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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년하루 May 13. 2024

산에 오르고 내릴 때, 소소리바람, 눈알 조종 기술

[2부 고민] 2-2 괘종시계

산에 오르고 내릴 때


          

처음 산을 오를 때 

뒤태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고갤 숙이고 출발한다

     

이후 산을 내려올 때 

앞태는 가벼운 스틱을 들고

고갤 쳐들고 도착한다

     

산속에 걱정과 짐을 가득 재워놓고

가벼운 걸음과 밝은 얼굴로 내려온다

     

당신이 두고 온 무거운 심기에

산세는 험하고 골은 깊어진다

     

노파심에 버스 타고 내릴 때처럼 

쓰레기는 가지고 내린다

네가 재운만큼 산은 상한다





소소리바람에 시리다


          

절벽에서 더 이상 뿌리를 뻗어 지탱할 수 없는 상태다

풍화작용으로 뿌리가 흙 밖으로 내몰린다

     

카페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나와야 될 상황이다

늦게 도착해 손을 들자 옷에 덮여있던 살이 비집고 나온다

     

하늘 향한 줄기처럼 밖으로 빠진 뿌리, 형색이 삐진다 

쪼그라든 옷처럼 밖으로 삐진 살, 모양이 빠진다

     

소소리바람*이 분다

네 뿌리와 내 정든 살이 소스라치게 시리다


이른 봄에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차고 매서운 바람.





눈알 조종 기술자


          

군대에서 2년간 자존감이 무너지고

눈치 보며 눈알 조종 기술을 익혔다

     

나는 국방부 소속 고등 훈련자다

내 눈알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여기는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이다

눈알 잘 굴리는 놈 천지 낟가리*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두 손가락으로 눈알에 뭔가 넣고 퇴장하는 놈도 봤다


낟알이 붙은 곡식을 그대로 쌓은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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