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의 무게가 만들어내는 균열
"생색내는 거냐?"
그의 질문에 나는 당당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네가 사이버대학에 다닐 수 있었겠니?
내가 등 떠밀고 배려하지 않았다면
갓난쟁이가 막 생긴 가정에서 대학원을 다닐 수 있었겠어?
나의 당당함에는 헌신'이라는 무게가 있었고
보상'이라는 요구가 있었다.
남편의 현실과 미래가 나아지면 우리 가정이, 아니 나의 가정이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남편에게 그 사실이 부담이고 그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은 자격지심을 건드릴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자격지심 정도 느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나는 그가 나의 바보온달이라고 (겉으로는 치켜세웠지만) 폄하했다.
그런 나의 희생과 헌신으로 남편이 누리는 것들에 대해서 감사해야 하며
더 나은 우리의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나의 요구에 그는 당황했고
엇나가기 시작했다.
"너 아니었어도 나는 지금처럼 발전했을 거야"
그가 자존심이 상해 내뱉는 말은 내게 비수가 되어 꽂혔고
어찌 네가 나에게 배은망덕할 수가 있냐며 마음앓이를 했고
남편은 그런 내게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아했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도 깨닫지 못하게 얇은 벽을 만들어냈고
남편은 지금 현재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치켜세워주는 여자를 만나게 되자,
나를 기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