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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Sep 06. 2022

서귀포로 이사 갑니다

제주올레길 5코스(남원포구~쇠소깍 다리),6코스(쇠소깍 다리~올레센타)

'지금의 제주도는 행정구역상 2개의 행정시인 제주시와 서귀포로 나뉜다. 옛날 사람들은 산복과 산남으로 불렀고, 해방 후에는 북제주군과 남제주군이었다가 몇 번의 재편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제주올레 인문여행, 이용철 지음,2021년>'  첫 베이스캠프는 제주도의 동쪽 끝자락의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인 제주시 종달리에 있었다. 두 번째 베이스캠프는 제주도의 남쪽 끝자락으로 서귀포시 중심가인 서귀동에 위치해 있다. 버스로만 2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제주도에서의 첫 번째 숙소(뚜르드 제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새로운 곳(제주올레 센타)으로의 이동은 익숙함에서 어색함으로 인해 불편하기도 했지만 반면에 새로움에 대한 낯선 기대감을 준다. 전날 어느 정도 짐 정리를 해두어서 아침에 수월하게  일찍 출발이 가능했다. 시간상으로 일찍 서두르면 새로운 숙소에 짐을 맡기고 전날 태풍 때문에 미뤄진 5코스에 원래 계획했던 6코스 까지도 가능할 것 같았다.

어제 못한 5코스에 원래 계획했던 6코스 까지도 가능할 것 같았다.

5코스에서 유명한 곳은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와  '서연 카페'이다. 남원포구에서 시작한 코스는 중간 스탬프 지역에 도달할 때 쯔음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길가에 떨어진 열매들을 열심히 주워서 커다란 플라스틱통에 담고 계셨다. 아마도 전날 태풍으로 인해서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것들로 보였다. 할머니께서는 그것은 동백나무 열매라고 하셨고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되고 식용유로서 사용된다고 알려주셨다. 그곳이 바로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 초입인 것이었다. 바로 옆에 중간 스탬프 간세(조랑말 모양으로 올레의 마스코트)와 설명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동백나무는 12월부터 3월까지 빨간색 꽃이 핀다고 해서 그무럽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도를 찾는다. 제주도 해안가의 특성상 바람을 막아주기 위해 동백나무는 유용하게 쓰였다. 여기에는 '현맹춘(1858~1933년) 할머니'가 개인적으로 어렵게 노력한 결과이기에 더욱 뜻이 깊다.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와  '서연 카페'이다.

'건축학 개론' 은 2012년 이용주 감독의 멜로 영화로서 영화배우 이재훈과 수지 그리고 한가인과 엄태웅이 주연한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대치동 주공아파트 옥상에서 CD플레이어로 유선이어폰을 한쪽씩 꽂고  '기억의 습작(전람회 노래)'을 듣는 모습이다. 그 장면의 스틸 사진 중간에는 '나는 과연 십 년 뒤에 뭐하고 있을까?' 라는 문구는 아직도 내 인생을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던지는 화두로 남아있다. 영화의 마지막은  한가인의 고향집 바닷가에 있는 낡은 주택을 건축사인 엄태웅이 리모델링을 해주고 함께 옥상 정원에  누워 있던 장면이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바닷가 주택이 바로 '서연 카페'로  나의 5코스 중간쉼터로 찜해두고 커피도 마시면서 나의 첫사랑을 떠올리며 '기억의 습작'도 들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냥 지나쳤다. 한참을 지나서야 아까 스쳐지나간거 같다는 쏴한 느낌이 들었다. 속으로 자책하면서 갈길이 멀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지는 않고 대신 노래만 반복 듣기로 지칠때 까지 계속 들었다.

'나는 과연 십 년 뒤에 뭐하고 있을까?'

10시 즈음 시작한 5코스는 오후 3시경에 쇠소깍 스탬프를 찍음으로써 완주를 했다. 이제부터는 조금은 여유를 갖어도 될 듯했다. 6코스 종점은 이사한 숙소인 제주 올레센 타이다. 오늘 완주를 못하더라도 중간 스탬프 지점인 '소라의 성'에 오후 6시까지 가는 것으로 목표를 세웠다. 늦은 점심은 쇠소깍 근처에서 시원한 '밀면'을 먹었다. 원래 밀면은 부산이 유명한데 제주도에서도 밀면을 맛볼 줄은 몰랐다. 부산에서 먹었던 밀면처럼 맛이 있었다. 계산할 때 식당 벽에 현금으로 계산하면 선물을 준다는 홍보문구에 혹해서 현금을 내밀었더니 감귤 크런치 1팩을 주신다. 소형 포장으로 7개나 들어있어서 올레길 중에 요긴하게 먹었다. 멍청하게 '서연 카페'를 지나친 것이 못내 아쉬워 '제지기 오름' 들머리에 있는 카페에 들러 흑임자 팥빙수를 시켜 2층 편안한 소파에서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싹싹 바닥까지 긁어먹었다.


밀면 먹은 지도 시간이 얼마 안 지났는데, 거기다가 빙수까지 먹으니 배가 빵빵해졌다. 하루 종일 걸어왔는데 그리고 남은 시간도 걸여야 하는데, 나는 좀 더 강한 소화가 필요했다. 카페에서 나와 바로 오름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역시 소화시키는 데는 등산만 한 것이 없다. 그리고 이곳 '제지기 오름'은 서울에서 내가 백패킹 장소로 찜을 했던 곳이었는데 전날 태풍으로 포기한 곳이다. 지나칠수도 있었지만 올라가고 싶었다. 90미터 높이인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올라갔다 내려오니 소화는 잘 됐는데 대신 다리는 풀렸다. 결국은 목표했던 중간 스탬프 지점인 '소라의 성'까지는 못 가고 '보목포구'에서 중단하고 버스를 타고 늦은 시간에 숙소로 이동했다. 새로 이사 온 숙소에서 첫날밤을 잘 잘 수 있을지 걱정이 조금 된다.

가장 헛된날은 웃지 않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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