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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라이닝 Jun 19. 2024

뒷모습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

그림을 보고, 순간 놀랐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그리워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너무 닮았다.


나보다 4살 어렸지만 늘 언니 같았던 동생은 체형도 성격도 나와 많이 달랐다. 짤막 동그란 나에 비해 동생은 팔다리가 길고 성격도 시원시원했다. 공부를 못해서 아빠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한 게 늘 아쉬웠던 동생은 그 누구보다 다정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곧바로 그 해 다음 해 아들 둘을 낳았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하는 남자 셋과 함께 하늘나라로 갔다.


큰 키에 짧은 커트머리가 시그니처였던 동생의 마지막 모습은 가득 쌓인 빨래 옆에 앉아 이제 태어난 지 두 달 된 둘째에게 분유를 먹이는 옆모습이었다. 그날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집에 가지 않고 빨래를 개 주었을 텐데. 분유를 내가 먹이고 동생에게 방에 가서 좀 더 쉬라고 했을 텐데. 마지막 장면은 언제나 후회와 미안함뿐이다.


동생이 떠나고 한동안 길을 가다가 비슷한 뒷모습을 보면 심장이 쿵 내려앉곤 했다. 바보 같은 생각인 줄 알면서도 혹시 동생이 안 죽고 어딘가 몰래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상상했다. 내가 보고 싶어서 잠깐 동네를 지나간 건 아닐까 동생인지 아닌지 확인하려고 따라가기도 했다. 영화와 소설처럼 외계인에게 끌려갔다가 돌아오지는 않을까 기대하는 나를 보며 모든 공상과학 영화가 어쩌면 나 같은 사람들의 소망 때문에 생겨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가끔 꿈에 나오는 동생은 마지막 모습 그대로 커트머리에 제부의 셔츠를 입고 있다. 다행히 어느 좋은 곳에서 머물고 있는 건지 표정이 평온하다. 잠깐만 동생의 뒷모습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다가가서 찐하게 백허그를 해주면서 낮은 목소리고 말하고 싶다. 잘 지내고 있으라고, 언니는 조금만 더 있다가 널 보러 가겠다고.




작품 <Stay No.21> 허승희

큐레이션 @gonggan.goyoo

#공간고유 <고유한 순간들-그림을 보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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