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원색
사랑 앞에서 도통 나를 감출 수가 없다. 안 그래도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는 사람인데 사랑은 유독 나를 사정없이 벗겨낸다. 살갗 안에 숨어있던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세상으로 나와 발색한다. 보호막이 없는 채로 드러난 색은 사랑이라는 빛을 받고 더욱 선명해진다.
그러니 내 사랑은 언제나 원색이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진하게 표현하고 표현받고 싶다. 확실한 빨강, 명확한 노랑, 진한 파랑처럼 또렷하게 사랑하고 싶다.
사랑에 빠지면 하루하루가 총천연색이다. 작은 시선 하나에 온통 분홍세상이다가 무거운 말한 마디에 하루종일 심연의 검은 바다로 빠져든다.
상처 주는 말에 시뻘건 화를 내다가도 나를 만지는 다정한 손길에 금세 노랗게 포근해져 곤히 잠들기도 한다. 나에게만 의미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모두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며 푸르게 축복한다.
사랑하는 동안엔 매순간 진하고 또렷하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수십 개의 색을 보고 느끼고 기억한 채로 잠이 들고 싶다.
작품 <love> 다비드자맹 David Jamin
큐레이션 @gonggan.goyoo
#공간고유 <고유한 순간들-그림을 보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