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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화
짧은 이별, 긴 만남
계약직 직원의 이직과 만남
by
우산
Aug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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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짧은 시간의 기간제 교사 업무를 마치고 짧은 만남 긴 이별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나이 들어서 기간제 교사를 시작하니 1년 정도 되는 육아 휴직자리는 채용이 안되더군요, 육아휴직은 1년 정도 했다가 연장이 되기도 하는데, 제가 갔던 자리는 보통은 6개월 정도 되는 자리에 채용되어 1년 정도 하고 본인이 복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나 교사를 짧은 시간 만나고 근무가 끝나면 거의 만나지 않게 되니 짧은 만남, 긴 이별이라는 말이 생각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교사는 학교 생활에서 사춘기 학생들의 생활에 친구 다음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한순간 저의 말이나 행동이 아이들에게 상처나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 없도록 더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교과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살아가며 잠시라도 힘이 되고 사고의 기준, 삶의 과정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배움이 되기를 바라며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이번 학기도 근무를 마치고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어서 인지 같은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동료 교사들의 대화를 듣고 유쾌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새로운 업무를 하며 잘 모르는 것을 기꺼이 가르쳐 주는 옆 선생님을 만나 더욱 편안하고 행복하게 근무하였습니다.
학생들
이 어려워하는 과목인데도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해 주어 평가결과도 고르게 점수도 잘 나와 행복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 이 학교에서 의미있었던 것은 동료
교사에게 제가 배운 글쓰기 모임을 소개하고 문우가 되었으며 그 선생님이 행복하게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류 전형과 수업 시연을 통해 이곳에 왔지만 제가 여기에 오게 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그간 힘들었던 생활을 위로라도 받으라는 듯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적극적이었으며 동료 교사들도 더없이 친절했습니다.
특별히 몸이 아픈 동료 교사의 손을 붙잡고 기도하고 작가의 길을 생각하고 있던 선생님과 제가 공부한 문학회의 만남을 이어주었으니 특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동아리 수업을 위한 재료를
정리하여 포장박스를 버리며 복도 한 편에 있던 다른 분리수거함도 비웠습니다. 함께 했던 선생님들께 제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
지난 주말에 옆자리 선생님이 저녁을 사 주셔서 맛있게 코다리찜을 먹고 저희 동네 새로 생긴 카페에 갔습니다.
식당이나 카페 주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더니 식당은 한가롭고 식사는 맛이 있었습니다.
카페도 광교산 아래 새로 생긴 곳을 갔더니 다른 사람들 없이 한가롭게 차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카페 안의 인테리어도 예쁘고 편안한 분위기였고 야외에 테이블과 꽃화분을 놓아 안에서 밖을 보는 풍경도 예쁘고 바깥에 나오니 초가을 산의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고마운 선생님과 다가오는 가을 향기를 맡고 있으니 멀리 가지 않아도 자연의 향기에서 힐링이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문득 선생님과 근무한 시간은 짧았지만 이 시간의 추억과 좋은 인연은 길게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짧은 이별 긴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고 지나는 짧은 순간들이 앞으로 우리가 사는 인생에서 긴 추억과 인연이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만남도 이별도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 근무하게 될 곳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신도시라 또 새로운 기대가 됩니다.
또다시 교단에 처음 섰던 날을 기억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겸손하게 행복하게 감사하며 새로운 시작을 해보려 합니다.
만남도 이별도 모두가 제 인생이니 말이지요~
오래 전에 쓴 짧은 만남 긴 이별입니다.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1906041017174270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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