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브런치하는 글 정원
05화
무당벌레는 무얼먹고 살까?
해충을 없애는 유익한 무당벌레의 삶에 감사하며(브런치2)
by
우산
Jun 5. 2021
비 개인 하늘은 초여름 햇살을 소나기처럼 땅 위로 뿌려 놓는다.
이제 하늘 아래 있는 생명은 사람이건 식물이건 햇살의 에너지를 받아들일 시간이다.
나도 그 생명의 질서를 따라 문 밖으로 나선다.
햇살을 받은 내 몸의 세포들은 가지 개를 켜고 신경계에 초록 신호등이 반짝거린다.
신호를 본 말초 신경 세포들은 댄스파티를 벌이며 맘껏 이완과 수축을 반복한다.
햇
살의 축복에 생명력이 왕성해진 세포들의 활동은 뇌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니 내 몸의 습기가 날아가고 몸도 발걸음도 가볍다.
햇살은 평등하다.
세상의 어느 왕과 대통령이 백성들에게 그렇게 공평한 은택을 줄 수 있을까?
호흡할 수 있는 폐와 초록빛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흙을 밟고 그 포근함을 느끼며 청명한 날씨의 생명력 충만한
풍
경화 속의 주인공이 된다.
공원 산책을 마치고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담장 밖으로 뻗은 잎새 위에 앉은 갈색 무당벌레가 눈에 띈다.
온몸에 28개의 점이 있는 무당벌레도 있다던데 이 무당벌레는 점이 몇 개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피부에 있는 한 개의 점을 용납하지 못하고 제거할 때도 있다.
달팽이처럼 무거운 등짐은 아니어도 반달 모양의 몸통과 날개가 버거워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그 위에 앉은 무수히 많은 점이 무당벌레를 더 버겁게 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증명서일지도 모른다.
그대, 무당벌레는 성충 기간 동안 1000여 마리의 진딧물을 먹어치우고 나방의 알 등도 먹는다지?
실컷 먹고 나면 다음 날부터 삼사십 개의 알을 낳고 성충으로 사는 몇 개월 동안 600여 개의 알을 낳는다니
참으로 생의 본분을 다하는 삶이로군
.
우리가 먹고 좋아하는 식물을 괴롭히는 존재들을 제거하는 무당벌레, 그대에게 감사하네.
이십팔 점박이 무당벌레 류는 감자나 가지를 먹으며 생존을 유지한다 하니 유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얼마만큼 남에게 유익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조그만 반달형 몸통으로 먹이를 먹고 하루를 사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유익을 줄 수 있다니 기특하구나.
이렇게 우리에게 유익을 주는 동물이나 식물이 어디 무당벌레뿐이겠는가.
하루를 살면서 자기 욕심 창고를 채우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순간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빼앗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여, 무당벌레의 작은 점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가.
나의 하루도 나뭇잎에 붙어있는 0.5~6mm의 무당벌레 앞에서 부끄러운 순간이 왜 없겠는가.
눈부신 햇살과 푸른 하늘 아래 많은 점을 품고도 한점 부끄럽지 않은 무당벌레의 순수한 삶에 경의로움을 표하고 싶은 날이다. 작지만 작지 않은 초록 잎 위의 생명이여 거룩하도다~
너의 작은 점은 초록 잎 위에서도 빛나고 뽀얗고 넉넉하게 넓은 산딸나무 잎에서 더욱 아름답다.
keyword
무당벌레
곤충
생태계
Brunch Book
브런치하는 글 정원
03
작가가 된 친구를 바라보며
04
만첩 빈도리
05
무당벌레는 무얼먹고 살까?
06
옥상정원
07
김치는 사랑입니다
브런치하는 글 정원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2화)
26
댓글
4
댓글
4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우산
소속
문학이후
직업
프리랜서
꽃을 보고 하늘을 보며 느린 걸음으로 글을 쓰는 우산(遇山)의 브런치입니다.
구독자
158
제안하기
구독
이전 04화
만첩 빈도리
옥상정원
다음 0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