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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N Jun 12. 2021

이제 좀 살겠네.

노력해도 안 되는 건 포기하자.

 느긋한 3개월을 보내고 휴식을 취하러 경주에 놀러 왔다. 지난주 드디어 대학원 면접이 끝났다. 해야 할 일을 하나 끝냈다는 생각에 결과가 어떻든 그저 기분이 좋았다.

 사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부끄럽지만 13번이나 응시했던 영어 시험은 결과가 형편없었다. 이 정도 노력해서 안 되는 거면 실력이겠지. 노력한 만큼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실망하거나 자책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지. 영어 안 보는 대학원을 가면 되지.

 늘지 않는 영어 실력보다 내 시력이 더 걱정됐다. 영어 시험만 보면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해서 눈이 충혈됐다. 가까운 곳만 뚫어지게 보다 보니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먼 곳의 초점이 잘 맞지 않았다. 푹 쉬어도 한번 생긴 눈 핏줄은 가라앉지를 않았다.


 그럴 만도 한 게 평소에도 먼 곳을 쳐다볼 이유가 없었다. 자다가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있다가, 쉬는 시간에는 폰을 보고, 자기 전에는 TV를 시청했다. 지난 3개월은 눈 앞만 보고 지내왔던 것 같다. 이제 슬슬 눈 건강을 위해 먼 곳을 볼 때가 된 것 같다. 몽골 사람처럼 시력이 2.0을 초월하길 기하며!




 다행히도 지난 시간이 항상 비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지인이 일할 곳을 소개해주겠다는 제안도 받았었고, 지인이 같이 일하자는 제안도 받았었고, 여러 헤드헌터들의 솔깃한 오퍼들도 있었다.

 첫 직장의 퇴사여서인지 체감하기로는 대학 졸업 후의 취준생이 다시 된 것처럼 불안한 느낌이 들었는데 뭔가 나를 찾아주는 곳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솔직히 너무 좋았다. 그동안 열심히 쌓아온 과거 노력들이 헛되지 않은 기분이었다.

 더 기분 좋은 일도 있었다. 지금 쓰는 글이 어느새 조회수 1000을 넘어서고 구독자가 10명이나 된 일이다. 글에 소질은 없지만 꾸준히 쓰는 원동력이 되었다. 예전에는 나쁜 일을 더 많이 기억했었는데 요새는 좋은 일들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 같아서 좋다.

 내게 퇴사는 나쁜 것보다 좋은 게 더 많았다.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걱정하는 일이 어쩌면 눈 앞의 작은 일이 아닐까. 눈 앞만 보고 살면 먼 곳의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수 있다. 충혈된 눈을 걱정하는 대신 마음을 편히 갖고 더 멀리 보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나쁜 일도 생기겠지만 좋은 일도 아주 많이 생긴다는 걸 기억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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