게 남편은 아버지의 역할을 하고 있고 나는 딸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내가 받을 사랑을 가져가는 강아지가 미워 보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리고 차라리 그 감정을 인정하고 남편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라고 하셨다. 내가 질투심을 느끼고 있다고. 그 욕구를 알아차리고 인정할 때 애꿎은 강아지가 미워지지 않을거라고 하셨다.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 수치심이 고개를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성장과 우리 가정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내가 강아지들을 질투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채워지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욕구가 충분히 채워질 때 내가 다시 아내로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당황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해가 가지 않던 나의 행동과 말들이 그제야 이해가 가는 눈치였다. 그리고 본인은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상담사님이 이야기해 주신 대로 나는 나의 이 연약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집단 상담에서 나누기 시작했다. 굳이 똑똑해 보이거나 잘나 보이려 하지 않았다. 그저 진실하게 나의 모습을 나누었다. 그제야 나도 집단 상담 안에서 집단원들과 있는 것이 편안해지기 시작했고, 집단원들도 나를 편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사실 우리는 모두 부족하고 어린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가면을 장착하고 성숙한 어른인 척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내면에는 채워지지 않은 욕구가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울 때 종종 비뚤어지기도 한다. 내 삶에서 발견했듯이. 하지만 이제 조금 달라져보고자 한다. 세상에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인 척하며 살아가느라 지쳤던 나의 모습을 내려놓고, 조금 더 진실한 모습으로 부족한 모습도 나누며 살아가보려고 한다. 그러면 나의 몸과 마음은 조금 더 가볍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될 날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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