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년하루 Apr 29. 2024

내 거 빼앗을 권리는 없어, 필적, 사과, 10센티

[1부 탄생] 1-3 괘종시계

내 거 빼앗을 권리는 없어


          

아픔, 즐거움, 태만 오롯이 느끼고 싶다

나만이 간직한 감성 홀로 독야청청 느끼고 싶다

     

더움, 찌뿌둥함, 마려움 모두 내가 느낀 감정이다

내 거다 널 느끼는 마음 있어 행복하다

     

느낄 수 있다는 건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야

어렴풋이 가진 존재감 있다면 간직해

     

나의 것을 누구도 빼앗을 권리는 없어

     

내 거는 내가 지킨다

줄 수도 뺄 수도 없는 오롯한 제 권리다






필적


나는 돈만 알아

돈은 나만 몰라






사과


혼자이니 과일이고

나눔 하니 음식이네

        

혼자 하면 독식이고

나눔 하면 공양이네

        

혼자 왔니 사과하러

진심으로 나눔 했니

     

독식하면 배만 불룩

사과하면 맘도 편해

     

혼자 하면 독백이니 

혼신으로 사과드려

     

과일 하면 불룩 사과

사과하면 진심 사과






10센티 쉬리


          

그는 바닥을 쇠로 다진다

하늘을 오르는 사다리 작업자다

10미리의 볼트와 너트를 가지고

생명을 유지한다

     

오솔길 옆 작은 물길 

수십 마리의 십 쉬리들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막혔다

     

그거 모야 담는 거 

철망으로 생겨서 구멍이 송송 난 거

거기에 담아 초장에 자근자근 씹어 입에 넣는다

고소한 맛과 비린 향이 코끝을 태운다



튀김 건지기 체망을 골짜기 냇가에 설치하고 물길을 거스른 고기를 잡아 건진다. 이내 건져 올린 물고기 꼬리에 초장을 듬뿍 찍어 발라 입 안에 구겨 넣고 소주병 목을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운 채 벌컥벌컥 들이켠다.





이전 02화 못난 건 없어, 시청각 문제, 전설의 검, 소우주 전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