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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공주 신드롬에서 벗어나기
02화
힐러리 클린턴이 롤 모델
나도 내조의 여왕이고 싶었다.
by
유경
Jan 8. 2025
어디서 읽은 건지 기억도 안 난다.
미국의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에 관한 이야기.
아니 정확히는 영부인 힐러리 클린턴의 일화다.
두 사람이 어느 주유소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주유소 사장인 남자가 알고 보니 힐러리의 X였던 것.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눴다.
빌 : 당신이 저 남자와 결혼했다면 지금쯤 주유소 사장의 와이프가 되었겠지?
힐러리 : 아니, 저 남자가 대통령이 되었을 거야.
와... 힐러리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결혼 후 가정사로 인해 고졸이던 그를 설득해 사이버대학에 등록했다.
온라인으로 수업만 들으면 대학원 진학 시에 이익을 얻을 수 없다며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게 했고,
학교 행사에 참여하게 했으며, (실제로 그는 과대표까지 했다)
시험 및 수업을 대신 들어주기도 하면서 졸업을 시. 켰. 다.
졸업 후에는 최종 학력이 사이버대학 학사일순 없으니, 대학원에 진학하기를 종용했고
소위 빨갱이대학이라고 불리는 곳에 합격을 시.켰.다.
그때 나는 결혼 6년 만에 첫 아이를 가졌고,
그 아이를 낳고, 생후 6개월짜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가며 직장을 다녔다.
그가 대학원 수업을 듣고, 대학원 동문들과 술자리를 가지고
대학원 교수들과의 만남을 핑계로 오롯이 홀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도 그토록 동경해 마지않던 힐러리가 된 것 같았다.
교수라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 사업이 더 잘되면 좋은 집에서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야지.
같은 허황된 꿈을 꾸면서 남편의 발전이 나의 발전인양 뿌듯했다.
더불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을 가졌는지,
사업을 준비하느라 퇴사한 남편에게 불쑥 10일짜리 서유럽패키지를 권유했었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해서 망하더라도 쉽게 재기할 수 있을 거고
해외라고는 일본밖에 다녀온 적이 없는 남편을 위해 (그것도 나와 결혼하고 처음이었다)
식견을 넓히고 오라는 넓디넓은 병신 같은 아량을 부리며 그를 보냈다.
그렇게 대학원을 가고 서유럽패키지를 시작으로 해외여행을 다니던 남편이 바본온달이 아님을 알았을 때는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버린 뒤였다.
-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멋진지 아니? 아, 당신은 못 가봤지.
- 서유럽은 별로야, 동유럽이 진짜 찐이지.
- 나 뉴욕에 다녀온 사람이야. 캐나다는 정말 좋더라.
이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었다.
남편을 보낸 건 나였으니까.
주위에서 아무리 나에게 말해줘도 몰랐다. 아니,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다.
너는 평강공주가 아니라고, 그도 바보온달이 아니라고.
세상엔 그런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내 부모부터 친한 지인까지 아무리 나에게 얘기해도
나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내가 평강공주 신드롬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뼛속깊이 깨닫게 되는 때가 왔다.
그의 대학원 동문을 만난 자리에서 한참 사회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원 동문을 앞에 두고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잘 들어. 이게 대학원생들의 대화 수준이야. 당신도 대학원에 가게 되면 알게 될 거야"
나.는.평.강.공.주.가.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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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공주 신드롬에서 벗어나기
01
평강공주 신드롬이 뭐야?
02
힐러리 클린턴이 롤 모델
03
뫄뫄만 빼면 좋은 사람이라니까!
04
오만한 믿음의 결과
05
나는 정말 행복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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