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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권 May 19. 2021

#20 환희의 공간

Jubilee Church, Italy

Jubilee Church, Italy / drawing by @tkv_ver.1



제가 이제 막 건축에 발을 들이게 된 건린이 시절, 운좋게도 학교에서 진행했던 국제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유럽을 처음으로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학교 선후배들과 각 지역의 유명 건축물들을 방문하며 가슴이 웅장해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이곳 주빌리(Jubilee) 교회에서 모든 감정이 폭발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직접 보고 경험했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었고 처음 마주했던 그 황홀함은 어쩌면 제가 지금까지 펜을 들고 있는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내에서는 강릉 씨마크(Seamarq) 호텔로 익숙한 세계적인 건축가인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가 설계한 이 교회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즉위 25주년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둥글게 굽어 있는 세 겹의 벽인데 이는 기독교의 삼위일체, 즉, 성부(聖父), 성자(聖子), 성령(聖靈)의 상징을 각각 담고 있는 의미라 합니다. 또한, 우리는 건축 자체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이 교회가 만들어진 취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빌리 교회는 로마중심지에서 떨어진 또르뜨레 떼스떼(Tor tre teste)라는 지역에 떨어진 빈민가 사이에 있습니다. 훗날 이곳이 찾을 기회가 있으시다면 느끼시겠지만, 이곳까지 찾아가는데 꽤 많은 수고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과연 이런 소외된 마을에 이토록 아름다운 건축이 위치하는 것이 옳은 건지를 계속 되뇔 것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취지는 쇠퇴하고 외면받는 지역을 끌어 앉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 이는 마치 이 세상 모든 인간이 똑같이 사랑받아야 한다는 인문주의적(Humanism) 위로로 치부됩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신만의 존재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간에 우리의 존재는 틀림없이 누군가의 환희(Jubilee)와 함께 시작된 것일 겁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을 해낸 우리이기에 그 선물로 주어진 우리의 인생에 매일 환희의 순간들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미 태어난 것 그 자체로 목적을 다 한 것이고 인생은 그런 우리에게 주어진 보너스 게임이다. ” -故 신해철-





• location : Piazza Largo Terzo Millennio, Italy

• architect : Richard Meier @ric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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