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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라이닝 Jul 02. 2024

나는 별

요리가 제일 싫어

나는 요리에 관해 좋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왜, 누군가 요리를 못하면 그렇게 통쾌해하며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농담을 하는 걸까?


요리가 싫다. 그러니 그릇들도 싫다. 그릇들은 그저 설거지를 해서 다시 사용하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착착 뒤집어 쌓기 쉽도록 같은 모양인 게 좋다. 적어도 나에겐 그릇이 굳이 색과 모양이 다양할 필요가 없는 거다. 그냥 음식이 담기면 될 뿐.


아주 작은 벌레라도 꼬물꼬물 움직이는 생명이 좋은 나에게 그릇이 그려진 정물화는 사실 숨이 막힌다. 당장이라도 그림 속에 열린 창문을 통해 누군가 창밖으로 달려 나간 흔적을 그려 넣고 싶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는 장면이 펼쳐지고 머리칼을 흩날리며 달려가는 뒷모습을 그리고 싶다.


엄마가 집안일보다 혼자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내가 딸을 낳은 줄 알았더니 선비를 낳았어."


아니다. 엄마는 선비를 낳은 게 아니라 '나'를 낳았다. 요리를 싫어하고 바람을 좋아하는 한 사람을 낳았다. 동그라미 딸을 바랐던 엄마는 안타깝게도 별모양 사람을 낳았을 뿐이다.




작품 <yellow jug and bowl> 정임정

큐레이션 @gonggan.goyoo

#공간고유 <고유한 순간들-그림을 보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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