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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06. 2022

봄비 맞으며 우중산행, 불암산

서울 불암산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바위산 산행을 위해 릿지화를 며칠 전 구매해서 부푼 마음으로 오늘을 기다렸는데 아침부터 봄비가 내린다. 새로 장만한 등산화를 신을까, 말까 순간 망설이다가 그냥 새것을 신고 우산 들고 집을 나선다. 릿지화는 바위 산행용 등산화를 말한다. 바위 산행용 교육을 위해 급하게 등산화를 새로 구입했던 것이다.


불암산은 508미터의 높이의 산으로써 서울시민들에게는 친근한 산이다.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 사이에 있는 불암산의 제6등산로 양지 초소 사거리에는 시를 적어놓은 비석이 있다. 배우 최불암 씨가 직접 지은 ' 불암산이여'라는 시가 적혀있다. 가명을 불암산의 '불암(佛岩)'을 따와서 사용하다 보니 전 국민들에게 불암산은 왠지 배우의 이미지처럼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개인적으로는 노원구 방향의 들머리인 불암산 공원 바로 옆에 본가가 있어서 본가를 방문할 때마다 오르던 산이라서 더욱 친근하다.


새로 가입한 산 동호회에 가입하고 나서 7번째 산행이다. 7호선 태릉입구역에서 모여서 들머리인 남양주시에 불암사까지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려다가 계획을 바꿔서 자차를 이용해서 원점 회기 하기로 했다. 원래는 10명 정도의 회원들이 참석하기로 했으나 비가 온다는 소식에 최종적으로 5명이 산행을 시작했다. 다행히 빗줄기는 줄어들어서 우의나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대신 산 전체가 운무로 둘러 싸워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젓 먹이 아이가 엄마 품으로 달려들듯이 정상을 향해 헉헉거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정상에 올랐다.


오늘 산행의 목적은 바위산을 오르는 방법을 알려주는 릿지(ridge, 암벽등반) 교육이었다. 하지만 바위가 미끄러워서 가벼운 워킹 산행으로 바뀌어 아쉽기는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새로 산 등산화를 발에 익숙하게 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릿지 교육은 흔하게 마주치는 국내산에서 바위들을 안전하게 등산하기 위한 교육이다. 불암산의 등 하신 길에 의식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많은 바위들을 마추쳤고 일부는 바윗길을 걸어 올라갔다. 왠지 새로 산 '트랑고(Trango)' 브랜드의 '뉴로커(New Rocker)' 제품의 바닥이 바위에 쩍쩍 달아 붙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이 흠뻑 젖는 우중산행은 아니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말처럼 땀과 부슬비로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느낌의 기분 좋은 봄비와의 만남이었다. 머릿속에는 1970년대 발표된 가수 박인수의 '봄비'가 산행 내내 맴돌았다. "이슬비 나리는 길을 걸으며 /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며 /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고/ 외로운 가슴을 달랠길 없네~". 이제 봄이 되었으니 나도 서서히 본격적인 주말 산행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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