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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Leonard Dicaprio ; 왕. 곰. 각성 >

by 심재훈 Apr 12. 2021



 세상에 영화 왕을 한 명 뽑자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아닐까? 영화를 찍고, 영화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고, 영화라는 세계에 가장 친숙한 사람. 사실 리오를 처음부터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리오가 나오는 영화들을 빼놓지 않고 본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 「타이타닉」을 봤었다. 그리고 셀린 디온의 목소리는 언제나 내 성장기를 배회하고 쫓아다녔었다. 그 시대부터 디카프리오는 국내에서도 청년들에게 영원한 우상이 되었다. 「토탈 이클립스」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이 리오의 리즈시절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아직 난 보지 못했다. 그나마 내게 익숙한 건 그가 청년이 되었을 때 즈음이다. 「비치」,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리오는 아직 젊다. 「디파티드」나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그는 본격적으로 베테랑으로써 성숙한 연기를 펼쳐낸다. 그리고 「인셉션」, 「셔터 아일랜드」,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정말 영화 본좌의 아우라가 드러나는 것 같다. 연기에 있어서 그는 더 이상 더 좋아질 게 없어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레버넌트」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보면서 또 한 번 놀랐다. 「레버넌트」에서는 와 … 정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화는 디카프리오를 따라 원 테이크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여기서 그의 연기는 정말 광기에 젖어있는 느낌이다. 이 영화에서 기억나는 장면은 디카프리오가 곰과 사투를 벌일 때다. 그 장면을 보는 데 나는 아주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곰이 먹이를 사냥할 때 상대가 숨통이 끊길 때까지 기다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장면은 내게 상당히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곰이 정말 저렇게 움직일 것 같은 직감이 내 명치를 강하게 때렸다. 내가 곰을 마주한 것도 아닌데 오금이 저려왔다. 동물왕국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피를 통해 봤던 곰이 현실의 전부가 아니라는 두려움이 그것이었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그건 현실과 상상 사이에서 생기는 괴리감이었다. 이제껏 머리로만 그려왔던 ‘곰’이 현실에선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괴리감.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를, 무엇을, 그리고 세상을 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생각만으로는 세상의 실체를 안다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직접 보지 않고 경험하지 않으면 그 대상에 대해서 진실로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제대로 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세상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이것이 영화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오락적인 재미 외에 영화는 세상의 실체를 보게 하고 우리를 각성케 한다. 영화 속 곰과의 사투 장면이 나에게 왜 그렇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 충격을 그냥 받아들였다.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이 ‘곰’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결국 어느 소설의 소재로 써먹었다. 그때쯤 곰에 대해 관심이 생겨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곰』을 찾아 읽기도 했다. - 분명 나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지만 이 소설을 영화를 볼 때쯤 아무 생각 없이 우연하게 읽었을지도 모른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건 내가 이 소설을 우연하게 읽었는지 자의적으로 읽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 누군가 나에게 이 소설을 가져다주었는지도 모른다. - 「레버넌트」에서의 원 테이크 촬영 방식은 샘 맨데스 감독의 「1917」에서도 나오는데 보는 내내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SF영화 「그래비티」의 롱테이크 방식도 마찬가지다.(물론 진짜 원 테이크는 아니다.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잘 보다 보면 편집점이라고 보이는 구간이 있다)


요즘 같이 마약이 횡행하는 시기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같은 영화를 봐주면 정신이 확 깨지 않을까? 그래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중에서 내겐 아직 「셔터 아일랜드」가 최고다. 영화 보는 내내 정신병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 영화만큼 흡입력이 강한 영화도 거의 없는 것 같다. 내가 너무 복잡한 인간이어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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