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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첩 빈도리

안산 자락에서 만난 하얀 꿈 송이

by 우산

지난 토요일 서대문구 안산(鞍山) 자락에서 만났던 하얀색의 만첩 빈도리를 지인이 운영하는 카센터로 가는 길에 또 만났습니다.

어느 아파트 담장 밖으로 뻗은 초록 잎 위로 하얀 꽃다발이 풍성하게 피어 있더라고요. 그 풍성한 흰색 꽃송이가 신부의 웨딩드레스 끝자락처럼 길게 늘어진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멀리서 볼 때는 그 꽃이 무엇인지 몰라 차를 맡기고 다시 그 자리로 가 보았지요.

가는 꽃잎을 돌돌 말아 놓은 것 같은 하나하나의 꽃송이가 흰 장미, 붉은 장미, 분홍 장미와 어울려 땅으로 하늘로 가지를 뻗고 저를 부르더라고요.

안산(鞍山)에서 만났을 때는 작은 키에 밥풀을 튀긴 것 같기도 하고 작은 눈송이처럼 막 피기 시작했던 그 꽃이 이렇게 풍성하고 화려할 수도 있는 꽃인 줄 몰랐네요.

사람 중에도 어디서 우연히 만나 인사하고 나면 그다음 또 만나게 되고, 알고 보면 지인의 친구인 경우도 있지요.

사람이고 꽃이고 모르면 그냥 지나치게 되는데 알고 지내다 보면 새로운 아름다움이나 좋은 점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때로는 좋은 인상을 받았던 사람이 자기가 하던 일에서 놀랍게 성장하여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사실 이 좁은 나라 안에서 우리는 서로 사돈의 팔촌으로라도 이어진 경우도 많지요.

그렇게 만난 사람이 좋으면 그의 신발 끈 색에서라도 공통점을 찾고 싶고, 나랑 잘 안 맞는다 싶으면 껄끄러워 멀리하려는 게 사람 맘이지요.

얼마 전, 교사인 큰딸이 가르치는 학생 중에 이종사촌의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로 관계를 몰랐던 교사와 학생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관계이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선생님은 학생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기억하고 학생은 아, 그 선생님하고 반갑게 말하는 정도였으니 다행입니다.

처음 만첩 빈도리를 보았을 때는 베트남 쌀국수가 떠올랐어요. 그 정도로 꽃송이를 이루는 꽃잎 하나하나가 얇았거든요. 하지만 활짝 핀 만첩 빈도리는 하얗고 가는 여러 겹 꽃잎이 꽃술을 중심으로 탐스럽게 뭉쳐지니 화려한 장미 옆에서도 그 아름다움이 부족하지 않더라고요. 아니 장미와 더불어 화려한 파티의 주인공 같더군요.

만첩은 꽃이 여러 겹이라는 뜻이고 줄기의 속이 비어 빈, 말발도리라는 꽃과 모양이 비슷하여 도리라는 말이 합해져 만첩빈도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분홍꽃도 있으며 꽃말은 애교라고 하네요.

살균작용을 하고 요산의 배출을 도와 통증이 심하다는 통풍에 효과가 있다니 꽃잎의 하얀색처럼 몸을 깨끗하게 해주는 꽃 같습니다.

한 가지에 달린 여러 송이의 꽃이 낮은 땅에서 위쪽으로, 옆쪽으로 뻗어나가며 세상을 뽀얀 꽃송이로 채웁니다.

마치 별 상관없이 지나치는 거리 위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알고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큰 줄기 위에 피어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루를 보내며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비슷한 사람, 눈높이가 같은 사람과 다른 사람 등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같은 시대에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얽매이지는 않으면서도 존중과 사랑의 가지 위에서 향기로 품어주는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 길을 함께 걸은 사람들이 이 만첩빈도리와 장미가 출연하는 화려한 무대의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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