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산 Feb 22. 2024

눈이 와서 좋은 날

어디에 오느냐에 따라 눈이 다를까요?

이번 방학은 좀 게을렀어요, 걷기에 있어서는.

다음 주 지나면 개학인데 평가계획 하고 수업 자료 고민하다 새벽에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잠깐 일어나 보니 눈이 나무 위에 가득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하고 소담스럽게 내렸네요.

이렇게 밤새 눈이 내리면 출근길은 막혔겠네요, 큰 도로는 제설 작업을 빨리 하겠지만 속도를 줄이고 조심해야 하니.

이번 겨울 마지막 설경일지 몰라 세수도 안 하고 후다닥 밖으로 나갔습니다, 혹시 몰라 등산 스틱 하나는 챙겼습니다.

아파트 주변을 돌고 등산로로 올라갔습니다.

입구에서도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철쭉 잎 위에 목화솜처럼 봉긋하게 눈꽃이 피었네요. 벚꽃이 피어날 자리에도, 목련 겨울 눈 위에도, 푸른 소나무 위에 내려앉은 눈은 세상을 품격 있는 동양화로 만들어 버렸네요.

길을 걷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넓은 눈밭을 발견했습니다.

정말 하얗게 쌓인 눈이 하얀 도화지 같네요.

공사 중인 남의 전원주택 마당에 펼쳐진 눈 위에 발자국을 찍어 봅니다.

얼마 전 들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남의 자동차 위에  내린 눈 위에 그림을 그린 사람 법에 걸릴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자기 자동차에 내린 눈 위에 남이 먼저 그림을 그리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림이 자신이 그릴 수 있는 것보다 멋있다면 좋을까요.

형법상으로는 괜찮고 민법상으로는 문제가 좀 있을지도...

눈을 보며 마음을 하얗게 비우고 깨끗한 마음으로 곧 새로 만날 아이들을 품어볼까 합니다.

늘 새로운 아이들, 뭔가 창조적인 기쁨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됩니다. 물론 기상천외한 장난도 있겠지만요.

벽에 난 에어컨 관 구멍에 텀블러를 끼워 놓은 아이들, 나무에 걸린 무엇을 꺼내려다 신발을 던져 걸려버린 아이들...

조금 있으니 박새가 왔다 갔다 하는데 사진을 찍으려니 너무 빨리 날아가네요.

작은 새들은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까치나 비둘기는 느긋하지만요.

그게 삶의 자연스러운 법칙이겠지요.

사람은 체격이 작든 가진 게 없든 당당하고 느긋했으면 좋겠네요.

상처 입어 친구도 어른도 두려워하는 움츠린 아이들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그 아이가 난타 공연에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 울컥하였습니다.

 눈 내린 날에도 먹이를 찾아 빠르게 움직이는 새들처럼 모두가 건강하게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미지의 기대와 설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