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알아차림을 위해 걸어가야 하는 길
_나를 살린 치유의 문장들
어린 시절 때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은 결국 현실의 사건으로 드러나요.
깊숙이 나의 내면을 알아차림 하는 것들을 통해서 우리의 삶은 바뀔 수 있어요.
나의 의식과 에고가 깨져서 만나게 되는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상일 거예요.
오늘은 오빠의 이직 기념으로 가족들을 초대한 날이었다. 며칠 동안 가족들이 오면 어떤 음식을 해줄지 고민하다가 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고추장 양념 갈비를 전날 남편과 함께 만들어 두었다. 엄마와 오빠가 집에 왔고 강아지들과 함께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만나 어색하기도 했고, 누구 하나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우리들이라 강아지 두 마리가 어색한 공기를 밝은 에너지로 채우며 톡톡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투닥투닥거리고 있긴 하지만.
가족과의 모임이 끝나고 상담을 받으러 갔다. 일주일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원래 2시에 상담을 받고는 하는데 오늘은 모임이 있어 5시에 상담을 받으러 가니 뜨거운 햇살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상담소도 해가 져가는 분위기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상담 선생님과 안부를 나누고 상담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를 함께 보았다. 숙제로 내주셨던 그림의 주제는 삶에서 무엇을 붙들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그림 공책의 가운데에 우선 사람의 머리와 대뇌 부분을 그렸다. 내가 평생 붙들고 살아왔던 것은 어쩌면 나의 의식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듣고 배우고 생각한 것들을 토대로 나는 열심히 살아왔었다. 그리고 나의 신앙, 주위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던 사람들 그들이 나를 살게 했던 것 같다.
"내가 이번 생애에서 부여잡고 있는 것들을 통해서 어떤 것을 얻고 싶은 걸까요?"
"사실 이제는 되게 막연해졌어요. 제 삶에서 제가 쌓아오고 싶었던 성들이 와르르 무너지고, 상담을 통해서 무너졌어야 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 같아요. 그 다음부터는 잘 모르겠어요. 저의 능력으로 해왔던 모든 것들이 제 삶의 자부심이었어요. 항상 크고 원대한 꿈을 꾸고 살아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느낌인 것 같아요. 나의 능력, 나의 힘, 나의 지혜 모두 내려놓고 이제야 진짜 삶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처럼 느껴져요."
"상자는 뭐예요?"
"얼음이에요. 저희가 나누었던 차가움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났고, 얼음 때문에 내가 무언가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나 고민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얼음은 저를 가두는 큰 틀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상담사님은 나의 그림을 보며 틀 안에 차가워진 나 자신을 힘겨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이야기하셨다.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형식의 틀 안에서 삶이 반복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신다고. 또한 세상이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세상이 안전하지 않고 나를 지켜줄 보호막이 없으니 끊임없이 나는 보호막을 만들기 위해서 부단히 애쓰면서 살아왔었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직접 세상을 경험하는 것보다 엄마가 경험한 세상이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때, 엄마가 삶을 힘들어할 때 그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져서 세상은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우리의 세상은 엄마였으니 엄마가 흔들리면 세상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끼고는 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나의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나의 내면이 안전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학교 때 깊은 우울을 겪으면서 좌절을 했었고, 그 이후에는 아무리 내가 견고한 삶의 성을 쌓아가도 마음의 병으로 무너질 수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나의 불안은 남편을 만난 뒤 많이 줄어들기도 했다. 언제나 한결같이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 고난이 있어도 그 고난까지 감싸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남편이었기에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었고 의지가 되었다.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아마도 어린 시절에 따뜻함이나 안정감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결혼 이후 그 사람이 내어준 감정들이 결국 나를 안정되고 불안하지 않게 만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나의 의식 구조는 아직 틀 안에서 존재하고 있네요. 사람들은 자기와 자기 인식 이후에 자기실현을 하고는 해요. 여울님은 항상 높은 수준의 자기실현을 해왔어요. 그 다음은 자기 초월인데 이 단계는 인류애적이고 고차원적인 영역이에요. 여울님은 자기실현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기와 자기 인식을 다루지 않은 차원에서 인류애적인 자기 초월 단계로 가는 것이에요. 때문에 내가 사라지거나 불안하기에 심리적인 문제가 일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나를 인식하는 단계로 다시 내려와서 작업을 하고 있는 거예요."
어려운 이야기였다. 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 단계를 건너뛰고 언제나 높은 자기실현을 통해 자기 초월단계로 나아가려 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 결국 나를 알고 나와 만나는 단계를 더 충실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어린 시절 미해결된 감정을 나는 남편을 통해서 채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쩌면 남편이 남편이자 아버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언제나 남편이 나를 다 채워주기를 기대했던 것이었을까. 하지만 사람이 나를 채워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내가 바란다는 것은 세상의 중심을 나로 두고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상담사님께서 해주셨다.
어린 시절에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현실에서 다양한 사건들로 드러나는 것을 나는 수도 없이 경험하고 있다. 만약 상담을 받지 않았다면 그저 일상의 사건들로 이해하고 넘어갔겠지만, 상담을 통해 그것이 나의 깊은 내면에서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문에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로, 치유되지 않은 아이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언제쯤 나의 내면의 감정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 수 있을까? 아마 지금이 그 여정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여정을 피하지 말고 꿋꿋이 걸어가며 나를 마주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