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카프카의 뇌

카프카의 변신을 꿈꾸다

by 천년하루

살려는 사람들 마다 헬멧을 쓰고 산에 오른다

묵직한 공기가 머릴 누를 때 단단한 하늘이 다리를 끌어올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가 존재한다고 믿는 이유가 당연한데

발설하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며 미친 인격으로 따잡는다

말이 어깨를 누르고 글이 머리를 부수고 영상이 눈을 빼앗는데

아무도 그거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의아함을 제시하지 않는다

"아" 다 알고 그런 것인가 입으로 조련한 결론을 내리면

머리는 "아닐 거야" 라며 다시 생각해 보기를 뜸베질한다

입 밖으로 내보내면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머릿속 것들의 나눔으로

잠시 폭로를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꿀꺽 삼킨다

위에 부글거리는 염산에도 녹지 않아 신경성 복통이 나지만

친분이 없는 사람한테 그런 상태를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존재가 있다면 살짝 귀띔할 테지만

그런 위치에 없다면 배 안에서 흩어질 때까지

머리는 인내하며 이 또한 사라질 거라며 서리한 아람을 물쿤다

저만치에서 들리는 기적소리가 혼자 상상한 눈 안에 박힌다

모니터에 깜박이는 검은 덩어리가 하나둘 늘어날 때

겉질에 작은 이미지가 점점 커가다 폭발하여 고자누룩해지자

카프카의 변신이 머릿속에서 일어나 어두운 상자에 뇌를 담아 놓더니

주변에 개충들이 서로서로 뜯어 담긴 뇌를 갉아먹는다

뇌 무게가 많고 적음 딱딱하고 연약함에 따라 부피가 쪼그라들면

본심이 상자를 뚫고 머릿속에서 뛰쳐나와

사방팔방 갑충들이 사람 형태를 뒤집어쓰고 산에 오른다






keyword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