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은 사람이 더 재밌다

서로를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

by 실버라이닝

헬스장은

기구보다 사람이 더 흥미로운 곳이다.

근육은 각자 키우지만, 이야기는 함께 자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조금씩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



공근육 (구. 공징징)

(성이 공 씨라 별명이 늘 공으로 시작)


키 170, 마른 몸, 얼굴은 바비인형.

아메리카노는 노노. 눈 뜨자마자 커피우유 한 잔 드링킹하던 사람.


“언니 얼굴 너무 안 됐어요. 살 그만 빼요.”

“언니 근육 보여요… 무서워요.”

“언니 운동 그만해요. 김종국 되겠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늘 이러던 애가

어느 날 조용히 물었다.


“언니, 나도 1년 하면 언니처럼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다음 날,

내가 다니는 PT에 등록했다.



사람들은 늘 방법을 묻는다.

하지만 대부분 시작하지 않고,

시작한 사람들 대부분 1년을 못 버틴다.


그런데 공근육은

묻고, 시작했고,

그대로 1년 넘게 계속했다.


덤벨 3kg 들고 숄더프레스 하며

“언니, 이걸 어떻게 들어요 “하던 공징징은


지금

근육량 23kg,

나의 관악산 등산 메이트,

마라톤 10km 1시간 컷 러너.


작년 여름, 나와 함께 바프까지 찍고

이제는 완연한 공근육이다.



특이사항

무게 치는 거 극혐.

특히 브이스쿼트는 거의 원수.

팔다리가 길어 데드에 약하지만,

요즘 스모데드에 빠짐.


(하지만 스모데드를 무시하는 트샘 때문에

자주 킹 받음)


뭐든 4개째부터 못 하겠다고 난리 치지만

결국 20개 × 4세트를 다 해내는

은근한 깡다구.


그녀 다음에 스쿼트를 하면

렉 위치를 매번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내가 까치발을 들어도 못 거는 브이스쿼트 락을

가볍게 풀어주는

나의 인간 안전장치.


그리고 무엇보다,

부르면 무조건 오고

끝까지 함께하는

나의 최애 운동 파트너.



영백이 (a.k.a. 제로백, 엘리트)


나랑 키는 비슷.

근육은 비교 불가.

(아버님 히말라야 등반 유경험자임 참고)


두 살 어린데 언니 같아서

한참 동안 반말을 못 했다.


조용한데 존재감 강한 스타일.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인다.



탈의실에서 나에게 먼저 다가와

“혹시 피아노 학원 원장님이세요?”

라고 물어본 그날 이후 연락처를 주고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똘끼를 가장 먼저 간파한 사람.


그리고 나에게

‘우아한 또라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작명가.



스쿼트 100kg을 어깨에 얹더니

그냥,

슥— 일어나는 그녀의 모습에 반해

숫자 100을 붙여

‘영백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트샘들은 그런 그녀를

‘제로백’, ‘선수’, 혹은 ‘엘리트’라 부른다.



내가 공근육이랑 낑낑대며 스쿼트할 때

옆에서 조용히 웃는 제로백.


시간 없는데 자잘한 거 저리 치우라며

20kg 아니면 손도 안 대는 영백이.



특이사항

인바디 하루 2~3번 A4용지 사 오라고 혼나도 꿋꿋하게 체크.

헬스장 머신 한 바퀴 돌고 안양천 5km 러닝 다시 헬스장 스쿼트 다시 러닝머신.


이게 하루 루틴인 헬스장 지박령.


그런 그녀에게도 약점이 있으니,

식단 앞에서는 유리멘탈이었던 것이었다.


애슐리에서 지중해식 생선 요리에 반해

요리사에게 달려가 레시피를 물어보던 뒷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


결국 답은 못 들었지만,


“언니, 여기가 천국이네.”

라며 끝까지 행복했던 사람.


그리고 오늘,

체지방 한 자릿수 달성.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는 사람.



골디언니 (황금손, 애교 장인)


러닝머신 옆자리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대화 5분 만에

“여기 PT샵 포스터에 그거 제 사진이에요.”

라며 내 바프 사진을 보여주고 급 친해졌다.



뜨개질로

인형, 키링, 소품을 뚝딱 만들어 나눠주는

진짜 황금손.


