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를 시작하다
더 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별거를 제안했다.
이혼이 목적이라면 필시 반대할 것이 분명했기에,
아이들의 교육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시골에서 내가 밤늦게까지 일을 하며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상태로
계속해서 살 수는 없다_며 친정 근처로 이사 가기를 원했다.
남편은 딱히 그곳을 벗어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나의 제안을 수락했고
오히려 아이들 걱정을 안 하게 되는 거냐며 좋아했다.
친정 근처로 가면 외갓집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게 되니 아이들에게 좋을 것이라고.
아이들 역시 외할머니 근처로 이사 가는 상황을 열렬히 환호했다.
이고 지고 살아온 짐들을 모두 정리하는 중에도 남편은 이사를 돕기는커녕
재빨리 짐 정리를 하는 나를 못내 탐탁지 않아 했다.
"나를 여기 두고 가니까 그렇게 신나냐?"
남겠다는 선택은 본인이 하고서는 또다시 나를 탓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이사를 감행했고
친정 근처에서 직장을 얻어 열심히 다니고 있다.
어느 날, 아이들이 잠든 밤 친정엄마가 나를 불러 잠시 얘기 좀 하자고 하셨다.
"뫄뫄 (큰 아이)가 그러는데, 사실이야?
주말에 아빠 만나러 가는 길이 싫었대. 네가 늦게까지 일할 때 아빠랑만 있으면 가끔 맞기도 하고
술에 취해서 먼저 잠들면 그렇게 무서웠단다.
주말에 만나러 가는 길도 힘들고 만나도 혼나거나 맞을 때도 있어서 싫었지만
너한테 말할 수 없었다고 나한테 그러는데, 너 정말 몰랐어?"
아이에게 아빠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술을 좋아하는 것만 빼면"이라고 합리화했던 대가로 아이는 아빠를 멀리하고 싶어 했다.
아빠는 종일 술을 마시고 자주 화를 냈으며
같이 축구를 하거나 캐치볼을 하자는 약속을 술 마시고 잠들어서 지키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으니까.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채근하면 맞는 날도 있었다는 말을 듣고
내 선택이 아이를 고통에 빠뜨린 것만 같아서 밤새 울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내가 선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그 끝이 낭떠러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책임을 지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죽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되돌아 나오는 수고를 하더라도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이혼을 위한 별거가 시작되었고
이제는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