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RN Jul 29. 2021

연봉 1억과 맞바꾼 세 가지

6개월간 얻고 잃은 것들

 올해 현대차의 임금 협상이 완료됐다. 조금만 참았더라면 나의 연봉 1억을 넘겼을 뻔했다. 너무 섣부르게 나왔던 걸까. 금 부럽기도 했다.


아니다. 그 1억을 위해서 나의 모든 시간과 체력, 지력을 바쳐야 했겠지. 오히려 그 1억이라는 돈 안에 갇혔을 나를 떠올렸다. 기회비용으로 잃었던 그것 대신 그동안 얻은 것에 집중했다.






 퇴사 후 많은 도전을 했다. 덕분에 나는 2가지의 모습을 얻었다. 하나는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원생이 된 것이다. 그리고 힘들 줄 알았지만 다른 하나의 모습을 얻었다.




 이 중 가장 설렜던 일은 브런치 작가 도전에 성공한 것이다. 다음카카오 메인에 2번이나 노출되고 그중 하나는 직장 IN 베스트 글 1위도 받았다. 3일간 설레서 잠을 설칠 정도였다. 부끄러운 내 글을 지인들에게 자랑하느라 기쁜 순간이었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열심히 작성해도 10명 남짓 볼까 말까 했었는데, 지금은 이 쑥스러운 글들을 18만 명이 넘게 읽어주셨다. 심지어 이전 직장동료들이 글 잘 읽고 있다며 연락을 주었다. 뿌듯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실패의 경험은 역시나 따라왔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응시했던 13번의 영어시험은 처참히 망했다. 돈과 시간을 투자했지만 안 되는 건 안되긴 했다. 영어라는 것이 단기간에 오르는 것도 아니었고, 집중조차 잘 되지 않았기에 기대감이 없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니까 효율이 좋지 않았다.


 결국 영어점수 의무가 없는 대학원 2곳을 지원했지만 다행히 둘 다 합격했다. 예전엔 영어실력이 늘지 않아서 나 스스로를 미워하고 한심하게 생각했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대안을 찾다 보니 인생의 절망에서 조금 벗어나는 기분이었다. 대안은 늘 존재하니까 마음을 편히 가지자고 되뇌었다.




 처음 목표했던 작가와 대학원생의 2가지 목표를 얻었고, 하나의 목표를 더 욕심냈다. 이직 시장에 나를 한번 던져보았다. 취업 관련 어플과 사이트에 나를 소개했다. 10년의 기간을 복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동안의 글쓰기 연습을 활용해서 일목요연하게 나를 소개해갔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오퍼가 왔다. 거의 10건이나 문의가 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공개 채용하는 곳도 놓치지 않고 지원했다. 처음이 어렵지, 하나를 제출하니 다음 것들은 술술 적혀나갔다.



 역시나 서류조차 통과하기 쉽지 않은 곳도 있었고, 겨우 붙어서 흥미가 있는 곳은 연봉 수준이 아주 떨어졌다. 그래도 내게 주어진 면접의 기회는 모두 놓치지 않았다. 최종 단계를 거치고 한 곳에 발걸음을 멈췄다.


 이직을 하려면 고려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지금 필요로 하는 건 무엇일까. 고민 끝에 내린 나의 요구 조건은 개인 창작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었다. 목표가 분명하다 보니 주춤거림 없이 당당하게 요청했던 것 같다.


 이런 것을 해도 되는지 문의했을 때 회사의 대답은 'Why not?'이었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하였다. 단, 회사의 이미지 손상이 가지 않도록 회사와 관련된 것들과 소속을 밝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만 요구했다.


 너무나 합리적인 대화였기에 나는 무척이나 기뻤다. 물론 연봉이 줄어드는 사실이 아쉽긴 했다. 근무지도 살던 곳과 거리가 좀 더 멀어졌다. 하지만 나의 여러 모습을 자유롭게 펼치며 살 수 있다는 점이 더 좋고 설렜다.






 엉망진창이었지만 조금씩 움직인 덕에 처음 목표했던 작가, 대학원생, 직장인까지 이뤘다. 이제 강연, 유튜버의 도전이 남았다. 올해 안에 유튜브 개설도 하고 강연도 해 볼 예정이다. 분명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 조급하거나 불안하지 않다.


 누군가 나와 같은 방법을 시도해보려 한다면, 한 번에 다하려고 하면 지치니까, 하나씩 그리고 조금씩 도전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너무 한 번에 변하는 건 내 무의식에 거부감을 일으켜서 불안함을 야기할 수 있다. 조금씩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


 대안이 많다고 느껴지니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함이 느껴졌다. 지금 불안하다면 아무거나 하나씩 저질러보자. 처음만 어렵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1억 연봉과 맞바꾼 이 세 가지가 좋은 선택이었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지금 당장의 돈은 적어졌지만 언젠가 역전되는 날이 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전 16화 이제 좀 살겠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