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이 그저 신기한 37살 학생
대학원생 1주 차 수업 보고
2021년 8월 30일. 대학원 첫 수업을 수강했다.
온라인 강의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실시간 강의 시청과 사전녹화 강의 시청 방법이다. 8월 30일 수업은 실시간 강의 시청이었다.
온라인 회의 링크를 받아서 접속하고 강의를 듣는 방식이었다. 수업시간이 되자 조교가 4자리 번호 코드를 알려줬다. 그 번호를 출결 어플에 입력하니 출석이 인정되었다.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40명이 넘는 학생이 접속했다. 작게 나뉜 화면에 빼곡히 학생들의 마스크 낀 얼굴이 있었다. 물론 그중 나도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강연자가 화면을 켜놓고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발표 자료는 커다랗게 중심에 떠있었고, 학생들은 화면 위의 작은 공간에 배치되었다.
옛날에 영화에서만 보던 그런 장면이 실제로 일어나는구나. 뭔가 진보된 세상을 맞이한 것처럼 느껴졌다. 첫 수업이라 긴장해서 그런지 집중이 잘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이 느낌은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실시간 강의의 장점은 양방향 소통에 있었다. 강의 중간에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소리 내는 것이 어쩐지 부끄러워서 채팅으로 질문했다. 강의 내용을 잘못 이해해서 엉뚱한 질문을 했다. 나의 질문이 잘못됨을 인지한 순간, 부끄러움에 혈액순환이 확 되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 부끄러움의 시간을 갖고 나니 수업이 더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남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질문자에게는 커피 기프티콘을 선물해준다는 것이다. 기억에도 남고 커피도 얻고 일석이조였다. 그런데 아직 기프티콘은 오지 않았는데, 부끄러움은 계속 떠올라서 괴롭다.
2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나니, 짧은 인사를 마치고 학생들은 접속을 끊기 시작했다. 옛날 사람이라 왠지 칼같이 나가는 것이 어색해서 잠시 그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사람은 강연자, 조교 정도였다. 마스크 뒤로 옅은 웃음을 짓고는 접속을 끊었다.
'이게 대학원의 시작이구나.'
첫 수업의 뿌듯함을 뒤로하고, 다음날 전공 이론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번 강의는 수강시간이 자유로운 사전 녹화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졸고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을 수 있어서다.
나는 순수과학을 전공했는데 공학 과목을 듣다 보니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수학 조금, 과학 조금, 영어 듬뿍 섞인 강의를 듣다 보면 체력이 3배쯤 빨리 고갈됐다. 슬프게도 의지와 상관없이 꾸벅꾸벅 졸면서 수강을 이어갔다. 출석은 했는데... 아... 앞으로의 길이 걱정된다.
시작이 반이다라고 했으니, 절반을 했기에 힘든 거라고 생각하고 더 쉽고 즐겁게 헤쳐나가야지.라고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다. 제발 10년 전 총명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서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짜 어떡하지...
한 곳에 올인하지 않고, 즐기면서 살자는 내 다짐이 슬쩍슬쩍 무너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역시 상황이 이렇게 되니 어쩔 수가 없다. 이게 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잊지 말고, 잘 안되더라도 나를 원망하지 말고 끝까지 믿고 나아가자. 나를 망가뜨리지 말고! 나를 아끼자! 다시 한번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