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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로열음악원 피아노 실기시험 본 후기

RCM 피아노실기시험준비방법

by Ms Kim

나는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캐나다 로열음악원에 피아노 실기 시험을 직접 보고 왔다. 한국에 있을 때 여기서 내가 직접 시험을 보리라고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 물론 토론토에 오면 꼭 방문할 장소 리스트 중에 하나로 점찍어 놓긴 했지만 직접 여기서 피아노 시험을 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캐나다에 와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피아노 레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했지만 시험 준비시키는 건 다른 영역이었다. 학생들을 시험에 합격시키려면 내가 먼저 캐나다 피아노 시험제도를 경험해 봐야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시험을 준비할 때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정확한 루트로 가르쳐 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고, 난 그렇게 계획에도 없는 로열음악원 피아노 시험을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선생님들은 캐나다에서 rcm 레퍼토리나 에튀드에 있는 모든 곡들을 가르치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rcm의 레퍼토리와 에튀드 파트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에는 실기시험 비중이 매우 컸고, 음악이론시험을 따로 보지는 않았다. 학교성적 30% 입시 피아노 실기 시험 70% 였고 이 퍼센트 기준도 학교마다 달랐다. 실기 100프로인 학교 학교성적과 실기시험 비중이 50/50 인 학교학교마다 선호하는 방향이 달랐지만 작곡이나 실용음악과는 다르게 클래식 피아노 전공은 그렇게 음악이론시험을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캐나다의 피아노 교육시스템이 실기 위주의 한국 피아노 교육 시스템과는 다르게 매우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고 꽤나 디테일해서 놀랐고, rcm 커리큘럼은 뛰어난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 어린 학생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고 재미없는 구조이다. 인종과 살아온 환경이 달라도 학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 부모님들은 시험 체계를 선호하고 보다 더 높은 레벨을 배우기를 원했다. 한국에서도 바이엘을 마스터 한 뒤 체르니를 들어가면 일부 학생들이 피아노가 어렵고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해서 그만두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 시험제도도 비슷한 것 같다. 다만 좋은 점은 주마다 다르겠지만 rcm의 높은 레벨을 마스터하게 되면 학교 크레딧으로 대체할 수 있어서 학생보다 학부모들이 레벨업에 민감하게 생각하고 준비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무조건 레벨을 건너뛰고 올려달라는 학부모도 있었다. 이전에 선생님께 배울 때 레벨을 건너뛰어서 현재 레벨도 버거워하고 기초가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여서 나는 단호히 레벨 스킵이 안된다고 언질을 주었지만, 이전에도 그렇게 했다고 막무가내로 우겼다. 무응답으로 대처하였고, 나에게 계속 레슨을 받는 걸 보니 내 레슨 방식에 따라 줄 의향인가 보다. 이전 선생님이 왜 준비도 안된 학생들을 계속 레벨 스킵을 시켰는지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안 된다. 당장 학부모의 말을 수긍해 주면 편할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학생이 버거워하거나 흥미를 잃으면 피아노 수업을 그만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우 안 좋은 선택지인데 비즈니스 부분적으로는 뭐…


내가 처음 캐나다에 랜딩 하게 된 땅은 밴쿠버였다. 처음 밴쿠버에 기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때면 그들은 내가 한국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물었고, 피아노 선생님이었다고 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꼭 내 레벨이 몇인지 물어봤다. 한국의 피아노학원 시스템은 시험제도가 아니라서 왜 내 레벨을 물어보는 거지 싶었으나, 그렇게 여러 외국인들과 소통하면서 RCM과 ABRSM이라는 해외 피아노 교육 시스템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캐나다 피아노 교육 시스템에 흥미가 생겼고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주위환경이 매우 중요하며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내 삶이 변화하는 걸 많이 느꼈다. 그 후 나의 비자는 만료되었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캐나다로 올 수 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오늘은 그 어느 일상과 같이 평범했지만 내 인생의 가장 특별한 날 중 하나의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캐나다 토론토에 아무런 연고와 인맥이 없이 혼자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뮤직스쿨에 취업 성공하고 일하고 있는 것도 생각해 보면 너무 기적인데, 거기에 캐나다에서 영향력 있고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캐나다로열음악원에서 직접 피아노 실기시험을 보다니 정말 내 인생에 뜻깊은 하루였다. 2025년 기준 피아노 실기 시험 비용은 캐나다 달러로 CA$282.00 불이다. 시험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응시가 가능하며 시험 시간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인기 있는 요일과 시간대는 금방 마감되는 것 같았다.


