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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나 May 31. 2024

그래서 저는 퇴사합니다.

케케묵은 드라마들에서 보이는 대사들.

사랑하니깐 떠나는 거야.


시청자의 입장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말들이었는데 그 말을 내 삶에서 하게 될지는 몰랐다. 더군다나 사랑이야기가 아닌 내 커리어에서.

음 어쩌면 내 삶에서 가장 지독한 사랑은 아닐까 싶기도 해 알 것도 같지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내가 지나고 경험해 온 모든 것들을 글로 남겨두고 오래오래 곱씹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보니 좋았고 싫었던 경험 모두 온전히 내 몫으로 남겨두고 소화해내야 하는 약 같다는 생각이 든다. 쓰던 달던 말이야.


아무튼, 나는 퇴사를 했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그리고 앞으로도 지독하게 사랑할 것이 분명한 이 야구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꿈꾸게 되고 수없이 그리던 그 꿈을 이루게 되었음이 분명한 내 삶에 나는 왜 생각보다 빠른 마침표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 스스로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결과였지만.


좋아해서 여전히 너무 좋아해서 아마도 나는 이 야구를 싫어하게 되는 걸 견딜 수 없었던 것도 같다.

덕업일치.

얼마나 좋은 말일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일로하고 돈을 번다는 것.

좋아하는 것들을 더 잘할 수 있는 양분을 끊임없이 스스로 생성해 낸다는 것.


하지만 무어라 타인에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는 사회이기에.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 일이 싫고 그 속의 내가 싫어하는 순간들이 찾아왔고

애정 어린 눈으로만 바라보았던 야구를 , 야구장을 '일'로만 생각하게 되는 그 기분을 아직은 스스로가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여전히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를 싫어하는 삶은 내 삶의 한 축을 무너트리는 것과 같아서.


우스갯소리로 친구들과 덕업일치의 끝은 덕을 잃는 것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 덕을 못 잃어서 업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내 삶에서 야구를 포기하기에는 아직 나는 어리고 궁금한 게 너무나도 많기에.

야구가 궁금해서 훌쩍 대만행 편도 티켓을 들고 비행기를 탔던 대학생의 그때와 또 같이

일본행 편도 티켓만을 가지고 비행기에 오른다.


지금까지의 내 야구는 앞으로 펼쳐질 내 또 다른 삶의 에필로그에 불과하기를 바라며.

저는 여름의 야구장, 고시엔의 나라 일본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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