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띵동~" 요 며칠 행정안전부, 중앙재난 안전대책본부, 그리고 제주도로부터 '안전 안내 문자'가 계속해서 울렸다. 오늘 아침에제주 도청으로부터 '전 지역에 태풍 경보가 발효 중이니, 외출 자제, 하천, 해안가 위험지역 출입금지' 하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원래 오늘 계획된 제주올레 5코스는 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의 해안도로이다. 숙소 예약과 전체 일정을 고려하면 어떻게 라도 강행을 해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위험하다고 숙소에 꼭 붙어있으라고 한다. 원래 서울서 출발할 때 일정계획은 어제까지 숙소에서 묵고 오늘은 '제지기 오름'에서 백패킹을 할 계획이었다. 제주도가 고향인 친구가 며칠 전 전화 통화 중에 태풍이 너무 위험하니 밖에서 텐트 치고 자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다행히 숙소에 방이 있어서 서귀포 쪽으로 숙소를 이동하기 전에 하루를 더 연장했다.
'전 지역에 태풍 경보가 발효 중, 외출 자제, 하천, 해안가 위험지역 출입금지'
육지사람들은 모르는 제주도 사람들 만의 태풍의 경험이 있는 거 같다. 아침 조식 시간에 게스트 하우스 주인도 태풍이 너무 위험하니 밖에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건물이 흔들리고 전기가 끊길 수도 있으니 하루 정도는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당장 내가 확보할 수 있는 비상식량은 배낭 속에 쵸코렛 바 2개와 숙소 냉동실에 먹다 남은 오메기 떡 1개가 전부이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밖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치고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오직 살아야겠다는 신념으로 아침식사 후에 반바지 차림에 비옷을 걸치고 슬리퍼를 끌고 동네 편의점을 향해서 작전을 수행했다. 아침 9시인데 다행히 편의점이 오픈되어 있어 컵밥 3개, 라면 2개, 그리고 음료로 제주 위트 에일 맥주 캔 2개와 4 봉지의 과자를 확보했다. 1박 2일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마음이 좀 놓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번 제주도 프로젝트의 첫 번째 베이스캠프인 '뚜르 드 게스트하우스'는 잘 선택한 거 같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국내 출장은 호텔이나 모텔을 이용하고 해외출장은 거의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여행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는 오랜만이다. 아주 오래전 대학시절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에 유럽 배낭여행을 40여 일간 다녀오면서 유스호스텔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고 나서 거의 30년 만이다. 오늘까지 자고 나면 6박을 이곳에서 묵었다. 1인실 1일 숙박비가 3만 원인데 5성급 호텔에 뒤처지지 않게 여행자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해 주고 있다. 게스트 하우스 곳곳에 주인장의 배려의 손길과 문구들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특히 별도의 공간에 숙소 이용자를 위한 전용 카페가 있어서 아침마다 신선한 냉커피, 오렌지주스와 함께 조식이 2,500원에 제공된다.
첫 번째 베이스캠프인 '뚜르 드 게스트하우스'는 잘 선택한 거 같다.
다양한 종류의 방이 총 7개 있었고 나는 2층에 있는 '우도'가 바라보이는 1인실 방을 사용하였다. 1층 현관문을 들어서면 우측에 짐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표시되어 있어서 나 같은 경우에도 첫날 12시경에 이곳에 박 배낭을 맡겨두고 1코스를 돌고 오후 5시 이후에 체크인을 했다. 짐 보관 공간 뒤편에는 자그마한 주방에 전자레인지와 커피포트, 정수기와 간단한 식기들이 준비가 되어 있었다. 현관문 좌측으로는 올레길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들과 게이스 하우스 이용방법 등이 게시되어 있고 중앙 테이블에는 충전기 등이 비치되어 있었다. 숙소의 전반적 분위기는 아기자기한 레고 인형들과 자전거 관련 액세서리가 디스플레이되어 있어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이 푹 쉬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 숙소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일은 서귀포로 베이스캠프를 이동하는 날이라서 아침부터 바쁠 거 같다. 제발 태풍아 빨리 가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