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에 글을 채우다
1.
소주 한잔에 지구가 가벼워졌습니다
붕붕 떠다니는 것들은 떨어질 때 용감하니까
벽면을 향해 댓글로 휘젓습니다
마려운 건 거침없이 뱉어냅니다
휑한 속을 달래려
입살을 집어넣습니다
지구가 불편할까요
질량에는 변화가 없는데
가로등 불 나간 가로수에 머릴 맞대고 속을 비춥니다
2.
불평불만이라는 것들이 나뭇가지에 걸려 바둥입니다
가지에 움튼 잎에는 욕설이 빨갛게 물들어 맺혔습니다
아는 거라곤 입방아를 가지고 노는 거라
소금이나 백반에 봉숭아를 이러쿵저러쿵 짓찧어 댑니다
내일을 묶어서 풀어주면
숨을 저쪽 손톱에 품어대겠지만
오늘은 말질을 들춰내 먹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악다구니가 보양식 여름을 좋아했나 봅니다
3.
에라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덜 취해 높임 입은 잊지 않았으니까
감사할까요 이웃에 물든 잎사귀들
제 딴에는 시상을 채우려 마침표를 찍었다가 죽였는데
여름밤이 가을로 겨울로 뚝뚝 떨어지네요
빨간 열매 맺힌 자리는 온점으로 여행 갔는지 참 가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