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 해야지, 그리고 포기하지 말아야지
평생 본 게 야구인데도 나는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이 그렇게 어려웠다.그래서 처음에는 KBO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던가. 아무튼 그라운드의 뒤에 있는 책상 위의 야구는 잘 모르겠더라.
야구장 밥을 먹을 만큼 먹어본 지금도 여전히 책상 위의 야구는 어렵지만.
대만에서의 야구는 그래서 나에게 중요했다.
그라운드로만 향했던 내 시야를 관중석으로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낯선 선수들이 나오는 야구장에서 내가 모르는 것은 선수들뿐만 아니다. 처음 보는 팬들과 그들의 문화. 팬들의 시선이 향하는 전혀 새로운 방향.
웃기지만 대만의 야구장에서 가장 신기했던 건 맥주대신 사람들이 마시는 버블티였다. 음료를 사 오겠다는 친구가 난데없이 쩐주(珍珠)를 넣겠냐고 물어보기에 눈만 데구루루 굴렸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는 같은 야구장일지라도 다른 문화가 반영되는 게 당연한데, 당연해서 몰랐던 것들이 낯선 곳에서 새로운 느낌표로 다가온다.
일기장에만 적기에는 아까웠던 대만의 야구들을 블로그에 적어놓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걸 다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입하는 곳이었다,이곳은.
우리가 가진 리그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팀이라 막연히 작은 리그이지 않을까라고.생각했던 내 오만을 산산이 깨부순 내가 마주한 첫번째 다른 세상은. 새로운 눈으로 오래된 나의 야구장을 바라보는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19년 말, 20년 초 블로그에 적어놨던 대만의 야구는 오늘은 이미 거의 모든 야구단이 하고 있는 일들이지만 그때만 해도 하지 않는 새로운 것들이 많았다.
선진야구라는 것 더 발전한 리그라는 건 어떠한 기준과 잣대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것일까.
중요한 건 더 많은 사람들과 우리가 가진 야구를 보고 싶다는 그 마음인데
여름의 이런 이벤트들도 야구를 보지 않는 많은 친구들을 야구장으로 이끌었다.야구장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정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TV를 틀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야구가 아닌
야구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순간과 기억이 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나는 그냥 야구만 해도 야구가 좋다. 해 질 녘의 어둠 속에서 밝게 켜지는 라이트가 좋고
우뚝 솟은 마운드 위의 투수를 보는 것도 좋다.
바람을 가늠하며 날리는 로진과 스타디움을 꽉 채우는 함성 소리도 모두 야구장 속에서 나를 가장 즐겁게 만든다.
하지만 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 기분들과 느낌들을 많은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야구장으로 향하는 다양한 이유를 만들고 낮은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낯선 야구가 궁금해 향했던 대만에서 만났던 CPBL. 이를 통해 나는 내 꿈과 목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 해야지
그리고 포기하지 말아야지
19년 타이베이에서
비록 24년의 나는 그때와 같은 예쁘기만 한 마음으로 야구를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더 깊어진 사랑과 미워도 어쩔 수 없이 돌아가게 되는 애증의 마음으로.
대만의 야구단에서 일하고 있는 내 친구의 SNS 소개글이 이 글을 쓰는 내내 떠오른다.
No little league, we maj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