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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N Jun 19. 2021

37살 대학원생. 이 나이에 21학번이라니...

어쨌든 기쁘다.

 내가 근무한 연구개발 부서는 정말 학력이 높았다. 최근 입사한 친구들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한 경우가 대다수였고, 심지어 학석사 통합으로 조기 졸업한 친구도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해외에서 학위를 따온 경우였다. 그에 비해 나는 몇 명 안 되는 수도권 대학 학사 출신이었다.

 근무연차가 높아서 그런지 일할 때는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업무 노하우를 전수해주거나 간단한 원리 설명은 쉬웠지만 그걸 학술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나는 굉장히 개인적인 언어로 설명했었다.

 "음 이게 왜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하니까 되더라."

 이런 비전문적인 설명이 가득했다. 그에 비해 신입사원들은 이런 개떡 같은 설명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그리고는 내게 며칠 후에 관련 논문들도 찾아 정리까지 해서 알려주고는 했다. 후배들에게 없는 내 모습, 내게 부족한 게 이런 부분이었구나.

 학위의 필요성은 이직 시장에서도 느꼈다. 나는 연구개발 업무를 할 때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었다. 그런데 석사 이상의 학위를 요구하는 기업이 많았다. 내게 온 오퍼들의 대부분은 생산관리, 사업기획, 산업 전문가, 장비 설계 등이었다. 학사는 업무영역은 넓었지만 내가 원하는 직무의 지원 폭은 좁았다.

 그래서 까짓 거 대학원 가보자 하고 계획을 내질러봤다. 이번에 대학원을 지원해보니 이 과정도 쉽지가 않았다. 석박사분들의 노고에 존경하게 됐다. 자기소개서부터 연구계획서 작성을 하면서 10년 전 취업준비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 당시 66개의 이력서를 제출했었는데, 나를 찾는 곳이 없으면 어쩌지 불안해했던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교수님들께 메일로 면담도 해보고, 지인들에게 정보도 얻고, 내가 가진 자원으로 지원할 수 있는 2곳을 지원했다. 그중 한 곳이 발표 났다. 결과는 최종 합격이었다. 면접도 잘 보지 못해서 속상했는데 너무나 기뻤다. 심지어 다른 곳 대학원에서도 교수님께서 연락을 주시고는 제자로 들어오겠냐고 의견을 여쭈셨다.

 역시 일을 벌이면 무슨 일이든 일어나게 되어있구나. 그래서 그동안 나쁜 일도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일들이 내게 일어나는 거구나. 더 기뻤던 것은 나의 글이 포털에 노출돼서 조회수가 급증한 사건이다. 갑자기 많은 알림들이 와서 놀랐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너무 놀라서 지인들에게 알리고 자랑도 했다. 나의 아내는 소식을 듣고는 급히 수박주스와 조각 파이를 사 와서 내게 진하게 축하파티를 선물해주었다.





 이 나이에 21학번 학생이라니, 얼마 전 10명이었던 구독자수가 68명이라니, 조회수가 이틀간 9만 명이라니!!!!! 그 밖에도 좋은 일이 두 가지나 더 있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아마도 내가 이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 감정을 느껴볼 수 있었을까. 아끼는 동생이 내게 했던 말이 맞는 것 같다.

 "형, 진짜 뭐든 일을 벌이는 게 맞나 봐요. 그래야 무슨 일이든 일어나죠. 형은 그때 선택 잘한 거 같아요"

 2년의 시간이 지나면, 나는 또 많이 변해있을 거고, 내 선택의 폭은 더 늘어나 있겠지. 걱정하지 말고 오늘도 기분 좋게 쉬어야겠다. TV도 보고 글도 적으면서 즐겁게 놀고 여유롭게 낮잠도 자고 푹 쉬어야겠다. 이렇게 기쁜 일들이 자주 일어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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