그래서 별명이 ‘골디’



우리와 같이

관악산에 두 번 다녀오고

등산의 맛을 알게 된 언니는

바로 풀세트 장비를 구매한다.


등산복, 스틱, 장갑까지 완벽.


하지만

딱 두 번 쓰고

연골에 물이 차버렸으니.


어쩌다

장롱 산악인.



특이사항

입 짧음.

밥보다 고구마 사랑.

파 X, 브로콜리 X, 파프리카는 주황색만 O.

아몬드는 껍질 까먹음.


백숙 먹고 볶음밥에서 야채 발견 바로 종료.

숟가락 내려놓고 물만 마심.


소식좌 인생 오래 살아서

식단이 오히려 더 버거운 사람.


소고기 150g이 많아서

반려견과 나눠 먹지만,


그래도 동생들 잔소리에

요즘은 열심히 먹는 중이다.



알고 보면 수영과 골프로 다져진

잔근육 부자로

나보다 근육량이 많은데



다만 수업 시간에 엄살이 많다고 자주 혼난다.

그냥 애교가 많은 스타일이라고 편을 들어주려 했는데


주말 운동 때

스쿼트 한 번 하고 웃더니

바로 랙에 거는 걸 보고

몇 초동안 말을 못 잇고


그날 이후

트샘 마음을 이해했다.


주말 운동 더 하고 싶어 하지만

사랑꾼 형부가 기다려서

항상 급하게 퇴장.



팀장님 (스모데드 혐오자)


200kg을 들어도

스모데드는 인정 안 하는 분.


5kg 원판은 귀걸이라며

양쪽 귀에 달아주시는 분.


덕분에 공징징을 공근육으로 만든

장본인.



“이마트 갈 때도 밴드 걸고 사이드 런지로 가세요.”

라는 말을 진심으로 하는 사람.


세트 사이에 오래 쉬면

“카레 다 됩니다.”

로 시간 압박하시는 저승사자.



특이사항

자기 관리 완벽.

체지방률, 근육량 꾸준히 유지.

마라탕, 탕후루 안 먹어본 인생.


하지만

여자 친구(예비신부)를 위해

본인은 안 먹는

두쫀쿠 케이크 사러 뛰는 사랑꾼.



곧 결혼이라

내가 축무로 훌라 추겠다고 했는데

대답이 없다.


요즘 나 보면

살짝 뒷걸음질 치는 것 같은데,


시간 얼마 안 남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봐야지.



대표님 (따뜻한 고수)


처음엔

묵묵히 프로그램 설명만 하고

등록 권유도 없어서


여기 곧 문 닫나 싶었는데


수업 한 번 받고 생각이 바뀌었다.


수업에 자신이 있어서

굳이 영업을 안 하는 거였던 것이었으니


10회 끊었다가

30회로 연장.

그리고 2년 반.


내 운동 인생의 방향을 바꿔주신 분.

웨이트를 평생 하고 싶게 만드신 분.



지금은 수업을 안 들어도

주말마다 개인운동 오라고 해주셔서

어색하게 들어가면

여전히

자세 봐주고,

무게 더 치게 신경 긁어주고,

게으름 못 피우게 하는

참 스승님.



특이사항

내 말 안 듣는 척하면서

사실 다 들어줌.


조금만 아프다고 하면

세심하게 봐줘서

더 아프고 싶어 짐.


기억력 비상.

너무 무겁다고 하면

“그거 예전에 들었던 무게예요.”

진짜 확인해 보면 빼박 정확함.


“샘 있잖아요…” 하면

“아니요.”부터 나옴.


내가 뭘 물을지

표정만 보고 아는 투시력.



제일 무서운 순간은

“오늘 어디 하실 거예요?”라는 질문.


스미스 머신 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물고 조용히 보다가


눈 마주치면

“빨리 해보세요.” 할 때.


그 순간,

괜히 죄인처럼

어깨가 자동으로 움츠러든다.



그래도 언제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는 분.


그래서 계속 그리운

나의 운동 친정.



그리고

지금 나의 트샘 여원샘.


근육요정, 칭찬요정,

그 안에 꼰대 한 스푼.


몸도, 얼굴도 다 닮고 싶지만

무엇보다

근성과 실력으로 완성된 정신력을 닮고 싶은 사람.


그 첫 만남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