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고민] 2-2 괘종시계
산에 오르고 내릴 때
처음 산을 오를 때
뒤태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고갤 숙이고 출발한다
이후 산을 내려올 때
앞태는 가벼운 스틱을 들고
고갤 쳐들고 도착한다
산속에 걱정과 짐을 가득 재워놓고
가벼운 걸음과 밝은 얼굴로 내려온다
당신이 두고 온 무거운 심기에
산세는 험하고 골은 깊어진다
노파심에 버스 타고 내릴 때처럼
쓰레기는 가지고 내린다
네가 재운만큼 산은 상한다
소소리바람에 시리다
절벽에서 더 이상 뿌리를 뻗어 지탱할 수 없는 상태다
풍화작용으로 뿌리가 흙 밖으로 내몰린다
카페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나와야 될 상황이다
늦게 도착해 손을 들자 옷에 덮여있던 살이 비집고 나온다
하늘 향한 줄기처럼 밖으로 빠진 뿌리, 형색이 삐진다
쪼그라든 옷처럼 밖으로 삐진 살, 모양이 빠진다
소소리바람*이 분다
네 뿌리와 내 정든 살이 소스라치게 시리다
* 이른 봄에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차고 매서운 바람.
눈알 조종 기술자
군대에서 2년간 자존감이 무너지고
눈치 보며 눈알 조종 기술을 익혔다
나는 국방부 소속 고등 훈련자다
내 눈알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여기는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이다
눈알 잘 굴리는 놈 천지 낟가리*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두 손가락으로 눈알에 뭔가 넣고 퇴장하는 놈도 봤다
* 낟알이 붙은 곡식을 그대로 쌓은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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