캐나다 RCM LEVEL 8 피아노 실기 시험, 대면 시험 루트 요약정리
Royal Conservatory of Music의 레벨 8 피아노 실기 시험은 단순한 연주 시험이 아니라 음악적 역량을 고루 테스트하는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래는 내가 직접 경험한 rcm 레벨 8 시험의 전반적인 절차이다.


1. 레퍼토리 (Repertorie)

시험 전, 레퍼토리 부분은 총 4곡의 연주곡을 준비해야 한다. 이곡들은 각각 A, B, C, D 리스트에서 한 곡 식 선정해야 하며, 시대별로 분류되어 있다.

고전 (Classical)

낭만 (Romantic)

현대 (modern, 20세기 및 캐나다 작품 등)

바로크 및 기타 다양한 스타일 (주로 J.S Bach 작품)

첫 장은 A파트는 주로 바로크 시대 작품으로 바흐작품이 많이 등장하며 B 파트는 고전주의시대의 작품들로 우리가 흔히 배웠던 작곡가 모차르트 및 베토벤, 하이든, 곡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C파트는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 쇼팽, 슈베르트, 슈만 그리고 마지막 D파트에서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캐나다 작곡가 및 현대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2. 에튀드 (Etudes)

레퍼토리 외에도 에튀드 2곡을 연주해야 하는데 이 에튀드들은 속도, 손가락의 독립성, 리듬등 테크닉위주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술적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되는 곡들이며 내가 시험 보았을 때 에튀드 두곡을 쉬지 않고 연달아 연주했다.


3. 기술 항목 (Technique Requirements)

레퍼토리와 에튀드 총 6곡을 연주한뒤에 테크닉 항목을 바로 시험 보았다.

다양한 조성의 스케일 (장조/단조, 하농과 비슷)

아르페지오

도미넌트 7th 코드

포뮬러 패턴 (Formula patterns)

톤 코드 진행 (Tonic solid/broken chords)

기타 지정된 테크닉 패던들

테크닉 리콰이먼트 부분은 메이저와 마이너의 모든 스케일, 아르페지오, 도미넌트 7, 포뮬러패턴, 톤 코드 진행을 머릿속에 암기가 되어 있어야 시험관이 문제를 내었을 때 바로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평소 꾸준한 연습과 암기를 해야 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부분이다.


4. 청음 테스트 (Ear Tests)

이파트에서는 심사관이 피아노 연주하는 내용을 듣자마자 바로 답해야 한다. 절대음감자에게는 매우 쉽지만 상대음감 학생들에게 이 부분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아직도 연구 중이다.

코드진행 (예: I-IV-V7-I)

음정 듣고 구분하기

리듬 부분 노래하거나 박수로 표현하기

짧은 멜로디 듣고 따라 연주하기

이 외에 다양한 청음 항목 포함

5. 시창 (Sight reading)

청음 테스트까지 완료한 후 바로 다시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서 시험관이 주는 악보 첫 페이지와 두 번째 페이지를 초견으로 연주했다.

그렇게 2곡을 초견으로 연주한 후 시험이 끝났다


시험 예상 시간은 1시간 정도였는데 그보다 훨씬 빠르게 끝났고, 2주 정도 지난 후 결과 발표를 확인해 보니 다행히도 결과 합격이었다. 그리고 내 학생들도 곧 시험을 응시할 예정이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시험에 합격하게 된다면 아마 그 성취감과 기쁨이 두 배가 될 것 같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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