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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교시 Oct 22. 2023

우리 모두 100점 맞기 대작전!?

일학년 교사의 시간, 일교시

 건강검진을 하고 아이의 시력검사 결과를 들으면 생각보다 자녀의 시력이 나빠 학부모님께서도 깜짝 놀라시는 경우가 많다. 다행인 것은(?) 학교에서 하는 시력검사는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 간이시설을 설치해서 시력검사를 해서 그러는걸까?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결과가 안 좋게 나와도 충격받지 말고 우선 안과에 가서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시력이 좋게 나왔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된다. 1학년은 늘 똥꼬발랄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줄을 서 있던 똑순이 수아가 아직 자기 차례가 오지 않았는데 시력검사판 근처까지 몇 차례나 다가와 기웃거렸다. 의사 선생님께 문진표를 번호순서대로 드렸기 때문에 혹시나 결과가 섞일수도 있어 한소리 했다.

     

"수아야, 여기선 번호대로 줄 서 있어야 해요."

"네, 거의 다 했어요." 

    

'뭘 했다는거지?' 하고 관찰해보니 수아가 시력검사판 근처까지 나온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받아쓰기 마냥 시력검사도 100점(?)을 맞기 위해 입술을 옴쌀달싹하며 검사판 암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때때로 아이들은 시력검사표에서 의사 선생님이 가리키고 있는 걸 제멋대로 읽기도 한다. 어른들은 딱 봐도 이게 방향을 말하라는 건지, 숫자를 말하라는 건지, 한글을 읽으라는 건지 알 수 있지만 일학년에게는 좀 더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 오른쪽 왼쪽도 아직 헷갈리는 걸 어떡하랴. 지역별 편차도 있겠지만 학군에 따라서는 받침없는 글자여도 어려워하는 한글 미해득 아이도 종종 있다.

 그래서 나는 건겅검진이 있기 전 연습삼아 검진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준 뒤 동체시력테스트 게임을 하기도 한다. 동체시력 테스트 화면을 보고 손가락으로 찔러가며 방향을 가리키는 모양인 걸 알려주는데, 그 이유는 동체시력 테스트의 모양이 시력검사의 방향표시와 닮았고 공부는 역시 게임으로 하는게 국룰이기 때문이다.(?)         


                                            <동체시력 테스트: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온다.>


 게임을 하기 전 위, 아래, 오른쪽, 왼쪽을 입으로 외치고 손가락으로 찔러가며 공부한 뒤 시력검사를 하러 가면 아이들은 아까 봤던 거라며 즐거워한다. 오른쪽 왼쪽이 헷갈려도 괜찮다. 이가 없으면 잇몸. 방향이 헷갈리면 손으로 가리키면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들은 비교적 더 빠른 시기에 눈이 나빠지는 것 같다. 영상매체에 대한 노출이 더 늘어서인걸까. 예전에는 종종 학부모 상담 때 “우리 아이가 눈이 안 좋아서 그러는데, 앞쪽에 앉혀주실 수 있을까요?”하고 부탁하시는 경우 정말 눈이 나쁘면 요구사항을 들어드릴 수 있었는데, 요새는 그것도 쉽지 않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의 눈이 안 좋다보니 어쩔수가 없다.  누구나 앞자리는 앉고 싶지만 앞자리는 고작 6개 정도니까.   

 

 몇 주 전 시력검사 결과가 안 좋게 나왔던 민성이가 등교를 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이내 '얼음'이 되어 발걸음을 멈췄다. 추워진 날씨에 민성이 눈에는 김이 하얗게 서린 민성이의 첫안경이 쓰여있었다.    

 

“뭐지?, 뭐지?”     

 민성이는 엘사에게 공격받은 “뭐지맨”이 되서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다가 뒤이어 들어오는 친구에게 핀잔 듣는 걸 보고 ‘아차!’ 싶었다.

     

“민성아, 문 앞에 서 있으면 들어오는 친구들에게 방해가 되는데 앞으로 나와야 해~.”

“눈이 안 보여요.”

“그랬구나~ 안경 벗어 보세요.”

“아, 맞다! 나 안경썼지?”     

 민성이는 안경을 벗고 눈을 몇 차례 깜빡여 보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안경을 살펴보더니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안경 고장났어요.”

 뽀얗게 김 서린 민성이의 안경이 고장난 안경이 되버렸다. 베시시 웃음이 세어나오는 걸 꾹 참고 나는 안경 수리공이 되기로 했다.     

“선생님이 고쳐줄까?!”

“네.”

“짜잔!” 하고 한쪽 안경알을 옷 소매로 닦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민성아. 춥다가 따뜻한 곳에 들어오면 이렇게 안경에 하얀 김이 서리거든. 그럴땐 당황하지 말고 안경 벗어서 이렇게 닦아주면 돼요.”     

 민성이는 “아하!” 하더니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쥐고 있던 안경을 건네며 말했다.     

“반대쪽 알은 민성이가 닦아볼래요?”     

 민성이는 옷소매로 안경 한쪽면을 닦아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선생님은 되는데, 나는 왜 안되지?”     

민성이는 안경알 안쪽면을 옷소매로 닦고 있었다.     


“민성아. 여기보면 여기에 김이 서려있지? 김이 서려있는 곳을 닦아야 해. 아니면 그냥 이렇게 안경알 양쪽을 한번에 잡고 닦으면 돼요.” 

    

민성이에게 안경알 닦는 법을 알려주며 나도 새로운 걸 배웠다. 다음 번 또 다른 아이에게 안경알 닦는 걸 알려줄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안경알 양쪽을 닦는 거라고 말해주는‘가르쳐주기 100점짜리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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