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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라이닝 Jun 17. 2024

우리의 비행을 응원해

훌라 여정의 활주로 앞에서

막 이륙을 준비하는 비행기의 눈이 귀엽다. 조그만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듯 앞바퀴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비행기 곁을 지키며 이륙 신호를 보내주는 이들이 비행기에게 잘 다녀오라고 응원을 보낸다. 비행기는 모든 이륙준비를 마치고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달콤한 침을 꼴깍 삼킨다.


지난 주말, 훌라지도자 2급 과정 시험을 치렀다. 하와이 문화와 훌라에 대한 필기시험을 보고 지정곡과 선택곡 2곡의 실기시험을 위해 한 명씩 무대에 섰다. 커튼 뒤에 모여 쿠무(훌라마스터) 앞에서 개인곡을 추는 동기를 응원하다가 한 명 한 명 울음이 터졌다. 긴 활주로 앞에 선 비행기처럼 이제 각자의 비행을 할 시간이라는 비장함과 두려움, 설렘이 버무려진 눈물이었다.


서로를 한 번씩 안아주고 비행기 창문의 다부진 네모 눈처럼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앙물었다. 이제 우리는 각자의 비행을 시작하지만 바다처럼 푸른 하늘에서 자유롭게 날다가 서로를 스쳐 지나갈 것이다. 어쩌다 같은 공항에서 만나면 잠시 날개를 접고 활주로 구석에 모여 그간의 비행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다시 연료를 채우고 각자의 하늘이자 모두의 하늘로 날아갈 것이다.


 



작품 <활주로> 한지민

큐레이션 @gonggan.goyoo

#공간고유 <고유한 순간들-그림을 보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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