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이하는 자세 (2)
1.
어머니는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부인은 옆에서 잘빠진 매끈한 담배를 엄지와 검지로 밀듯 어루만진다
마지막 담배일까
담배가 그립다
향 피어나는 추억이 코끝을 벤다
터미널에 도착해 잡화점에 발을 멈춘다
주인이 없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담배를 집어 들고 값을 내려놓고 나갈 샘이다
향을 든 순간 아주머니가 나타나 뭐 하냐고 묻는다
시간을 놓쳐서 담배를 사러 왔다고 답한다
믿음이 가는 눈이다
알았다며 갑을 건네준다
2.
다음 좌석 시간표를 묻기도 힘들게 창자에 급변이 일어났다
작은 방에 쌓아놓은 듯 누워있는 누런빛 의자가 보인다
몸을 구겨 넣고는 엉덩이를 표적에 맞춰 힘을 준다
꺾인 고무호스에 눌린 줄기가 언제 펴져 터질까 불안하다
밖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듯 그림자가 커진다
급하게 들어오느라고 문 잠금장치도 못 했는데
엉거주춤한 자세로 문 걸쇠를 잡아당겨야 한다는 일념뿐이다
문이 벌컥 열리고 검은 머리가 들어온다
3.
볼일은 집에서 봐야지 왜 남의 집에서 보냐는듯한 눈빛이다
원망이 가득한 생김에 한 번 더 놀랐다
겁을 먹지 않았지만 민망함과 여기를 벗어나야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생겼다
각 터미널 시간표가 없다
주인에게 묻는다
언제 오냐고 묻자 검은 시간에 온단다
하얀 분 정도 지나면 썰물이 밀려들겠지
회색을 타고 여길 벗어나고 싶다
밀물은 언제 오려나
파도치기 전에 내린 자리가 플랫폼에 들어선다
여보 터미널 시간표에 갇혔나 봐
임상시험센터 무균 병실
교통사고 폐암 말기 부부
코마상태 1년
가족사진을 찍어 건넨다
죽음을 맞이할 자세가 아니야
사진사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