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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나 May 15. 2024

시선의 전복

내가 가장 좋아했던것은


야구장에서의 나는 꽤나 운이 좋은 편이었다.

처음 들어간 야구장에서 닮고 싶은 배우고 싶은 인생의 선배님들을 만나고, 랜덤 돌리기와 같이 얼렁뚱땅 이루어졌던 직무 배치에서도 나와 꽤 잘 맞는, 아니 다른 업무는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즐거운 일을 맡았다.


그 언젠가의 야구를 꿈꾸었던 조금 어린 날의 내가 그토록 바랬던 바깥세상과 야구장의 연결하는 일. 그게 나의 역할이었다.


물론 이 모든 우연들이 내가 기가 막히게 좋은 운을 타고 나서라던가, 야구장이 나의 운명이라서는 아니다. 가장 먼저 출근해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지 생각하던, 사람들이 시야에 두지 않는 야구장의 일부에 궁금함을 가지던 나의 모습이 만든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난 스스로 야구장에서 꽤나 운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고. 일 년 일 년이 힘든 야구장에서 3번째 봄을 맞이했었다.


일하며 들었던 질문 중 가장 많이 들은 건 단연

야구장에서 일하면 가장 좋은 게 뭐야? 일 텐데


음, 뭐가 제일 좋더라.


티비 속에서 보던 선수들을 바로 앞에서 보는 것?

좋아하는 야구를 매일 보는 것?

동경하는 선수들과 친분을 나누게 되는 것?


습관처럼 듣는 이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기는 했었지만

아니. 내 안의 대답은

시선의 전복이다.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보통의 시야가 아닌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그라운드에서의 시선.

그래서 언젠가는 내가 죽는다면 이 그라운드 위였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었던 것도 같은데,

싫고 어려운 일들이 백개쯤 더 생긴다 해도 아래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기에 그럴만하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있는 공간의 가치는 마운드를 둘러싼 그라운드가 아닌, 그라운드를 둘러싼 관중석에 있음을.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내가 하는 야구를 사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나는 떠났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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