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반찬으로 돼지고기 간장 양념 볶음을 하려다 김치를 잘 먹지 않는 큰딸 생각에 김치볶음을 하기로 했다.
큰딸은 조리 된 김치를 좋아한다.
주부 27년, 친정어머니 표 김치를 먹고 있다.
허리 아프다고 하시면서 며칠 전 김치 있느냐고 새로 담그려 한다고 그제 전화를 하셨다.
결혼 1년이 안되어 지방도시에 살게 되었다.
시간이 좀 지나, 그곳에서 알게 된 아주머니와 갓돌이 지난 큰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주 1회 근처 번개시장에 갔다.
3,4만 원이면 1주일 먹을 야채와 생선을 사서 유모차 바구니에 가득 싣고 왔다.
여름이면 겉절이와 총각김치, 깍두기도 종종 했다.
그때도 김장은 친정어머니가 해 주셨다.
아버지가 거동을 못하셔서 돌보느라 힘이 들 때도 친정어머니는 김치와 손만두를 해서 택배로 보낼 때도 있었다.
큰애가 8살 되던 해 친정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의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셔서 한 손이라도 거들 사람도 필요하고 남편 직장도 옮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식구들이 먹는 음식은 내가 했지만 어머니는 푹 익은 배추김치만 좋아하는 사위를 위해 항상 김치를 담그셨다.
아이들도 김치 만두, 김치볶음, 김치전, 김치 김밥을 잘 먹었다. 묵은지 감자탕도 일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 정도 어머니랑 함께 살다가 분가를 했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목사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는데 목사님께서 김치 맛이 정말 좋다고 하셨다.
대형 교회 목사님으로 70이 되어가는 분이 맛있는 것도 많이 드셨을 텐데, 친정어머니의 김치 맛을 인정해 주신 것이다.
고향이 대천인 사촌 올케 언니도 엄마의 김치를 좋아한다.
사실 엄마의 김치는 익을수록 무르지도 않고 새곰하니 맛있다.
연세가 드시면 맛도 변한다는데 아직 70대라 젊으신지 최근 몇 년간 김장 맛은 더 맛있고 깊은 맛이 난다. 몇 년 전까지 고추도 옥상에서 말려 만든 고춧가루를 사용하였으니 정성도 맛에 한몫했다.
직장 다니는 딸 신경 쓰지 말라고 김장하는 날도 알려주지 않고 평일에 혼자 하시니 죄송하다.
어느 날 둘째 딸이 김치를 먹으며 '엄마 외할머니는 정말 훌륭하세요, 어떻게 이런 맛을 내지? 난 외할머니 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애들한테 자랑했어요' 한다.
지방에서 학원 근무를 할 때였다.
친정어머니께서 약수터 근처 텃밭에서 기른 포기가 큰 배추를 보내셨다.
나도 김장을 한다고 굴과 젓갈을 넣어 7포기를 담갔다.
경상도에 가서 배운 식으로 양념을 해서 하루쯤 두었다가 다음 날 버무렸다.
성공이었다. 웬만한 배추 두 통만큼 큰 배추였는데 도시락을 싸가며 맛나게 먹었더니 한 달 만에 다 먹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김장이다. 그 뒤로는 내가 김치를 담글새 없이 친정어머니가 김치를 해주시니 내가 김장을 한 적이 없다.
친정어머니는 겉절이를 좋아하셔서 이따금씩 상추겉절이나 다른 김치와 나물을 무쳐가기도 했는데 근래에는 못했다.
김치를 적당히 절이는 데서 오래 맛있게 두고 먹을 김치의 맛이 결정되는데, 내가 처음 한 김장이 오래 두고 먹었어도 맛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난 정확히 절이는 농도는 모른다.
오늘은 친정 어머니 김치를 날씬하게 잘라 야채. 돼지고기와 버무려 볶아본다.
김치도 때로는 변신하고 싶은 날이 있을 것 같다.
김치의 역사는 이미 우리나라에 깊고 김치에 얽힌 사연 하나 없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김치와 밥을 볶아 여러 식구가 프라이팬에 놓고 먹는 맛이란 김치 행복 볶음이란 이름을 붙여도 아깝잖다.
식당에서 급식에서 생산원가를 줄이려고 인력이 싼 중국에 김치를 맡기고 공급한 지 시간이 되고 보니 그들이 우리의 김치 문화까지 자기네 것이라고 우긴다.
아니 자문화에 대해 그렇게 자부심이 없나, 남의 음식문화까지 뺏으려 하게.
우리나라의 김치는 돈이 아닌 사랑이다.
노령의 모친이 쇠약해진 몸으로도 젊어서, 어려서 식량처럼 함께 먹던 김치를 연세가 들어서도 자식에게 먹이고자 하는...
이제 젊은 주부들이 김치를 담지는 않고 사서 먹더라도 부모 세대로부터 이어 온 맛과 추억을 그들도 안다.
연말 여러 기관의 김장 담그기 봉사도 이웃사랑을 김치담그기로 전하는 문화가 되었다.
밥 대신 다른 먹거리가 많고 소식의 문화가 흐름의 대세지만 우리가 김치의 가치를 알고 귀하게 먹고 나눈다면 세대에서 세대로 김치와 함께 전해온 가족사랑의 문화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