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이상의 결정이 무질서한 방향으로 모여서 이루어진다
1.
촛농이 용암처럼 계곡 끝을 향해 달리다
종유석에 비친 얼음 폭포를 맞이할 때 죽음을 선험 한다
생명이 붙어있다면 왜 그런 사상을 갖게 됐는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어둠의 골짜기에서 위험을 피해서 작은 통로를 발견한다
보물이 통로 중간에 깊게 박혀 있어 원활한 숨통이 터지지 않는다
돌을 빼내면 숨통이 터져 험난한 경로를 가뿐히 넘길 수 있는데
황금을 품고 끝내 버티는 동맥경화
숨구멍으로부터 외부 활동보다는 침실 활동에 익숙하다
2.
침대보를 걷어내고 따뜻한 햇살에 각질을 털어낸다
해가 둥둥 떠 있는 동안 가까운 공원이나
자연이 숨 쉬는 대감댁 마당으로 몸과 마음을 이사한다
다리에 떨림이 사라지고 허벅지 부근에 간지러움이 돋아날 때
생명의 세포들이 기지개를 켜며 발동의 시간이 쏟아진다
3.
하늘을 휘젓는 새가 대양을 꽂아 보면 대지는 부스럼 덩이지만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바닥을 꿰뚫어 보면 새로운 영지를 탐험할 기회를 누리게 된다
개미가 놀고 싸우는 일은 매번 관찰된다
제 세상이 얼마나 큰 현상 활동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세상살이를 통해 간접 체험을 한다
가끔 분홍 물질이 넘실거리는 되새김질 세상에 날개를 쉼 없이 젖다
보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먹거리를 걱정한다
구들방에 앉아서 세상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단계
흔들리는 이빨을 실에 걸고
타협에 성공한 물질이 다른 결정체보다 쓰임이 크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