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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기 상담: 이제야 남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삶의 구원이 되어준 사람


나를 살린 치유의 문장들

남편이라는 존재가 여울님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어요.

여울님은 이제 남편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자신이 비워져 가니 남편의 존재가 보이는 거죠.

현재의 여울님이 흘러가는 삶에서 남편의 배려가 없었다면 여울님은 나아질 수 없었을 거예요. 남편의 배려가 여울님의 회복을 가능하게 했죠.



올해는 내게 참 쉽지 않은 해라고 느껴졌다. 열심히 살아가던 삶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번아웃과 우울, 내면의 고통 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듯 느껴졌다. 3월까지도 어떤 에너지도 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몸이 마치 수백 킬로그램이 되는 것처럼 느껴져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오는 것조차 힘들었고, 남편과 시간을 보내다가도 금방 피곤해져서 다시 침대로 돌아가기도 했다. 에너지가 넘치던 나였는데, 어떤 것에도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사람의 내면에 깊이 있는 관심과 애정을 가진 상담사님을 만나 회복의 시간을 시작했던 것 같다. 병원 치료와 함께 병행하며 꽤 빠른 속도로 나는 회복해 갔다. 하지만 그 과정 가운데 가장 애를 써준 존재는 역시나 남편이었다. 마음에 깊이 남아있는 일화가 있다. 교사인 남편에게 3월은 참 고단한 시간이다. 정말 모든 에너지를 학교에서 쓰고 와 집에서는 뻗게 되는 것이 그 시기인데, 남편에게는 학교보다 집에서 지쳐있는 내가 더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일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서 남편은 에너지 드링크를 사서 마시곤 했다. 사실 나는 남편이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있는지 몰랐다. 많이 피곤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집에서 지쳐있는 나를 위해 집에서도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남편은 웃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내게 밥을 먹자며, 산책을 하자며 말을 건넸다. 그리고 축 쳐져 있는 나를 끌고 매일 산책을 나갔다. 


이 시기만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남편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랑은 언제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이었다. 열심히 사는 것 밖에 알지 못했던 내게 남편은 언제나 삶으로 사랑을 전해주고 있었다. 사람은 이렇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삶으로 가르쳐주고 있었던 것이다. 상담사님과도 오늘은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편의 존재가 낯설고 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어요. 열심히 목표를 향해 살아가는 나와 다르게 저 남자는 왜 나를 위해 희생하지라는 물음이 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남편이라는 존재가 여울님을 변화시키고 있어요. 여울님의 삶 속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것은 사치였단 말이에요. 살아내기 위해서 살아냈을 거예요. 삶이 좋아서가 아니라..."


"맞아요. 그랬었죠.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삶에 의지가 되어주는 존재였고, 제가 기댈 수 있는 존재였어요. 그리고 힘을 얻어 제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는 했죠. 하지만 이제야 남편이 얼마나 저를 사랑했는지, 그 사랑을 몸으로 보여주었는지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남편의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여울님의 마음에 닿지 않으면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하지만 이제 여울님은 이제 남편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여울님이 힘들어하던 것들이 마음속에서 비워져 가니 남편이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상담사님의 말씀은 사실이었다. 내가 한창 우울로 지쳐있는 시기에는 남편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면의 문제들, 내 삶에서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의 기억들만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 어둠 속 갇혀 남편의 존재와 사랑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거듭된 상담을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내면의 문제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가게 되고, 그것들과 만나 작별 인사를 해가면서 고통을 비워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남편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뭔가 제 마음이 열려가는 것 같아요. 별것도 아닌데 계속 눈물이 흐르고... 집단 상담에서도 남편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흘렀을까요?"


"왜 그렇게 눈물이 흐르셨어요?"


"나라면 평생을 가도 가능하지 않은 사랑을 제게 무한히 주고 있다는 것이 놀랍죠. 그런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 삶은 의미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큰 것을 얻으셨네요. 아무리 공부하고 해도 여울님이라는 존재를 찾을 수 없어서 더 공부하려고 노력하셨는데,  이제 남편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보기 시작했네요."


"맞아요. 남편은 제게 삶을 가르쳐준 존재예요. 그리고 남편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해요. 세상을 쫓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멋져요. 


"참 멋진 사람이네요. 그리고 현재의 여울님이 흘러가는 삶에서 남편의 배려가 없었다면 여울님은 나아질 수 없었을 거예요. 이 자리에서 상담을 하고 있을 수도 없었을 거고요.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며 얼른 직장으로 돌아가기를 재촉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남편은 그렇지 않았잖아요."


"정말 그렇네요. 남편은 오히려 제게 올해는 돈을 모으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 돈을 모두 저를 위해서 써주겠다고 이야기를 했죠. 남편은 정말 저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고 있었네요."


올해 가장 고마웠던 일이다. 내가 병휴직을 내게 되면서 자연스레 수입은 줄어들게 되었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할 수 있는 금액도 줄어들게 되어 걱정했다. 하지만 오히려 남편은 이미 결단한 것처럼 보였다. 올해는 돈을 모으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저축보다는 나의 회복을 위해서 우리가 가진 자원을 모두 쓰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생각할수록 남편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나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남편의 그 따뜻한 마음과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나는 건강하게 회복해갈 수 있었다.


내 삶의 구원자가 되어주셨던 분은 예수님이 계시다. 그분은 세상에 혼자라고 느꼈던 내게 손을 내밀어주시고 언제나 내 삶과 함께 해주셨다. 그리고 두 번째 구원자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남편이었다. 아버지의 부재 속에 평생 결핍을 느끼고 세상 속에서 헤매던 나를 든든히 잡아준 존재였다. 그리고 항상 나의 중심이 되어주었다. 남편을 통해서 세상이 꽤 살만하다고 느꼈고, 행복하고 안전한 곳이라고 느꼈다.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았고 나의 불안은 참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남편과 이룬 가정은 내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고 남편만 있으면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겨났다.


사실 내게도 남편은 세상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 남편과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할 뿐이다.


그렇게 진정한 사랑은 우리를 살려내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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